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 오늘 십삼만원 멋지게 쓰고 왔습니다.

작성일 : 2011-09-08 22:26:23

결혼 11년 차 입니다.

말을 하자면 길지요. 십년 차 넘어가면 누구나 그럴 성 싶어요.

날마다 "나만 이런 거 아니다..." 자위하고 살지만,

명절만 닥치면 참... 서럽네요.

 

물려받은 것 없이, 되려 마이너스로 시작한 결혼 생활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까지 독해져야 하나...' 싶을 만큼 이 악물고 십 년 살았죠.

십 년이 지나고나니, 좋은 평가는 고사하고 '상처뿐인 영광'이었습니다만,

삼 년쯤 우울증 치료를 하고...

우울증 약을 삼키는 제 자신이 못나보여 어떻게든 극복해보자고...

이를 박박 갈며 자산을 다그쳐왔습니다.

 

이제 제법 남부럽지 않게 살구요...

그 흔한 다이아 하나 없이 살지만, 집 사고, 차 사고, 철마다 맏며느리 노릇 톡톡히 해내며 삽니다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나 불평 불만 뿐이랍니다.

'부자 아들, 안주면 괘씸하고 주면 당연하고...'

 

오늘은 하도 심사가 뒤틀려서 말이지요...

저 십삼만원 주고 머리 했습니다.

추석 앞두고 꼬인 심사, 화풀이 하느라 헤어샵 원장에게 팁도 2만원 주고 왔습니다.

돈이, 좋긴 좋네요.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물론, 팁 2만원은 사흘을 굶은 제 밥 값입니다.

단 돈 2만원에도 발발 거리는 제 자신이 참... 애처러운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려...

 

그동안 커피 한 잔 값이 아까워서 꼬박꼬박 290원짜리 생수병 챙겨서 다녔는데,
몇천원 짜리 티셔츠 입고,

만원짜리 스커트 입으며 아끼고 아끼며 살아왔는데.

그리 사는 게 옳다고... 자부했는데,

오늘같은 날에는 모든 것이 못마땅하고 모든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십만원이 아까워서 치렁치렁한 머리 질끈 묶고 한 여름 보내느라 너무 버거웠는데,

홧김에 댕강~ 자르고 오니... 정말 후련합니다.

 

아끼면 뭘해? 다 남 좋은 일만 하는걸?!

하면 뭘해? 그래봤자 좋은 소리 못 들을걸...

그 십년 사이에 시누 시집 보내고

시부모 환갑에 칠순까지... 남 부럽지 않게 해냈습니다.

헌데, 돌아오는 건 늘 타박뿐이라 정말로 슬픔이 진하답니다.

 

가족 모임 앞두고 뒤틀리는 심사를 애써 감추느라 이러다 암 걸려 죽는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책임 지자고... 비겁하게 도망가지 말자고...

늘 단전에 힘을 주고 아낌없이 돈을 씁니다.

 

정작 저는 자신이 행복한 삶인 걸, 잘 모르겠습니다.

 

자식 노릇, 사람 노릇 하고 사는 것이 이렇게나 힘이 든다니...

명절 앞두고 또 마음이 괴롭습니다.

오늘도 일기를 씁니다.

"삐뚤어 지고 싶은 엎으러진 심사... 이런 못난 내가 싫다."

 

시간이 더 지나고 나면... 잘했다... 그게 맞는 거다...

그리 떳떳하게 살 날이 올런지...

맏자식에 맏며느리, 명절 앞두고선 늘 몇 날이 지옥스럽습니다.

 

다들, 잘 살고 계시는지요...?

IP : 210.57.xxx.215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9.8 10:44 PM (110.13.xxx.60)

    잘하셨어요!! 충분히 그럴 자격 있으십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필요해요ㅠㅠ

    저도 명절 지나면 타이마사지나 받으러 갈까봐요ㅎ

  • 원글쓴이...입니다.
    '11.9.8 11:00 PM (210.57.xxx.215)

    다녀오세요^^
    퍼주고 퍼줘도 마르지 않는 희생과 헌신을 위해서라도...
    아낌 없이 퍼주려면
    펑펑 퍼주고도 마르지 않는 너그러운 샘이 필요한 것 같아요.
    꼭~! 다녀오세요...

