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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희 남편, 분노조절장애가 있나 봐요.--

ㅠㅠ 조회수 : 3,456
작성일 : 2011-09-06 00:33:56

원래도 화가 좀 많은 사람이에요.

 

신혼일 때 인터넷으로 고스톱을 치다가

주먹으로 서재 벽을 부순 적도 있고,

 

역시 신혼일 때 일본 여행을 갔어요.

남편은 그냥 앉아 있자고 하고 전 면세점 들러보겠다고 하면서 말다툼이 생겼는데

그 공항에서

정말 제 뒷덜미를 잡아서 마구 흔들면서 "그래, 가라! 가!!" 하고 마구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고,

 

첫째가 아기일 때, 명절 전날 시댁에서 자게 됐는데

한밤중에 애가 깨서 우니까

시끄럽다고, 자다 깨선 방바닥을 주먹으로 친 적도 있었죠.

새벽까지 음식 준비하다가, 그 껌껌한 새벽에 밖에 나가서 울면서 애 업고 재웠어요.

 

자기 밤에 TV 보는데 애 울어서 안들린다고 소리지른 적도 많고,

운전하다 조금이라도 거슬리거나 방해한 차가 있으면

꼭 옆으로 지나가면서 째려보고 욕하거나

앞에 가서 속도를 늦추고 그 차를 막아야 직성이 풀려요.

 

여름 휴가 여행지에선

중학생들이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횡단보도를 빨리 안지나간다고

정말 그 아이들 옷깃에 닿을 정도 거리를

엑셀을 마구 밟아 지나가더라구요. 겁이라도 주려는 듯이요.

뭐 그간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지만

최근 들어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터울 많이 지는 둘째가 태어나면서부터

요즘은 그 화가 6살짜리 첫째에게 집중되고 있어요.

 

침대에서 남편이 큰아이가 좋아하는 베개를 깔고 앉아 있다가 실수로 찢어버렸는데

아이가 울고 불고 하는데 달래주지도 않다가

나중에 한다는 소리가 "아빠는 이거 갖다 버리고 싶다"...

그래놓고 애가 운다고 또 애를 혼내요.

 

허구헌날 애한테 소리지르고 혼내지만

결정적으로 그제는,

아이가 앉아 있는 아빠 등에 올라타다가

실수로 등인지 옆구인지 어디를 아프게 했나 봐요.

평소에도 아이가 자기를 조금이라도 아프게 하면 불같이 화를 내는 편이지만..

그제는 "으이씨!" 하면서 애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살기가 확, 느껴지는 게- 정말 애를 칠 뻔 했어요.

6살짜리 딸아이를요.

 

물론 그랬다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만...

그래놓고 늘 나중에 후회하거나 사과는 해요.

어제도 회사에서 전화해서는 자기가 애한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후회하길래

당신, (정신)병 있는 사람 같다고 해줬어요.

 

원체 집안의 기질 자체가 불같은 데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지라 그런 양육방식이 투영된 것도 있을 테지만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정말 정도가 너무너무너무 심해졌네요.

 

휴우..

회사를 그만두면 나아질까요?

대학교 동기라 알고 지낸 것도 정말 오래 됐는데...

결혼 전엔 이렇게 불같은 사람인 줄 왜 몰랐을까요.

가족여행을 가도 회사 일로 계속 짜증에 화에..

아무리 회사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는 해도

남편은 스스로 화를 만들어내는 사람 같아요.

화낼 일이 아닌데도 화를 내는...

 

남편의 화가 저한테도, 아이에게도 축적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도 요즘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걱정이네요.

******

아주 다정다감한 아버지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달에 한번씩은 주말에 첫째만 데리고 영화도 보러 가고

역시 한달에 한번씩-_- 놀이터도 가고 하는데

한달에 한두번 잘해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평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 아닌가요?

 

시아버지가 원체 바쁘셨고, 아들들만 키우시면서 너무 엄하셨던지라

남편은 '자상한 아버지상'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듯 해요.

그런데 또 불가사의한 게, 어떻게 시동생들은 그렇게들 자식들에게 지극정성 자상한지...

