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도 내년이면 45살 되어가니~~??언제 그렇게 되었니? 오년만 지나면 너도 오십나이니?"
조용한 저녁에 엄마가 생각난듯이 언성이 높아졌어요.
그저 언성만 높을뿐인데 움찔 놀라서 잠시 엄마얼굴을 보았어요.
"나는 이제 그만 죽고싶은데 왜 안죽어지냐~ 허리도 어깨도 다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눈도 잘안보이고
귀도 안들리고, 이빨도 아프고...하이고, 이겨울 지나고 또 사는거냐??"
엄마는 좀처럼 그래도 생각보단
신세한탄을 많이 하진 않는편이에요.
누구보다도 엄마의 인생을 잘 알고있는 저라서
어떤 말도 전 해줄 수가 없지만 이미 제 머리속으로는
힘들고 불우했던 어린시절,유년시절, 청소년시절등등이
주마등처럼 순식간에 흘러가고있지요.
그 영화필름같은 지난날들은
이미 희끗희끗해진 하얀 머리칼의 엄마에게도
읽혀지고 있는중이었는지
"그땐 정말 힘들었어."
깊이 고랑진 주름살로 뒤덮인 엄마의 입술은
그렇게 후미진 기억 어느 골짜기주변을 헤아리고 있더라구요.
술집주방에서, 공장에서, 식당에서, 파출부로
온갖 막일을 하러 다니며 온전히 쉬어보지 못하고 살았으면서
알코올중독자였던 남편에게 구박당하고 머리채와 돈을 뜯겨가면서
글씨한번 온전히 자신있게 써보지못하고 살아왔던 지난날들.
그렇게 힘들고 피곤한 삶을 살아야했던 엄마를 둔저도
정말 막막할정도로 힘들었어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욕이 가난한 우리집에 늘 뜨거운 냄비처럼 들끓고
새벽늦게까지 마당에서 싸우고 엎어지고 칼까지 엄마품으로 넘나드는
그런 환경속에서
저는 무서운 허기까지 견뎌야했거든요.
짐짝쳐다보듯이 흘겨보는 부모님덕분에 제 존재가 정말
스스로도 치사하고 싫었어요.
세명의 자식들중, 두살 많았던 제가 집안일을 다하고
심부름도 다 도맡아하고, 시킬려면 한꺼번에 시키지
몇번을 골목길을 뛰어다니다보면 숨이 차서 쓰러질것같았던
그 헛헛했던 유년시절들.
-저질이라는둥, 똥만 든 머리라는 욕을 늘 받고 살았어요.
그 욕이 사정없이 제 머리위로 떨어지는데
사람들은 깔깔대고 허리를 쥐며 웃었어요.
그런 힘들었던 것을 저도 엄마에게도 이야기했는데
엄마는 전혀 공감하지 않아요.
"그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오로지 그때 힘들었던 엄마의 모습만 있고
그 힘들었던 엄마에게서 상처받았던 저는 전혀 기억에 없어요.
그게 내심 서운해지면서도
뭔가 엄마와 내가 건널수없는 강이 사이에 있는것같은
아득함이 느껴져서 전 그저 엄마얼굴만 잠시 바라볼뿐.
그러면서도 또 이번겨울이
지나고 또 새로운 봄이 찾아와
쓸쓸한 엄마의 창문에 햇살만 무지개빛으로 어룽대는날
엄마는 또 얼마나 이 생을 힘들어할까
안타까워져요..
그러면서 더 쓸쓸한 엄마의 말
애지중지 오냐오냐 귀엽다고 쓰다듬고 키운 애는
내가 늙고 병들었다고 쳐다도 안보고,
식모노릇도 못할것같은 애한테 이제와서 내가
도움을 받는구나.
야야, 난 너를 사랑한다~~
너무 맘에 와닿지않아요.
그냥 제가 어느덧 엄마를 이해할수있는 여자라는것만
깨닫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