  • 2. 작은그릇
    '11.9.8 10:47 PM (218.238.xxx.45)

    지나가다 가슴아파 댓글달려고 로그인을 했네요.
    이미 충분히, 차고 넘을만큼 너그러우셨어요.
    저도 원글님 같은 분이 주위에 몇분 계십니다.
    어떤 분은 형제자매들 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했는데, 그 오랜 세월 부모도 아닌 큰 언니가
    자기들 위해 희생하고 넉넉치못한 살림에서 계속 대어준 것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못 듣고
    이젠 더이상 돈 안준다고 자기끼리 뒷담화했더랍니다.
    그 분 너무 충격받고 정말 힘든 세월 끝에 관계를 정리했답니다.
    또 다른 분들도 비슷비슷한 사연입니다.

    저는 너무 오랜세월 받기만 한 사람은 염치가 없어진다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주던 사람 입장에서는 참 어이없는 일이고 배신같은 치떨리는 일이지만....받기만 한 사람들은
    그래요, 정말 염치도 없고 조심성도 없고 그저 의존하고 달라고 손 내밀기만 하더군요.
    원글님, 정말 힘드신 자리라는 것 압니다.
    저 아는 분은 주는 걸 그만 두셨어요. 책임감이 강한 분이라 최소한의 것은 하시지만 더이상은
    안하십니다. 받던 이들이 난리치든 어쩌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차라리 그 에너지와 돈과 기타 등등을
    필요한 곳에 쓰겠다고 마음을 굳히셨죠.
    세상 모든 일에 꼭 필요한 균형, 그 중요한 것이 가장 민감할 수 있는 가족관계에서 자리잡지 못할 때
    관계가 정말 엉크러질 수 있습니다. 원글님께 이번이 새로운 추석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원글쓴 이... 입니다.
    '11.9.8 11:02 PM (210.57.xxx.215)

    감사합니다.
    사실은... 이런 고운 마음 씀씀이를 기대했었나 봅니다.
    작은그릇님 답글에 쿵쿵 거리던 심장이 여유를 찾는 것 같아서
    너무 고맙습니다.

  • 3. ocean7
    '11.9.8 10:50 PM (71.231.xxx.6)

    아니 그렇게 맏며느리 노릇을 잘했는데 왜 타박을 하실까요?
    좋은 며느리 귀한줄도 모르고요

    저도 님처럼 비슷하게 절약하며 살았지만 오직 저희 가족테두리 안에서
    살았기 때문에 원글님처럼 기분이 다운되진 않았네요

    제가 그냥 백화점을 다니기 싫었기 때문에 안간거고
    비싼옷이 취향에 안맞기 때문에 안산거고

    이태리 스타일의 가구는 촌스러워 안산거고
    타고난 자체가 검소해서 사치가 너무 저에겐 와닿지 않아서요

    동물을 좋아하니 그런것에 취미가 있고하니 다른것엔 눈돌릴 이유가 없구요
    그렇지만 이렇게 검서하게 살았지만 원글님처럼 시댁의 부질없는 잔치로

    목돈이 들어 간다면 저도 원글님처럼 정신적으로 힘들 것 같아요
    저는 생일상도 불필요하다 생각하는 사람이라

    진갖 회갑잔치에 대한 필요한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제가너무 심한가 몰겠지만요

  • 원글 쓴 이입니다.
    '11.9.8 11:04 PM (210.57.xxx.215)

    정신 바짝 듭니다^^
    저도 제가 자청한 일입니다.
    헌데도 속절없는 어리석은 마음이 감당이 안돼서...
    부질없이 원망했는데...
    제 선택이었다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제 어리석음을 일깨워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 4. 받은거 없이...에서
    '11.9.8 10:51 PM (220.117.xxx.38)

    스킵...................

  • 5. ocean7
    '11.9.8 10:52 PM (71.231.xxx.6)

    오늘아침에 왜이리 오타가 많이생기는지 원..

    검소/진갑---오타수정

  • 6. ...
    '11.9.8 11:50 PM (121.166.xxx.115)

    아끼며 살아도 그게 내자식 내남편 나를 위해 아끼고 산 세월이면 억울하고 힘들고 마음고생되지 않아요.

    시댁식구들, 그놈의 시댁식구들 때문에 내 삶이 그리 된다면 정말 홧병 나지요.

    저도 진행중이구요. 언제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이 마음의 지옥.
    전 극복 못할 거 같아요. 심리치료사 왈, 참는게 극복이라더군요. 참다가 병나면,, 어쩌죠? 하하..

    그렇게 아득바득 아끼며 사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저. 아낄 땐 정말 징하게 아끼고, 쓸 땐 정말 파팍 써요.
    안 그러면 못살겠어요. 진짜 홧병나서.