시댁에서 모일 때마다 정말 너무 비교되니 속상합니다.ㅠㅠ

IP : 218.52.xxx.21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행복하기
    '11.9.6 12:44 AM (111.91.xxx.14)

    남편을 설득해서 치료받는곳에 가셔야지 이런글 여기에 쓰시면 상처만 받지요..남편 욕하면 님 기분이 나아진다면 모를까나;;

  • 원글
    '11.9.6 12:51 AM (218.52.xxx.213)

    다른집 남편들도 그런지 알고 싶었어요. (물론...아니겠죠?ㅜㅜ)
    도대체 일반적인 아빠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희 친정아버지는 너무 자상하셨던지라 평균을 모르겠네요.ㅠㅠ

  • 2. m.m
    '11.9.6 12:57 AM (118.33.xxx.102)

    가정환경의 영향이 클 거에요. 남편분이 첫째인가봐요. 역할모델이라곤 아버지밖에 없어서 어릴 때부터 화를 잘 냈을 거에요. 반면교사라고 동생은 그런 아버지와 형의 태도를 보면서 저러지 말아야지 해서 반대가 되었을 거고요. 순탄치 않았던 저희집 남매들도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시동생들도 자기집에선 어떻게 할지는 아무도 몰라요. 사람은 화가 날 때 성격이 나타나니까.. 조그만 일에도 화가 나는 건.. 자라면서 상처가 많아 조그만 상처에도 옛날의 큰 상처가 잠재의식속에 스쳐서 격렬하게 반응이 나타나는 거고요... 그런 식으로 자기를 보호하는 겁니다.. 더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요.. 심리치료 받도록 도와주세요. 저런 식의 대물림... 아마 학교 들어가고 사춘기되면 돌이키기 힘들겁니다. 아이도 이미 아빠에게서 상처받은 반응이 나오고 있잖아요.. 아이 심리치료 먼저 받아서 그런 결과를 애 아빠한테 알려주거나 해보세요. 심리치료 프로그램 보면 보통은 본인의 심각성을 모르다가 아이가 비뚤게 자라고 있다는 검사결과를 알게 되면 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더군요.

  • ㅡ.ㅡ
    '11.9.6 1:02 AM (118.33.xxx.102)

    글만 봐도 심각한데 아이가 영향을 받으면 또래집단과 어울릴 때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학창시절은 무사히 넘어갔다 하더라도 회사생활에서 영향받고 또 그 아이가 가정을 이뤄 손주를 낳았을 때는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제가 그 경험자입니다. 어른들은 치고박고 싸워서 토해내기라도 하지만 어린 아이는 그런 부당한 환경에 뭐라고 말도 못하고 숨죽이고 있다가 그런 화가 쌓이고 쌓여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성격이나 반항심 등등 부정적인 인성을 형성하게 됩니다.

  • 원글
    '11.9.6 1:09 AM (218.52.xxx.213)

    아..정말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가 4살 즈음 너무 소심한 성격 때문에 유아심리치료센터를 잠깐 다닌 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엄마 아빠의 엄한 양육태도 때문에-조부모에게서 되물림된- 그런 성격이 형성됐다고 해서 그땐 저희도 충격받고 나름 신경을 써서 아이 성격이 많이 개선되었었거든요. 그런데 동생이 생기니 첫째가 너무 커보이는데다, 미운 6살이라고 반항까지 해대니 더한 것 같아요.ㅠㅠ 심리치료센터 다시 한 번 가봐야겠네요. 그리고 저희도 꼭 가봐야겠어요. 혹시 부모들이 상담받을 수 있는 곳 추천해주실 만한 곳 있을까요?

  • ㅡ.ㅡ
    '11.9.6 1:23 AM (118.33.xxx.102)

    죄송하지만 제가 상담을 직접 받은 게 아니라서 딱히 추천해드릴 곳은 없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남편이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부부심리치료 상담 전문의가 계시는데 남자분이에요. 그분 괜찮더라고요. 여자 마음도 잘 알고 남자 마음도 물론 잘 아시고.. 그 프로그램 보니까 남편분은 남자 선생님한테 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bs 60분 부모 목요일마다 심리상담 코너가 있는데 그거 보면서 전 스스로를 치유했던 터라.^^; 거기 나오시는 오은영 선생님도 여기저기 많이 나오시고 좋은분 같아요. 남편분도 충격받았다고 하시니 같이 심리 치료 받으세요. 아이도 그렇고 서로를 위해 좋을 거에요. 아이가 그렇게 소심하면 당장 유아원을 가도 괴롭힘 당하기 십상입니다. 말 제대로 못하는 아이가 괴롭힘,따돌림 당하는 1순위거든요.. 사람의 인성은 가정환경, 부모님간의 대화, 부모님과 자식간의 대화에서 시작하니까 그 근본만 살짝 바뀌어도 그 효과는 엄청납니다. 힘내시고 꼭 치료받으세요!

