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에게 감사해요.

... 조회수 : 2,165
작성일 : 2011-09-24 17:28:47

저의 어린시절은 부모님의 불화로 불우하고 우울했어요.

아빠는 잇따른 사업실패에 바람에 엄마에게 폭력까지, 아빠는 어느 한구석 가장노릇 한게 없었죠.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9년 동안 이사만 10번이었어요.  

엄마는 음식점, 배달, 옷가게 등등 저 하나 키우기 위해 안해본 일이 없으셨죠.

 

결국 제가 고3이던때 아빠는 상간녀와 딴살림 차렸고, 혼외자인 아이까지 낳아 엄마 아빠는 별거에 들어갔어요.

사업으로 인한 빚만 수억을 진 채로요.    

이제야 이렇게 간단히 글로 쓰지, 그간의 괴로움은 말로할 수 없었지요.

저도 혼란스럽고 괴로웠지만, 엄마의 마음에야 비할 수 있었을까요.

그래도 엄마는 저만은 잘 붙들어주셨고,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다독여 주셨어요.

우리 딸은 현명하니까 엄마아빠의 일로 너무 흔들리지 말아라,

아빠와의 결혼은 후회뿐이지만 너를 얻은 것만은 감사한 일이다...

 

그때부터 17년이 흘렀고,

저는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괜찮은 벌이의 회사생활을 하고 있으며 아빠와는 다른 착한 남편을 만나 살고 있습니다.  

아직 그시절에 아빠가 진 빚을 갚으며 살고 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데에 감사합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힘든 일을 하시는 엄마의 인생은 아무도 되돌려줄수 없음에 슬픈 마음이 들고,

절 사랑해서 결혼해서 제 짐을 같이 지고 있는 저의 남편에게도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삽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생활에 대체로 긍정적이고, 앞으로 더 좋아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저를 보고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난다는 말들까지 하지요.

저는, 그런 말을 들으면서 제 사춘기 시절의 악몽같던 때를 떠올리면 참...웃음도 안나올 지경입니다.

 

부모복이 전부라는거, 일정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 부모복이라는 것은 재력이나 경제력, 여러 풍요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만은 아닐겁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세상의 기준으로 보기에 풍족한 환경을 제공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런 제약을 오히려 강한 의지를 가진 아이로 키우는 기회로 만드는 것도 부모의 능력인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북돋워주면서요.

물론,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그렇게 키우는 것은 부모에게도 정말 힘든 일이겠지요.

 

경제적으로도 궁핍했고 화목한 양친 아래 살아본 적도 없지만,

무한한 사랑을 주셔서 자신감을 갖고 살 수 있는 마음을 키워주신 엄마께 감사드립니다.
IP : 119.64.xxx.75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부모복
    '11.9.24 5:41 PM (211.246.xxx.8)

    맞아요. 부모복이라는게 경제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바른 마음가짐과 성실한 열정을 주신것도 부모복이죠. 님 화이팅 입니다!!

  • 원글
    '11.9.24 5:46 PM (119.64.xxx.75)

    감사합니다.
    저 아기 갖게되길 기다리고 있는데, 저도 우리 아기에게 여러모로 부족함 없는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요.

  • 2. 부모복이라는게
    '11.9.24 5:57 PM (114.200.xxx.232)

    경제력만 얘기하는게 절대 아닙니다.
    물론 경제력있는 부모를 만났는데 거기다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까지 물려주셨음 그야말로 최고의 부모복인거구요...

    힘들고 어렵게 살지만 .. 유난히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들이 있더라구요..자식들한테 짜증한번 안내고 다 잘될거다라고 다독여주고 격려해주고 그런부모 밑에서 자라면 가난하더라도 돈으로는 환산할수 없는 정신적인 힘은 어떠한 돈보다도 중요한거고..그거야말로 부모복인듯해요..그런사람들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특유의 친화력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사회생활도 잘하더군요.

  • 3. 제게도 어머니는
    '11.9.24 6:50 PM (121.147.xxx.151)

    원글님과 같은 그런 존재셨어요.
    상황은 달랐지만
    제가 주신 부모복이 강인한 정신력, 책임감,
    자기에게 주어진 불운에 당당하고 극복하는 힘을 주셨죠.
    저도 늘 돌아가신 제 어머님께 감사하고
    더 이상 제가 뭘 해드릴 수 없음에 늘 애닮네요

  • 4. 부모복을 만들어요.
    '11.9.24 6:56 PM (125.146.xxx.239)

    저 40 넘기까지는 계속 부모복 없다고 괴로워했습니다.

