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직장으로 출퇴근하기도 편하고
아이 키우기에도 좋은 환경이라고 해서
사원 주택으로 이사온 지 1년이 지났어요.
여기가 좀 특이한 구조라서 아파트나 연립 같은 형태가 아니라
작은 집집마다 작은 개별 마당이 딸려 있는 형태로
똑같은 모양의 집들이 한동네를 이루고 있어요.
처음에는 좁아도 마당 있는 집에 이사 와서 참 좋고
이웃들도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
서로 왕래하며 지내니 외롭지도 않았어요.
남편들도 직장이 같으니 쉬는 날 서로 어울려 지내며
한동안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남편 직속 상관인 분이 바로 앞집에 계신데,
그 사모님이 완전 시어머니 모드로 시집살이를 시키네요.
제가 이사올 무렵에 사모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그랬는지
별다른 터치 안하고 지내시더니
올봄에 건강이 회복되신 뒤부터는
남편들 출근한 뒤에는 거의 매일
부하 직원 부인들한테 차 마시러 오라고 호출하세요.
그러고는 다들 모인 자리에서 제가 사는 방식에
일일이 태클을 거시더라구요.
제가 살게 된 사택이 가장자리 집이라 유독 마당이 좁아요.
그래서 그냥 꽃만 심고 텃밭 가꾸지 않았더니
텃밭 가꾸지 않는다고
요즘 젊은 엄마들이 가족들 건강은 신경 안 쓰고
자기 좋은 일만 하려고 든다고 잔소리.
제가 집 근처 산에 등산 가서 예쁜 야생화를 몇 뿌리 캐 와서 심었더니
다른 건 잘만 사면서 집 꾸미는 데 드는 돈은 아낀다고 비꼬시더라구요.
제 앞에서도 대놓고 말씀하시더니
저 없는 자리에선 아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놨더군요.
문제는 그런 얘기들을 제가 모르면 좋겠는데,
꼭 그런 얘기를 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죠.
사모님 성격이 유별나긴 해요.
제가 이사오기 전에는
다른 직원 부인을 그런 식으로 갈궜다고 하네요.
그래서 결국 그 사람네 가족은 다른 곳으로 이사갔어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이도 없었으니
더 이사를 결정하기 쉬웠나 봐요.
사모님도 사모님이지만,
그런 사모님한테 휘둘려서 동조하는 다른 직원 부인들이 있어서
더 힘드네요.
동네에 들어오고 나가는 길이 하나 뿐이라
집집마다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빤히 보이니까
제가 주말이면 아이 데리고 외출 자주 하는 것 가지고까지
흠을 잡으려 들더군요.
여기 계속 있으면 제 마음이 망가질 것 같아서
이사가고 싶은데 애가 집 근처 학교에 즐겁게 다니고 있어서
이사를 결정하기가 망설여져요.
눈 딱 감고 견뎌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