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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네 아짐의 목포 여행기 1

... 조회수 : 2,913
작성일 : 2019-05-20 11:49:42
대학 동창 4명이 봄, 가을 한번씩 1박 2일 여행을 다닌지 벌써 5번째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당일치기로 밖에 다닐 수 없었으나 큰 아이들이 대학에 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시간 여유가 있어 1박 2일의 짬을 낼 수 있어서 시작한 것이 올 봄에 벌써 5번째 여행이 되었습니다.
아직 다들 직장인인지라, 그 흔한 외국여행도 스케쥴 조정이 어려워 국내 여행만 겨우 1박 2일로 다니고 있지만, 다들 이 여행을 손꼽아 기다리고 준비하기에 늘 즐겁고 재미있는, 소중한 여행입니다

올 봄 여행은 이미 작년 가을 여행에서 목포로 가기로 결정해 놓았었답니다.
다른 여행지는 여행계획 담당인 제가 여러번 다녀왔던 곳들이어서 그다지 큰 부담은 없었지만, 목포는 저도 처음 가는 곳이어서 저도 매우 기대했던 곳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올해 초 목포 창성장이 온 나라를 후끈 휩쓸고 지나간지라 저희의 기대와 궁금증이 증폭되었습니다.

두명이 토요일에도 근무하는 직장이라 3시 ktx를 타고 목포로 향했습니다.
2시간 반 남짓이면 남쪽 끝 목포에 도착한다니, 참 좋은 기차입니다.
목포역에 도착해서 유명하다는 떡갈비 집에 가서 점심인지 저녁인지 모를 식사를 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두툼한 떡갈비
TV 음식 프로그램마다 등장하는 이유를 알만했습니다.

늦은 저녁에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야경 시티투어를 신청해 두었기에, 다시 목포역으로 돌아왔고, 7시에 투어버스는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루미나리에 불도 켜주지 않았고, 목포대교에도 불을 켜주지 않아서 비가 곧 부슬부슬 뿌릴 것 같은 흐린 날씨의 저물녘 야경 투어는 볼 것 하나 없이 실망스러웠습니다.
관광객이 없어서 불도 안 켜주었나, 날씨가 흐려서 안켜주었나 좀 속상했습니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예정에 없던 남진 야시장에 내려주었습니다.
남진 야시장은 목포 출신 가수 남진씨가 목포 시장 활성화를 위하여 당신의 이름을 사용하도록 허락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자유시장의 한 골목에 청년들과 저소득층의 자활을 도울 목적으로 야식 포차를 허용하고 무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나와있는 상인보다도 적은 수의 객들...
이미 순천 여행에서 북적북적한 야시장의 낯설지만 흥겨웠던 분위기를 맛본 적 있었기에 남진 야시장의 썰렁함이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입구에 서있는 가수 남진씨의 인형에게 미안할 정도로...

그리고 계속 눈여겨 보니, 구시가 전체가 텅 빈 느낌이었습니다.
토요일 저녁, 서울이라면 구석 동네 골목에도 사람들이 북적일 시간인데도 온 동네가 적막강산이었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빈집의 느낌, 깜깜한 골목...
그사이를 시티투어 버스가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하는데, 빈 도시의 심각함이 피부로 절실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야경 투어라면서 목포 대교 불도 안 켜주고, 루미나리에도 불켜주지 않았다고 실망에 투덜거렸던 감상이 금방 미안함과 걱정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침 그때 창성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며 해설사가 설명을 시작합니다.
창성장 일대를 투기 목적으로 사들였다며 손혜원 의원을 공격하던 사람들은 정말 반성해야 합니다.
부동산을 한번이라도 거래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투기 목적으로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국회의원의 공적인 신분으로 그러면 안된다라고 말했던 사람들도 지역의 절박함을 모르거나 혹은 외면하는 건 아니었을까 반성해봐야 합니다.
더이상 구시가가 되돌릴 수 없는 구멍이 되기 전에 어떻게든 살릴 수 있는 안간힘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때가 아니고 더 늦는다면, 타이밍을 놓친다면 도저히 살릴 수 없다는 그의 절박함이 골목에서 확 풍겨왔습니다.
처음 목포에 와본 서울내기 눈에도 보이는 절박함을 오로지 정치적으로만 이용한 사람들은 벌받아야 합니다.

이후 우리는 점점 목포가 안타깝고 안스러워졌습니다.
시티 버스는 갓바위를 거쳐 음악 분수 공연이 시작되는 9시 10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음악 분수는 딱 두 곡에 맞춰 춤추고 약 10~15분만에 싱겁게 끝났습니다.
전세계 곳곳의 유명한 음악 분수 쑈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우리들 눈에는 귀엽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허허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해설사의 말로는 이 지역이 목포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구석 먹자골목보다 한적해서, 토요일 저녁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정도입니다.
음악 분수 쑈가 끝나고 우리는 광장 바로 앞에 예약한 우리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고 시티투어 버스와는 바이바이..
찜 해두었던 식당이 일찍 문을 닫는 바람에, 어슬렁거리다 알쓸신잡에 나왔다는 식당이 보여 낙지 초무침과 막걸리를 사들고 바다가 환히 내다보이는 멋진 우리 숙소로 돌아와 한잔을 했습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유달산 둘레길을 가보기로 합니다.
실컷 자야하는 소중한 일요일 아침에도 6시 반에 일어나 꽃단장하고 평소에는 먹지도 않는 아침식사를 위해 출발합니다.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한 목포에 왔으니 한끼한끼가 너무나 소중해서요.
유명하다는 콩물집에 가서 콩국수를 먹었습니다.
콩국수는 차게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메뉴에 따뜻한 온 콩국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검정 콩국수 곱배기로 냉국수 하나 온국수 하나를 주문해서 나눠먹기로 했습니다.
처음 먹는 온 콩국수의 맛은 오묘했습니다.
냉 콩국수가 향이 짙고 익히 잘 아는 맛인데 반해 온 콩국수는 밍밍한 듯 하면서 계속 먹을수록 은은한 매력이 있더군요.
다 먹고 나니 오히려 온 국수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미식 경험에 신났습니다.

