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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꼬막의 추억

| 조회수 : 8,096 | 추천수 : 5
작성일 : 2017-12-31 05:32:31




한해가 가고 옵니다.

진즉부터 키톡에 인사를 올리려 하였으나,

이곳에 올릴 만큼의 음식 사진이 없..ㅠㅠ

괜츤다면 감이라도 보고 어찌 입을 다시..감!




82쿡 대문에 한동안 걸린 꼬막을 보았습니다.

외면했습니다.

평생 식욕이 날 저버린 적이 없는 사람

그래서(?) 엄마손 곰손인 사람

그러다, 책을 펼쳤습니다.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시선집이 50회를 넘었을때

시집을 낸 시인들의 자선 시와 덧글을 하나씩 뽑아 

기념 자선집 영원한 귓속말을 내었답니다.



시들은 좋은 데
그냥 좋을 뿐이고.

자신의 시옆에 달린 덧글들이 더욱 절절합니다.




한살림에서 벌교 참꼬막을 샀다. 입을 헤 벌리고 있다.
살기를 포기하고 그리움까지 놔버린 얼굴을 보고 말았다. 
길을 잘못 들어, 갈 데까지 간 꼴이 지금이라면 꼬막에게 뭔가를 물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 정대웅 시인, 참꼬막 >중에서






이역만리라도 왠만한 건 다 살 수 있는 곳에 삽니다.
그러나, 다 살 수 있는 곳에서도 꼬막은 없다는 거.

엄마가 시장가서 바퀴달린 카트에다 싣고온 
망탱이에 담긴 수북한 꼬막을 싱크대에 넣고
빨래를 하듯 무척이나 치대어 씻어 내고,
들통에 넣어 후루룩 짧게 끓여서 
TV앞에 앉은 아빠앞에 숟가락과 함께 밀어 놓습니다.
'자..묵고 잡은 사람이 까시오'

무뚝뚝한 엄마가 한마디를 남기고,
보던 일 보러 부엌으로 가버리면,
아빠는 얼른 소파에서 내려앉아
귀신같은 속도로 꼬막을 까냅니다.
숟가락을 꼬막을 궁둥이부분의 
가장 단단히 붙은 부분에 넣고 삐끗~해줄 뿐인데
1분에 10개는 더 까는 듯 합니다.

그렇게 깐 꼬막은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
우리 남매는 아빠 옆에 앉아 
꼬막의 궁둥이부분이 아니라,
서울 사람들 모냥으로 손으로 입을 간신히 벌려 
그 흐드드한 국물이 가득한 꼬막을 
그 따스한 액즙을 마시곤 합니다.

'옷에 묻히지마. 냄새가 참말로 어지짢으~'라던 아빠가 제일 많이 묻히고.

꼬막 삶은 물을 버리지 않고,
그 웃국물을 밥한공기 싸이즈로 양념장에 넣고
집간장을  살짝 넣고, 고추가루 한스푼, 마늘쫑쫑, 파송송, 깨를 넣으면
꼬막이 완성됩니다.

국물이랑 같이 훌쩍훌쩍 찍어 먹고, 
밥에도 비벼먹고,
파래무침과 함께 무척이나 그리운 우리집 겨울밥상입니다,

겨울이 가까와지면,
엄마는 꼬막껍질을 다 떼버리고
양념을 좀 세게하여, 속 꼬막들만으로 도시락반찬으로 싸주시곤 햇는데
나는 간지가 나지 않는다하여 싫어라 하였으나,
부모마저 서울내기가 많았던 내 친구들은 조개가 맛있다고 무척 좋아하였습니다.

그런 꼬막의 모습이
조정래선생의 관능적인 묘사로 태어나고,
정대웅시인의 정신줄 놓은 모습으로 다시 묘사되니,
겨울철이라 특히 대놓고 식욕이 돋아 
그리움마저 놔버린 얼굴이라는..표현에도 입맛만 다시는 나는 민망할뿐.

