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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부모의 말로 받는 상처

| 조회수 : 2,219 | 추천수 : 118
작성일 : 2009-09-03 22:41:54
미국 사람들은 아이들이든 어른들끼리이든 남의 별명을 부르는 일(name-calling) 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 들인다. 대수롭지 않게 들리는 별명도 우스갯소리로 들어 넘기기 보다는 무례함과 무신경함의 결과로 생각하고 언짢아 한다. 처음에는 너무 예민한 것이 아닌가 했지만 세월이 갈수록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간다. 어쩔 수 없이 분위기때문에 우스갯소리로 들어 넘기는 척을 했지만 사실은 마음에 걸려 속으로만 화가 났던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체면 상 뭐라 하지는 못하고 거슬리는 말로 나를 불렀던 그 사람을 남몰래 미워하다가 세월이 지나가던 경험을 우리는 하나 둘씩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자의식이 강해서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아 주는가에 많이 좌우된다고 한다. 자기가 스스로 자기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미처 발달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자신이 능력 있는 아이로 보여진다는 생각이 들면 들수록 학교생활을 능률적으로 하는 경향이 많고 무엇이든지 잘 못하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는 아이일수록 실제로 성취율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별명을 부르는 일도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겐 상처가 되는 수가 많다. 어른들끼리는 귀여워서 부르는 '못난이' 등등의 부정적인 이름들은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아이들의 마음에 부정적인 자아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요소가 된다. 아이에 대해서 말할 때에도 '너는 왜 ....를 잘 못 하냐, 왜 그 모양이냐'고 못하는 것을 들어 말하기 보다는 잘하는 것을 위주로 말해 주는 편이 아이의 마음에 더욱 어필할 수 있다.

아이들의 마음은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점점 더 움추러 들어서 자신은 정말로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굳어지게 된다. 이렇게 한번 부정적 자아가 형성이 되기 시작한 아이는 매사에 의욕이 없고 자신감이 없으며 남들의 평가가 두려워 경쟁의식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으며 무슨 일든지 다 끝내고 나면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예 일을 끝마치기 싫어하는 일이 많아진다고 한다.

주변의 그 누구보다도 부모의 말은 아이에게 커다란 의미가 되게 마련이다. 실제로 아동 상담의 현장에서는 부모가 무심코 던진 한 두 마디의 부정적 평가가 아이의 마음에는 비수처럼 박혀서 아무리 잘 하고 싶어도 자기도 모르게 움추러들어서 실패를 거듭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다른 모든 사람이 모두 그 아이를 칭찬하여도 용기를 주려고 애를 써도 낳아 주고 길러 준 엄마 아빠의 따뜻한 눈길 한번과는 겨룰 수가 없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따라 날마다 아이의 교실까지 데려다주다 보면 많은 엄마들과 마주친다. 모두들 새학년 새학기에 대한 기대로 가득 팽배해있는 분위기이다. 학부모 연수 시간에 교장선생님의 말씀처럼 '죽을 지경으로 예쁜 아이들'에 대한 엄마들의 기대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때까지 집에서 곱게 데리고 있던 아이들을 유치원보다도 더 큰 학교라는 사회에 보내자니 엄마들은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아침마다 교실로 들어가는 건물 입구에서는 무언가 한없이 닥달을 하는 엄마들과 아무 말도 못하고 닭똥같은 눈물만 뚝뚝 흘리며 신을 갈아신는 아이들이 가득하다. 엄마의 마음은 벌써 교실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그대로 따라와 주지 못하는 아이는 하염없이 꾸물대며 신발주머니와 씨름을 하기 때문이다.애가 타는 목소리로 험한 말도 마다 않고 아이를 몰아부쳐야 하는(주로 빨리 빨리 움직이지 못한다는 이유로) 엄마와 애꿎은 신발주머니 때문에 '바보'소리를 듣고 인생의 첫 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의 마음은 어떤 빛깔일까.

언젠가 남편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어른들이 모여 앉아 자기더러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너희 엄마는 지금도 다리 밑에 가면 있다'는 말을 해서 서럽고 억울한 마음에 정말로 다리 밑에까지 가서 엄마를 찾아봤다는 말을 했었다. 형제들 중에 자기만 입모양이 달라서 정말로 그 말이 믿어지더란다. 4 남매의 막내였던 남편은 위의 형과 누나들과 나이 차이가 좀 나는 편이었는데 형과 누나들보다 빨리 달리지를 못하니까 전쟁이 다시 나면 혼자서 뒤에 쳐져서 피난도 제대로 못 갈거라고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별일 아니게 기억을 더듬어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때 그 어린 나이의 아이에게는 얼마나 기가 막힌 이야기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와 아이 사이의 많은 대화들을 부모는 세월 속에서 미처 다 기억하지 못해도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남편의 경우처럼 때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가슴 속에 각인되는 기억도 있을 것이고 어렵고 힘든 시기가 올 때마다 감춰 둔 적금통장처럼 꺼내어 보며 용기를 얻게 하는 기억도 있을 것이다. 내 아이가 좀 뒤떨어지고 못하는 부분이 많아도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천륜이기에 혀를 끌끌 차며 내 아이보다 나아보이는(실제로는 오십보 백보인데) 남의 아이를 쳐다 보기보다는 나를 닮아 그러려니 하고 한번 더 끌어 안아주는 편이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어느 날 아침에 마주친, '바보같다' 소리만 수십번을 듣고 울고 들어간 그 아이가 자꾸만 눈에 아른거린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바람
    '09.10.23 6:52 PM

    아이들이 점점 커갈수록 내가 쉽게 건낸 말이 나쁘게 커져가는 걸 보게 됩니다.

    내 아이니까, 귀여우니까 편하게 대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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