    실제로 집의 징글징글한 가난, 가정의 불화, 특히나 부모님과 제가 성격이나 기질이 맞지 않아 정말 힘들었고

    당연히 학교 생활, 사회 생활, 더불어 결혼 생활 역시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언제까지 부모를 탓하고 비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푸념이나 한숨을 쉴 수는 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고 무엇보다 어른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바꿀 수 없는 일, 지나간 일.

    이제 그런 것들의 노예로 살고 싶지 않아요.

    때로는 칼로 베인듯 아플 때도 있지만,

    그 상실감, 그 슬픔을 제가 어찌 모를까요.

    그렇지만, 이제 저는 어른이 되려고 해요.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 5. 원글님도 어머님도
    '11.9.24 8:22 PM (116.120.xxx.243)

    참 존경스럽습니다.

    남탓하기 바쁜 세상인데,원망으로 사실 수 도 있었는데... 바른 어머님이 계시니 바른 딸이 될 수 있었네요.

    저도 세상에서 제 어머니를 가장 존경합니다. 우리 열심히 살아요.^^

  • 6. 원글님
    '11.9.24 8:31 PM (121.176.xxx.230)

    쪽지로 실명, 주소 , 핸드폰 주셔야 예약 되구요. 문자 안내 드리오니 꼭 핸드폰 부탁드립니다. 우선 10분정도 예약 받아 보내드리고 나서 다시금 예약 받으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159 10월 14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우실 2011/10/14 1,105
23158 초3아이..국어단원평가가 80점을 넘지 못해요.. 6 초3 2011/10/14 1,812
23157 애 열 감기가 너무 오래 가요 9 어쩌죠? 2011/10/14 1,872
23156 '의뢰인' 보신 분 계신가요? 12 주말의 영화.. 2011/10/14 2,321
23155 양배추 초절임 맛이 이상해요~ㅠㅠ 4 2배 식초 2011/10/14 2,998
23154 보편적 복지는 말장난이고 꼼수이다. 4 꼼수 2011/10/14 1,210
23153 우리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어가는 걸까요? 2 ... 2011/10/14 1,268
23152 지성조아님레시피 알수있을까요? 7 게장 2011/10/14 1,579
23151 조언해 주세요 ... 4 아내 2011/10/14 1,211
23150 10월 14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2011/10/14 1,012
23149 결론이 아직 안나와 더 궁금.. 48 하버드 2011/10/14 12,572
23148 국제행사나 국제회의 시 동시통역 1 통역료 궁금.. 2011/10/14 1,434
23147 제주 내국인 면세점 이용 문의 3 설화수 2011/10/14 2,146
23146 르크** 뭐가 좋을까요 1 지름신 2011/10/14 1,388
23145 교육행정직 공무원 학교만 근무하면 다되는 세상이네요 4 아멜리에 2011/10/14 43,898
23144 중3 국어시험문제인데요. 선생님이나 국어잘하시는분 좀 봐주세요... 11 중3엄마 2011/10/14 1,725
23143 윗집에서 아침부터 피아노소리가 들리네요,,,. 3 피아노소리 2011/10/14 1,610
23142 밑에 먼지 이야기 보고 9 된다!! 2011/10/14 1,683
23141 단열공사.. 해보신 분들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주시면 감사해요 6 딸이둘 2011/10/14 2,298
23140 누님들의 치열한 경쟁 예상.jpg 19 luna 2011/10/14 3,487
23139 아아 한석규 목소리 ㅠㅠㅠㅠㅠㅠ 54 클로버 2011/10/14 18,268
23138 한국사 공부하는 모임 있을까요 송파나 강남쪽에요 Cc 2011/10/14 1,096
23137 어쩔수 없는 고슴도치 엄마 .. 1 ... 2011/10/14 1,453
23136 6세 아들이 한글을 전혀 못써요... 22 고민이예요 2011/10/14 4,578
23135 "김종훈, 미국 파견관인지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7 ㅎㅎ 2011/10/14 1,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