다시 말하지만, 
나를 키운 건 꼬막입니다.
한 2푼 5리정도?




새해에도 먹을 수 있을때 챙겨 먹고,
우리 모두 힘 쎈 아줌마가 됩시다.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3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비비
    '17.12.31 7:17 AM

    씻기도 싫고 까기도 싫고 일일이 양념 얹기도 싫어서...고기나 대충 구워줄 식탁에....슈퍼에 따라간 남편이 꼬막이네~~ 그래 니가 먹고싶니? (속으로....보통 존대함돠) 하며 담았다가 계산대서 식겁했습니다. 한팩이 만원이 넘더군요 ㅠㅠ.....씻는다고 짜증 삶는다고 짜증..

    진짜 국산조개류중에 아직 속이 꽉찬게 있다면 꼬막인가봅니다...대부분 어릴때 꽉찼던 속가진 조개를 도통 볼 수없었거든요...비싸서 맛난지.. 오랜만에 먹어 그랬는지...

    한국사는 행복으로 꼬막먹을 수 있었음이 쑥마늘님 덕분에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 쑥과마눌
    '17.12.31 9:19 AM

    한팩에 만원이라니..ㅠㅠ
    대식가는 울고 갑니다.
    속으로만 말 놓는 그대는 진정 대인!
    꼬막은 사랑이라죠.

  • 2. 쩜쩜쩜쩜
    '17.12.31 9:44 AM

    진정한 키친'토크'네요ᆞ
    꼬막에게 물었다면 무어라 답을 했을까요?ᆢ
    쑥과마늘님~해피뉴이어~^^*

  • 쑥과마눌
    '17.12.31 9:56 AM

    제가 토크만 한다면, 무척 자주 들릴 수 있다지요 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3. 에르바
    '17.12.31 9:44 AM

    저희집 명절에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명절음식이 바로 꼬막입니다
    시댁 어른들이 너무나 좋아하시는지라....
    예전엔 이,삼천원 어치만 사도 한바구니
    그들먹했는데 윗분 말씀마따나 이젠 너무너무
    비싸져서 한팩이 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저희식구 두어끼 먹으려면 이만원어치는
    사야 한답니다.
    저희도 숟가락으로 까는데
    엊그제 만물상마트에 갔더니 꼬막까는 집게가
    보이길래 얼른 사왔어요.
    아직은 안써봤는데 이번 설에 활약을 기대해 보렵니다.

  • 쑥과마눌
    '17.12.31 9:59 AM

    저희 집은 들통에 끓이고, 응팔의 성동일처럼 먹었다죠. 입맛의 기억이 고향의 기억이 되고, 무척이나 젊고 쌩쌩했던 부모에 대한 추억이 되네요^^

  • 4. 호박잎
    '17.12.31 10:03 AM

    한 해 마지막 날 꼬막 글 잘 읽었습니다.

  • 쑥과마눌
    '17.12.31 10:23 AM

    올해가 가기전에 글 올리고, 인사하고 싶었답니다. 올해 우리 모두 진짜 수고많았다고..쓰담쓰담..ㅎㅎ

  • 5. 고고
    '17.12.31 11:42 AM

    피꼬막 5천원치 사 씻고 삶고 다시 씻고 한 시간여 노가다에 두 번 다시 내가 꼬막을 사면
    사람이 아녀라 해놓고 며칠 전에 또 5천원어치 샀습니다. 세 식구 거뜬하게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꼬막 밥상 앞에서 아버지가 꼬막을 좋아하셨는데 말이 동시에 나오게 하는 꼬막
    맞습니다. 꼬막은 사랑입니다.
    새해에도 쑥과마늘님 글을 종종 뵙길 바랍니다.

