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불교이야기 (스크랩)
.. 조회수 : 839
작성일 : 2013-05-14 21:43:27
복을 털지 말고 닦아라
나는 1946년에 절 집안으로 들어와서
소위 근래의 도인스님이라는 어른들을 거의 다 모시고 살았습니다.
이 어른들을 모시고 있을 때
참으로 고약하게도 공부보다도 이분들의 끄트머리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한 석 달을 지내고 나면 이 어른들의 생활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내가 모신 어른들 중에서는
금봉(錦峰) 노스님이 가장 거룩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의 앞에서나 뒤에서의 생활이 다르다는 것은 아직 공부가 덜 되었다는 증거인데
이 어른은 일상생활에 있어 안과 밖이 없었습니다.
신도들 앞이건 스님네 앞이건, 남자 앞이건 여자 앞이건
꾸밈이라는 것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설사 진리를 깨쳤다고 하고 도를 깨쳤다고 해도 원인과 결과,
곧 인과(因果)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면 꾸밈이 붙게 됩니다.
인과의 테두리를 완전히 벗어나버린 도인이라야
안팎의 꾸밈이 없어져 버리고 '나'를 가리는 커튼이 모두 없어져,
생사일여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움직이거나 말을 할 때도 공부가 끊어지지 않고,
심지어 잠을 잘 때에도 이 공부가 끊어지지 않을 만큼 된다는
어른들까지도 인과의 테두리를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원인과 결과의 도리라는 것은 그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마지막에 이 몸뚱어리를 시원스럽게 벗어버리고
자신있게 새로운 몸뚱어리 덮어쓰는 법을 모른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누구나 집은 비워줘야 됩니다.
이 육신은 언젠가 벗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내가 늘 불자들에게 '예금 부지런히 해 놓으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내 자신에게도 벌써부터 '집 비워내라'는 독촉장이 살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전셋집을 비워주고
다음에 지금보다도 더 좋은 집을 얻어 갈지 어떨지는 나도 자신이 없습니다.
지금은 젊다고 하시는 분들도 언젠가는 집을 비워줘야 됩니다.
다음에 들어갈 집이 지금보다 더 좋은 집이 될지
네 발로 기는 집으로 들어갈런지는 아무도 자신을 못합니다.
자신을 하려면 마지막 단계인 생사일여의 고비를 넘겨야만 됩니다.
잠자고 일어나는 속에서도 공부가 안 끊어질 만큼 몰아 붙여서,
마지막 이 몸뚱어리 벗을 때에 안 끊어지면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힘이 듭니다. 하지만 몰아 붙여 보십시오. 틀림없이 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공부 쪽을 하다 보면
생활인으로서의 책임이 빠져 버리고 반대로 생활에서의 책임을 다하다 보면
공부가 완전히 달아나버리는 두 갈래 길에서 허우적허우적 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몰아 붙이면 됩니다.
생각은 한 쪽 것만 하는 것 같은데
거의 무의식 상태에서 다른 쪽이 습관적으로 됩니다.
불교 문중에 발을 들여 놓은 우리 불자들의
다음 집은 지금의 집보다 더 좋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힘이 들어도 자기가 하고 있는 공부를 몰아 붙여야 합니다.
절대로 남을 건너다보지 말고, 내 공부 내가 하십시오.
남이 내 일을 해주지 않습니다.
가슴을 쥐어 짜든 말든, 심장이 파닥파닥 뛰든 말든,
통곡을 하든 말든, 내 일은 내가 해야 합니다.
아무도 내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은 없습니다.
내가 배고플 때에 곁의 사람이 밥을 먹는다고 내 배가 불러집니까?
내가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대신 가 줄 사람이 있습니까?
수명이 다했을 때 이 몸뚱어리 바꾸는 일을 어느 누가 대신 해 줄 수 있습니까?
내가 뿌린 씨앗은 내가 거두어야 합니다.
좀 힘이 들더라도 부지런히 부지런히 공부를 해서,
절에 다녔다는 인연으로 다음 집을 얻을 때에는 지금의 집보다 좋아져야 됩니다.
20여년 전 양산 내원사의 석불노전에 계셨던 노스님께서
고양이가 죽은 뒤 49재를 지내주고 난 다음에
영단 쪽의 고양이 위패를 쳐다보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복이 없어도 좋으니까 인간으로 오너라.
인간으로 오면 복을 지을 기회라도 있고 참회할 기회라도 있지만
네 발 가진 나라에 가버리고 나면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다.
복이 없어도 좋으니까 인간으로 오너라. 네 발 가진 나라로는 가지 말아라."