  • ㅡ.ㅡ
    '11.9.6 1:31 AM (118.33.xxx.102)

    아 동생 생겼다고 하니까 드리는 말씀인데요.. ebs 다큐프라임에 '엄마가 달라졌어요'에도 비슷한 내용있어요. 강압적인 부모, 동생 때문에 질투, 반항하는 첫째.. 그것만 보셔도 마음이 편안해지실 거에요. 몇 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데 아빠든 엄마든 노력하는 거 정말 어려울 겁니다. 서로 많이 노력해야 해요. 특히 화날 때 조절하는 거 정말 힘들고.. 30년 이상 살아온 세월 무시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남편분을 많이 이해해드리시고 조금이라도 노력하면 그 노력 알고 있고 고맙다는 표현을 많이 해주시고 하세요.. 저도 제 자신을 알고 인정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렸고 노력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바뀌는 거 쉽지 않아요..

  • 3. .....
    '11.9.6 10:06 AM (114.202.xxx.173)

    원글님 남편분이 첫째인가요
    아마 시아버지가 첫째한테 보다 엄격하고, 강압적이었고,
    그 밑으로 둘째, 셋째 애들은 넉넉하게 품어주면서, 이뻐하면서 키웠을 겁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육아철학이란 게 전혀 없이, 아이를 낳게 되고
    첫 아이에게, 강한 기대를 걸고, 주변에서 본 대로, 모든 걸, 실험하게 되는 거 같아요.
    당연히 아이가 따라오지 못하면, 큰 실망감과 함께, 애 기를 죽이게 되구요.

    첫째에서 키운 경험을 토대 삼아서,
    둘째, 셋째에게는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게 되죠.
    (첫째가 그 나이때 해내지 못했으니, 동생들한테는 실험을 하지를 않죠)
    첫째에 비해, 몸집도 작고, 아기 같은 둘째,셋째들이 너무너무 사랑스럽죠.

    첫째가 성장하는 모든 과정 과정이 부모에게도 처음 마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혜롭게, 넉넉하게 품기 보다는, 전전긍긍하게 되는 경우가 많구요.

    더군다나 강압적인 스타일의 아버지 밑에서, 남편분은 감정과 자기생각을 억누르면서 자랐을 거에요.
    그게 미혼일 때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육아할 때, 가장 잘 드러나는 거 같아요.

    남편도 예전에 심리치료 받으시면서, 충격 먹었다고 하시지만,
    분노조절장애라는 게, 금방 눈에 띄게 나아지지는 않는거 같아요.

    계속 자신의 모습을 돌아봐야 하구요.
    무엇보다 아이나, 배우자에게서, 자신이 맘껏 표출했던? 분노조절에 문제가 있던 모습이,,
    반사되어 나오면, 뜨끔하면서, 고치려고 할거에요.

    남편이 치료해야할 것은, 자신 속에 남아 있는, 유년시절의 자신과 마주하는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어렸을 때의 상황과, 지금 큰 딸의 상황이 똑같다는 거,
    인지하지 못하면, 당신과 똑같은 상처를 가진 딸로 키우는 거다 라는거,,,알려주세요.

  • 4. 화풀이
    '13.10.11 4:46 PM (14.34.xxx.117)

    안녕하세요 EBS 힐링프로젝트 제작팀입니다!

    생각보다 분노조절때문에 고생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신것 같아요

    저희 프로그램은 '화'를 초점으로 하여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10월 27일 첫방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화로인해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고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2주간의 솔루션을 통해 화를 올바르게 풀수 있는 방

    법을 알려드림으로써 출연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컨설팅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혹시 남편분께서 여전히 분노조절이 힘드시다면 도움드릴수 있을까 하고 댓글 남깁니다!

    출연의향이나 문의사항이 있으시다면 02-2655-3392, ebs_hwa@nate.com 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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