든든히 먹었으니, 유달산에 오릅니다.
유달산은 산이라고 하기엔 많이 미안한 뒷동산입니다.
아직도 이런 골목이 있나 싶을 정도로 귀엽고 좁은 골목을 꼬불꼬불 지나서 계단을 잠깐 올라 노적봉 예술공원 마당에서 목포 시내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목포여중, 국제여객터미널 등등 구시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참 노닥노닥하다가 몇계단 또 오르니 어제 들렀던 노적봉 앞입니다.
유달산을 걸어 넘어 슬렁 슬렁 다시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다들 카페인이 고파서 카페를 찾았으나, 일요일 10시 반에 문을 연 카페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메가박스 영화관 옆에 거대한 엔젤리너스 커피점도 빠져나가고 임대 간판이 붙어있고 군데군데 빈 상점도 너무 많고 유동인구가 없으니 문을 연 곳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목포에 왔는데 차마 롯데리아에 갈 수는 없어서 꾸역꾸역 발품을 팔아서 예쁜 카페를 드디어 찾아서 카페인을 주입했습니다. 서울이라면 예쁘다고 진작에 소문났을 법한 카페인데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는... 
주인장의 커피내리는 솜씨도 탁월해서 맛있는 커피를 만족스럽게 마시고 이른 점심을 먹으러 출발합니다.

목포에 왔으니 낙지를 먹어야죠.
전날밤 초무침에 야박하게 들어있던 낙지로는 충분치가 않았으니까요.
목포 낙지하면 첫손꼽는, 목포 음식 명인으로 꼽히는 그 식당에 갔습니다.
낙지 비빔밥과 연포탕을 섞어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처음 먹어본 연포탕이 이런 맛인가, 아주 담백하고 보들보들 야들야들한 낙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남도 음식은 재료도 훌륭하고 양념도 훌륭한데, 의외로 맵지도, 짜지도, 달지도 않고 정말 적당하네요.
삼삼한 나물들과 다시마쌈까지 밑반찬들도 인상적이었구요
낙지 한마리쯤은 먹은 것 같은데 쓰러진 소도 일으킨다는 낙지를 먹었으니, 저도 힘이 불끈 날까요?

우리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지금부터입니다.
너무 길어서 to be continued~
IP : 14.38.xxx.8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9.5.20 12:02 PM (175.121.xxx.207)

    무너져 가는 목포상권에 대한 안타까움이 글에서 절절히 느껴지네요
    투기니 뭐니 했던 잉간들 가서 뭘 보고 왔는지~
    생생한 목포여행기
    특히 맛집 기행 너무 좋습니다

  • 2. 보라
    '19.5.20 12:04 PM (203.145.xxx.182)

    구 시가의 퇴색과 쇠락, 창성장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프지만 먹거리에선 또 눈에 반짝하네요. 더 들려주세요.

  • 3. ...
    '19.5.20 12:17 PM (116.34.xxx.239)

    오. 계속 해주세요~

  • 4. 재미
    '19.5.20 12:40 PM (211.108.xxx.228)

    있습니다.
    또 해 주세요.
    목포를 살리려고 노력하는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것들 화나네요.

  • 5. ..
    '19.5.20 12:50 PM (39.7.xxx.209)

    오년 전 쯤에 목포 2박 3일 다녔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여름 페스티벌 기간이라 훌륭한 문화체험도 했는데 사람들이 적어서 안타까웠구요, 근대유적이 남아있는 정겨운 구시가지가 쇠락해가는 모습에 마음이 무척 안좋았습니다. 백반 식당들 다 맛있었구요. 나이드신 할아버지들이 점잖으시면서도 친절했던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근처 바닷가 마을도 좋았는데. 다시 꼭 가고 싶은 곳입니다.

  • 6. ㅣㅣ
    '19.5.20 1:31 PM (49.166.xxx.20)

    천만이 넘게 사는 서울이랑 비교가 가당합니까?
    지방 대부분은 그렇고요.
    그 적산가옥들 손의원 자비로 그러면
    그 열정인정.
    일본이 쓰던 적산가옥을 문화재로 정해
    세금으로 대대손손 보관하는건 반대.

  • 7.
    '19.5.20 1:45 PM (223.38.xxx.17)

    목포여행기 2탄 기다립니다~

  • 8. 목포여행
    '19.8.19 10:54 AM (223.62.xxx.109)

    참고하겠습니다

  • 9. 좋은 글인데
    '19.8.19 11:13 AM (222.152.xxx.15) - 삭제된댓글

    이제야 봤네요.
    목포 구시가 상권에 대한 걱정 저도 똑같이 느꼈습니다.
    너무 걱정스럽다가 신도시 가보고 조금 안도했고요.
    그래서 손혜원 의원 공격하는 말 나왔을때 목포를 위한 일을 했을거라고 저절로 믿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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