비록 복이 모자랄지라도 인간으로 다시 와야지,
인간의 집을 잊어버리고 네 발 가진 나라로 가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하려고 하면 좀 더 부지런히 부지런히 업장 참회를 하건 염불을 하건,
기도를 하건 봉사를 하건, 자꾸자꾸 복을 닦아야 합니다.
복을 닦지 않으면 뜻과같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남을 건너다보면 복도 닦지 못하고 내 공부도 못 합니다.
남을 믿거나 남을 의지하거나 남을 쳐다보지 마십시오.
어떻게 하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까이 해서
부지런히 부지런히 정진할 뿐 건너다보지 마십시오.
우리는 근기가 약하기 때문에 자꾸 건너다보게 됩니다.
자꾸 건너다보면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그에따라 업을 짓게 됩니다.
늘 약은 꾀에 속아 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올 한없는 복과 지혜는 영원히 멀어지고 맙니다.
아주 사소한 일 하나하나로 복을 깎아내리기도 하고 복을 쌓기도 합니다.
늘 몸(身)과 말(口)과 뜻(意)의 삼업(三業)을 조심하여
일상생활에서 복을 털지 말고 복을 닦아 가시기 바랍니다.
- 우룡스님 -
IP : 110.70.xxx.22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미혹
'13.5.14 9:55 PM (112.150.xxx.29)저장합니다
2. ....
'13.5.14 9:58 PM (39.118.xxx.163)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3. 원심
'13.12.14 4:28 PM (39.117.xxx.158)저장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259674 | 장수풍뎅이 키워보신분 계시면 몇가지 여쭤요 7 | 장수 | 2013/06/06 | 4,081 |
259673 | 부동산 대출후 전세 질문? 1 | 음 | 2013/06/06 | 599 |
259672 | 통영으로 1 | 기댈대는82.. | 2013/06/06 | 756 |
259671 | 염색할 필요 없이..... 흰머리 없애는 법 찾았다 13 | 건강 100.. | 2013/06/06 | 50,054 |
259670 | 필리핀에서 산지 1년반..그립네요. 11 | 써니맘임 | 2013/06/06 | 3,687 |
259669 | 포경 해 줘야 할까요? 고추를 자꾸 만져 물어보니.. 4 | 7살 남아 | 2013/06/06 | 3,998 |
259668 | 토라고 쑤시는데 이거 무슨 증상인가요? 4 | ㅠㅠ | 2013/06/06 | 701 |
259667 | 아이허브 첫구매합니다 5 | ㆍㆍ | 2013/06/06 | 1,171 |
259666 | dvd 제작해보신분 계신가요? 1 | 캠코더테이프.. | 2013/06/06 | 428 |
259665 | 아이튠즈에서 파일 다운 질문이요 1 | ... | 2013/06/06 | 505 |
259664 | 핏플랍 집에서도 신으신다는 분들.. 4 | 저기 | 2013/06/06 | 2,435 |
259663 | 흰머리가 자연스러워 보이려면 대략 몇 세는 돼야 할까요? 8 | 염색싫은데 | 2013/06/06 | 2,410 |
259662 | 이 날벌레의 정체가 도대체 뭘까요?? 4 | 괴로워요 | 2013/06/06 | 7,476 |
259661 | 오이지용 오이 사려고 하는데요 2 | 즐거운맘 | 2013/06/06 | 883 |
259660 | 엄마인 저는 물에 안들어 갈건데 수영복 입어야 하나요? 2 | 캐리비안베이.. | 2013/06/06 | 1,142 |
259659 | 에어컨 실외기 4 | 에어컨 | 2013/06/06 | 1,254 |
259658 | 면팬티라이너 추천해주세요 5 | ... | 2013/06/06 | 2,204 |
259657 | 수학 두문제만 풀어주세요 7 | 수학 | 2013/06/06 | 876 |
259656 | 초4 키플링 서울 괜찮나요?? 4 | 가방 | 2013/06/06 | 1,903 |
259655 | 세컨스킨 브라 완전 좋네요!! 8 | 내 스타 | 2013/06/06 | 8,596 |
259654 | 첫사랑의 기억은 정말 오래가네요.. 올해로 헤어진지 11년째인데.. 6 | 히히히 | 2013/06/06 | 3,555 |
259653 | 떡볶이에 본인들만의 레시피로 더 넣으시는 것 있나요 ? 15 | .... | 2013/06/06 | 3,348 |
259652 | 돈...벌기는 힘들고 쓰기는 쉽다. 7 | ... | 2013/06/06 | 2,371 |
259651 | 가수 김범수의 집 공개 7 | 깔끔맨 | 2013/06/06 | 7,785 |
259650 | 엄마의 피싱 문자 한줄 대처법 2 | ㅋㅋㅋ | 2013/06/06 | 2,6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