    참, 저는 문학동네에서 나온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 보는 중입니다.
    10부터 역으로 내려가면서 한국단편 소설의 변화,
    그리고 황석영의 단편과 김윤식의 내가 읽은 우리 소설
    두 선생들의 아주 미묘한 차이를 읽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 쑥과마눌
    '17.12.31 11:50 AM

    사람이 아녀라..ㅋㅋ
    울 엄니도 아빠가 꼬막을 까주지않으면 안만드셨다죠. 그런데, 돌이켜보니, 아빠의 꼬막까기 스킬이 없어도, 자식들이 먹고싶다면, 손으로 일일이 까서 내놓으셨다는..ㅋㅋ

    책을 역으로 내려가는 거..
    제가 잘하는 일인데. 반갑습니다
    기회되면 저도 읽어 보는 걸로

  • 6. 각시둥글레
    '17.12.31 6:02 PM

    올핸 여기서도 꼬막 맛보기 힘듭니다.
    지난해 풍년이어서 그랬던가
    어인일인가 반가워 많이도 먹었던 꼬막이
    올핸 통 보이질 않습니다.
    참꼬막하고 피꼬막을 구별할 줄 아는 건 그 크기와
    피가 보이나 안 보이나? 정도이긴 하지만
    피꼬막 가득 실은 트럭은 종종 보이는데
    그 맛있는 참꼬막은 올해 거의 실종 상태랍니다.
    어이된 일일까요?
    꼬막도 해거리를 하는 걸까요?
    꼬막이 먹고 싶었는데
    츄릅~ 님의 옛추억만 먹고 갑니다.
    멀리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쑥과마눌
    '18.1.1 7:03 AM

    꼬막도 해거리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희망적입니다. 저같은 대식가는 풍년을 기약하기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7. 해몽
    '17.12.31 7:43 PM

    한편의 수필이네요
    막 삶아낸 쫄깃한 꼬막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고 아버지를 중심으로 남매가 나름의 자세로 꼬막의 맛을 음미하고 있는 그런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져요 약간 골든 옐로우 빛으로
    필름을 약간 씌운 추억어린 그런 풍경

    음식 사진이 없어도 꼬막 요리가 눈에 보듯
    선합니다 가끔씩 또 글 올려 주세요 글에서
    아주 진한 맛이 우러나네요^^

  • 쑥과마눌
    '18.1.1 7:05 AM

    고맙습니다.
    음식사진이 없이..오늘도 찾아왔지요.ㅋ

  • 8. 칠산
    '17.12.31 8:13 PM

    꼬막에 대한 멋진 추억을 가지고 계시네요
    벌교꼬막이 참 유명하죠
    고향을 찾아가다가 벌교 한정식집을 들리곤 했는데
    내가 왜 이 한정식을 꼭 찾았나 싶은게
    지금 생각하니 양념장 얹은 뚜껑 열린 꼬막한접시
    때문이였나 싶어요

    아버지 살아생전 벌교를 중간거쳐 다니던길
    안계신 지금은 언제갔나 까마득..
    꼬막애기에 고향생각 한구절 떠올리게 되네요
    잘 읽었어요

  • 쑥과마눌
    '18.1.1 7:07 AM

    음식들을 어찌 그리 맛나게들 하시는지.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에서도 바닷가편만 골라 봅니다.

    어린 시절 밥상에 고기는 드물어도,
    가지가지 생선들을 먹었던 기억들이 참 오래갑니다.

  • 9. 미란다
    '17.12.31 8:20 PM

    맨위 나무 사진, 느낌이 정말 좋아요~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하고 추억도 하게되는 글 잘 앍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해 되세요~

  • 쑥과마눌
    '18.1.1 7:37 AM

    감사합니다.
    산책하는 곳에 계절이 지나가면
    핸드폰에 담아 두었다가
    이리 쓰곤 하지요.