  • 원글 쓴 이입니다.
    '11.9.9 12:08 AM (210.57.xxx.215)

    저도 오늘 그런 심정으로 다녀왔답니다.
    좋긴... 좋네요^^
    그래도 한 편... 돈을 쓰면서 즐겁다 느끼는 제 자신이 죄스럽다 느끼는...
    이 복잡한 심정을 하소연 해보고 싶었어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7. 한번쯤~
    '11.9.9 8:28 AM (211.63.xxx.199)

    한번쯤 생까세요~~~
    어차피 이런타박 저런타박 하시는분이라면 한번쯤은 적당히 핑계대로 이번엔 죄송하지만 올해는 못해드립니다 하세요.
    아님 명절에 병원에 한번 입원하셔서 정기검진이라도 받으시든가요.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들께 며느리 도리만 죽어라 할 필요 있나요?
    원글님 근데 팁 2만원은 넘 아깝네요. 걔네들(?)은 뭔 돈을 그리 쉽게 버나요? 머리 꽁짜로 해준것도 아닌데..

  • 8. ..
    '11.9.9 1:16 PM (121.172.xxx.165)

    원글님 글 심하게 공감합니다.
    저도 비슷하기에.
    장손...장남.............. 맏며느리입니다.

  • 9. 주제랑 상관없지만 ㅜㅜ
    '11.9.9 1:43 PM (221.152.xxx.165) - 삭제된댓글

    저도 큰맘먹고 13만원주고 머리했는데 파마를 한건지 만건지 약을 바른건지 만건지 머리를 짜른건지 만건지
    엉망이되어서 진짜 눈물나네요 저도 집에갈때 버스안타고 걸어다니고 체인점커피하나 안시키먹고 모은돈 투자한건데 ㅜㅜ
    어쨌든 님 정말 대단하세요...미혼인 저는 그렇게까지 희생못하겠네요

  • 10.
    '11.9.9 1:46 PM (220.78.xxx.134)

    저도 주제랑은 상관 없지만
    15만원짜리 파마..지금 백수인데 면접볼때 이쁘게 보일라고 없는돈 털어서 했더니
    세상에 무슨...5만원짜리 싸구려 파마보다 더 못하게 해놨어요 ㅠㅠ

  • 11. ...
    '11.9.9 2:26 PM (114.206.xxx.244)

    원글님 마음과 행동 다 이해가 되요..
    머리는 이쁘게 하신거죠?
    헌데 팁은 좀 많이 주신 거 같아요.^^;;
    제 생각으로는 팁은 조금 덜 주고 그 돈으로 원글님 T셔츠라도 하나 사시지 그러시지
    그랬나 하는 생각이 나서요...
    다음은 홧김에 쓰시더라도 원글님만 생각해서
    원글님만 위해 쓰세요.

  • 12. 비슷
    '11.9.9 2:44 PM (125.143.xxx.40)

    아직 집도 없고 차는 어쩔수 없이 한대있고
    빚도 없으나 돈도 없고...전업이다보니

    나를 위해 쓸 돈도 여유도 없어요..

    어제 전 그 긴머리카락 댕강...자르기만 했어요..

    돈 안들이고 펌안해도 좋은 제 머릿결에 감사하면서...

    비싼 미용실가서 10%할인받아 27,000원 주었어요..ㅎㅎ

  • 13. ..
    '11.9.9 2:50 PM (110.14.xxx.164)

    잘하셨어요 홧김에 뭐 한다고.. 풀어주셔야죠
    저도 담달에 혼자 해외여행이나 갈까해요

  • 14. 미적미적
    '11.9.9 4:15 PM (211.173.xxx.164)

    저두 허구헌날 조카들 돈봉투돌리고 천원한장 안주는 형님한테 섭섭한거 접고 이젠 돈봉투 안만들어가려구요 그리고 추석에 어린 조카들 옷이랑 사줬는데 웃긴건 울 애들은 안사줬다는거 ㅠㅠ
    어제 오늘 매대상품이지만 두벌 사주고
    저도 파마하고 결혼전부터 있던 낡아빠진 지갑(미쓰일땐 명품 사서 썼는데 결혼하고 메이커 산건 키플링 크로스백이 전부)바꿨어요
    명절 기분내면서 내아이랑 긁으니 아깝지도 않네요

  • 15. ...
    '11.9.9 4:19 PM (112.72.xxx.151)

