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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엄마가 살아야 아이가 산다

| 조회수 : 2,669 | 추천수 : 187
작성일 : 2009-09-15 00:44:32
첫 아이를 낳고 입원실로 옮겨진 뒤에 식사 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잘 자고 있던 아기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식사를 거의 마치려던 참이기는 했지만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밥을 넘길 수가 없어서 결국은 수저를 놓고 아기를 안아 들으려 했다. 그때 식사를 가져다 주고서 병실을 정리하고 있던 간호사가 손을 내저으며 하던 식사부터 마치라고 하였다. 아기가 우는데 어떻게 식사를 하느냐고 했더니 빙긋이 웃으며 아기는 조금 전에 젖도 다 먹었고 기저귀까지 다 봐주었으니 잠깐 정도는 울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억지로 다시 수저를 들고 식사를 계속하려는데 아이는 저혼자 울음을 그쳤고 조그마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다시 잠이 들었다. 밥을 한술씩 입에 넣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려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나를 말리는 바람에 아기를 울게 내버려 둔 백인 간호사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내 서운한 마음을 느꼈는지 나이가 지긋한 간호사가 곁에 와서 내 손을 두드려주며 말했다.
"지금처럼 아이의 필요와 나의 필요 중에서 어떤 것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할 순간들이 수없이 많을 거에요. 많은 엄마들이 나의 필요를 먼저 생각하는 일이 이기적이라고 생각들을 하지요. 나도 그랬구요. 하지만 그때 그때의 순간만을 생각하지 말고 멀리 보세요. 엄마가 먼저 살아야 해요. 그래야 아기가 살아요. 집에 가서도 꼭 기억하세요. 엄마가 먼저 먹어야 하고 엄마가 먼저 잘 자야 한답니다. 그래야 아기가 정말로 살 수 있어요."

1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나는 50대 후반의 그 간호사 아줌마의 말이 귀에 선하다. 내가 항공사에서 일했었다고 했더니 산소 마스크에 비유하여 엄마의 역할을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고 나야 옆 사람을 도와줄 수 있고 옆 사람에게 먼저 산소마스크를 씌워주려고 한다면 그러다가 자신과 옆 사람이 모두 죽을 수도 있다는 안전수칙을 예로 들면서 엄마가 건강해야 한다고 일러 주었다.

그 간호사의 말 그대로 병원에서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날마다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한다. 아이의 필요와 나의 필요 사이에서 누구의 필요가 먼저 충족되어야 하는지를 순간 순간 갈등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의 필요만을 염두에 두다가는 내 마음이 금새 바닥이 나버리고 나의 필요만을 생각하기에는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이 너무 많다. 하지만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있고 지혜로운 엄마로 살아가기에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아이를 잘 키우기로 유명한 유태인들은 아버지가 유태인이고 어머니가 이민족인 경우에는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에게 유태인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에 아버지는 이방인이라 할지라도 어머니가 유태인인 아이는 유태인으로 인정을 해준다고 한다. 유태인을 유태인으로 키우는 것은 어머니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지혜가 엿보이는 정책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 민족 고유의 문화, 즉 생활 예절과 음식을 포함하는 민족 특유의 정신유산을 아이에게 심어주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어머니라는 것이다.

외국 생활을 통한 내 경험에서도 한국 음식이나 한국 고유의 것들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어머니를 둔 아이는 짧은 기간 동안 해외에 있었다 해도 쉽게 타민족문화에 동화가 되지만, 한국적 요소가 강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 자라도 때로는 한국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더 한국화가 된다. 아버지가 미국인인 경우라도 한국 음식을 즐기는 어머니를 가진 아이는 한국 음식을 잘 먹는 아이로 자랄 것이고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도 서양 음식을 더 즐기는 어머니를 가진 아이는 한국 음식보다는 서양 음식이 더 입맛에 맞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이가 귀하면 귀할수록 그 귀한 아이를 더 잘 키우기 위해서 엄마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해야 한다. 예전의 우리 전 세대의 어머니들은 엄마가 죽도록 희생을 해야 아이가 산다고 믿었지만 세상이 변하고 아이들도 변해가는 요즈음엔 엄마가 꼭 살아나야 한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은 자존감도 배우고 자긍심도 배우기 때문이다.

때때로 주변의 일하는 엄마들이 걱정에 쌓여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건지를 물어온다. 이유는 대부분 아이가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일을 그만 두고 전업주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죄책감 속에 시달리는 마음 여린 엄마들을 보면 나도 남의 일같지 않아 안쓰럽기만 하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일하는 엄마가 될 것이냐 전업주부가 될 것이냐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정 요소는 아이 문제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 자신에게 있는 것같다. 어느 편이 엄마의 마음을 가장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에 따라 아이에게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이 미쳐지게 될 것이다.

전업주부로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한 엄마가 피치 못해 혹은 남에게 뒤지는 것같아 직업을 가진다면 결코 직장 생활이 기쁘고 보람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보람된 직업을 가지고 기쁘게 일하고 있는 엄마가 타의에 의해 직장을 그만 두고 전업주부가 된다면 역시 행복한 마음으로 살림과 육아에만 전념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느 쪽으로 마음을 정하든지 엄마가 기쁘고 행복한 모습을 잃지 않을 수 있어야 그 곁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자신의 직업을 보람되게 느끼고 희열을 느끼며 일하는 역동적인 엄마를 통해 아이들은 직업에 있어서의 중요한 역할 모델을 배울 것이고 전업주부로서 열심히 집안을 가꾸고 손수 맛있는 음식으로 아이들과 남편의 입맛을 기쁘게 해주는 멋진 엄마를 통해서 미래의 아내와 미래의 엄마라는 역할 모델을 보게 될 것이다.

독일의 심리학자였던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자신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남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건강한 욕구의 발현이며 그것이 선행되어야 남의필요를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을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변질된 사랑이거나 집착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가을이 찾아오는 하늘을 보며 내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선  복숭아 홍차부터 한잔 따라놓고 좋아하는 음악이라도 들으며 그 무엇보다도 먼저 나를 사랑해주어야 겠다고 새롭게 마음을 먹어본다.

[출처] 꽃밭에서 (37) 엄마가 살아야 아이가 산다|http://blog.naver.com/kmchoi84/9001946263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배시시
    '09.9.15 2:05 AM

    저에겐 생각처럼 쉽지않지만, 참 공감합니다.

  • 2. 홍선희
    '09.9.15 6:11 PM - 삭제된댓글

    공감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3. 맨날낼부터다요트
    '09.9.17 11:28 PM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침 제게 딱 필요한 말씀이에요...

  • 4. 포카
    '09.9.21 3:16 PM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오늘 저에게 딱 필요한 말씀인거 같아요.

    제가 저를 사랑하는 방법 먼저 고민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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