    잘하셨구요 다음부터는 머리에 돈들이는거보다는 그돈 적금이라도 하나부으세요
    노후대책이 필요없을만큼 부자시면 모를까 머릿하는데 드는 15만원 너무 아까워요
    님만이 쓸수있는 비자금 적금 해놓으시면 좋겠지요

  • 16. 동감..
    '11.9.9 5:23 PM (61.80.xxx.254)

    제가 겪은 일은 아니구, 우리 친정엄마 심정이 님같았을까 해서 심히 동감이 가네요. 지금은 그 힘든 시절 다 넘으시고, 점점 좋아질 일만 남았다 맘 편해 하셔요.. 뒤돌아 보면 정말 징글징글한 날이었대요.. 신혼시절 부터 아빠 월급 반을 시댁식구 생활비로 뚝 떼주면서 7년을 사셨더라구요. 결국에는 합가하고.. 엄청 싸우면서 사시고.. 에혀~~ 그런 일들도 과거되고 지금은 그때 진짜 힘들었다 웃으면서 사셔요.. 힘내시고, 열심히 살다보면 정말 좋은 날이 오더라고.. 저희 엄마 말씀하셔요.. 화이팅!

  • 17. 하늘바라기
    '11.9.9 6:12 PM (124.254.xxx.128)

    저는 결혼9년차인데 상황은 다른데 비슷한 처지라 공감가고 부럽습니다..머리하셔서
    잘하셨어요.. 전 며칠째 잠이안와서 술로 보내고 있어요
    저도 머리하고싶은데 머리하고 가면 시댁에서 돈있는줄 알까봐 참았습니다.. 소심소심

  • 18.
    '11.9.9 8:39 PM (1.246.xxx.124)

    잘 하셨습니다. 나를 위해서 쓰는 돈이니 너무 아까워 하지 마세요. 본인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겨야 주의의 사람도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고 누군가 그러다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333 대구 사시는 중학생 엄마들.. 시험문제 어렵지 않나요? 1 .. 2011/09/22 1,170
15332 족보닷컴 이용에 대해서..(어렵게 내는 학교?) 6 뒷바라지.... 2011/09/22 1,991
15331 해병 22% "구타ㆍ가혹행위 필요" 1 세우실 2011/09/22 951
15330 쟈스민님의 오이샌드위치 레시피 어디에 있나요? 4 오이샌드위치.. 2011/09/22 2,131
15329 우체국 주소이전 서비스 효과보신 분 계세요? 8 이사 2011/09/22 5,811
15328 중딩용 기적의 계산법 있나요? ... 2011/09/22 1,607
15327 세조랑 문종이랑 어머니가 같나요? 9 .. 2011/09/22 3,473
15326 비염땜에 유근피사왔는데요,어떻게 먹어요? 8 반짝반짝 2011/09/22 2,862
15325 가산 중학교 어떤가요? 금천구 2011/09/22 1,055
15324 유럽여행기 추천 해주세요 유럽 2011/09/22 1,078
15323 청계천 근처 도장파는 곳 추천부탁드려요 타히티 2011/09/22 1,550
15322 초등6학년 여아인데요 한자를 첨 하려구 해요 4 한자 2011/09/22 1,643
15321 남편이 중국출장 첨으로 가는데요 2 출장 2011/09/22 2,799
15320 고추보다 매운 시집살이는 언제부터?? 친영례와 서류부가혼.. 2 한국의 결혼.. 2011/09/22 2,626
15319 아들 비타민 2 비타민 2011/09/22 1,259
15318 네이버에 레몬테라스에서 강제탈퇴 당했는데 방법이 없나요? 3 아마폴라 2011/09/22 3,459
15317 영어만화나 책이나 읽으면 영어... 2011/09/22 1,036
15316 탄산수제조기 (소다스트림) 쓰시는분들. 6 아들둘 2011/09/22 3,066
15315 윤복희..여러분..눈물이 나더라구요. ..... 2011/09/22 1,191
15314 질문 1 질문 2011/09/22 852
15313 옛날에 경희간호전문대학이라고 있지 않았나요? 4 궁금함 2011/09/22 3,350
15312 말고기 요리 2 영심이 2011/09/22 1,135
15311 프랭클린 플래너 ceo 쓰시는 분~~ 1 플래너 2011/09/22 1,894
15310 아이들옷 장터 거래할때 조금만 마음을 넓게 하면좋으련만.. 3 찜찜 2011/09/22 1,948
15309 안상수 전 대표, 박태규와 수차례 만났다 세우실 2011/09/22 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