  • 10. 별헤는밤
    '17.12.31 10:42 PM

    자게의 팬은 이렇게 키톡의 팬으로 이어가지요^^
    사진 따위 눈에 안들어와요.
    글에 이미 취해서^^

  • 쑥과마눌
    '18.1.1 7:08 AM

    감사합니다^^
    다음에 자게 또 찾아 갑니다.ㅋㅋ

  • 11. 미니2
    '18.1.2 3:22 PM

    꼬막글에 침흘리고, 당장은 먹을 수가 없어서 시집이나 사려합니다^^

  • 쑥과마눌
    '18.1.3 4:54 AM

    새해 첫 소비로 시집강추입니다.
    시를 쓰는 삶보다
    시를 읽는 삶에 더 뽀인트가 있다더군요^^

  • 12. 까만봄
    '18.1.2 3:51 PM

    이건 뭐~
    짧짤한 꼬막맛에 눈물맛도 나네요 .
    음식이 주는 기억은 유난하게 따습게 느껴집니다.
    늘 숨은 팬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그냥 맹인이라도 가늠케하는 글솜씨로 자주 자주 오세욧.^^

  • 쑥과마눌
    '18.1.3 4:55 AM

    감사합니다
    따스하게 맞아주시니, 넘 좋네요 ㅎ

  • 13.
    '18.1.2 7:59 PM

    꼬막-벌교-소화로 어김없이 이어지는 이미지와 함께
    글 읽는데
    응?
    자, 묵고 잡은 사람이 까시오~~~

    어머님은 얼마나 따뜻한 분이셨을까요?

  • 쑥과마눌
    '18.1.3 4:55 AM

    공정한 사람이십니다 ㅋ
    무심한데 무지 공정하심니다. 스스로에게도..

  • 14. hangbok
    '18.1.3 12:47 AM

    전 잘 모르지만, 왠지 짧은 수필집 읽은 느낌.... 완전 정신이 맑아 쥐고 마음이 따뜻해 지네요.
    키톡이 참 좋다...는 느낌을 주시네요. :) 감사 합니다.

  • 쑥과마눌
    '18.1.3 4:58 AM

    일년에 한두번 키톡에 들립니다.
    이곳의 평균 요리솜씨를 낮추기도 하고,
    옆으로 새는 이야기를 하는 맛을 보이기도 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

  • 15. 소년공원
    '18.1.3 6:28 AM

    꼬막수필
    문학중년 쑥과마눌 지음
    82출판사

    이렇게 책 한 권 내셔도 될 것 같아요.

    예전에 드라마 리뷰 글 읽고서 쑥과마눌 님 팬이 되었는데, 음식에 관한 글도 참 좋네요.
    키친토크에 토크만 있으면 충분하고 사진은 옵션 혹은 덤이니, 부디 음식 사진 없더라도 이렇게 좋은 글 종종 올려주세요.
    (저는 사진도 없고 글도 부족한지라... ㅠ.ㅠ)

  • 쑥과마눌
    '18.1.3 10:36 AM

    문학중년..좋은데요.ㅎㅎ
    소년공원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16. 몽자
    '18.1.5 1:37 AM

    삼국지를 끝으로 하물며 한권짜리 소설도 읽기 힘들어합니다
    저렇게 여럿이 모여 책 한권이 나오면 죄송하게도 너무 좋습니다
    동네 도서관에 있다는걸 분명 확인하고 , 오늘 가서 책 찾을려고 검색하니
    검색내용이 없다고 나와서 급 당황합니다
    확인해 보니 제가 검색창에 두드린 것은 '영원한 속삭임' 이었어요 ^^
    덕분에 책한권 더 읽습니다. 꼬막도 먹고싶네요.

  • 쑥과마눌
    '18.1.5 5:25 AM

    저도 손에 책 잡은지 겨우 세계절차..
    그 알량한 독서량으로 티를 무지하게 내고 다닌다죠.ㅋㅋ

    깊은 겨울엔 귤 한소쿠리 옆에 끼고,
    이책 저책 읽는 맛이 제일일듯 합니다

  • 17. 눈대중
    '18.1.5 3:04 AM

    이역만리 살면서 산해진미 다 먹어보지만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건 역시 꼬막이지요.
    추위를 꼬막이 이기는 어느 겨울에 한번 한국 가야할 것 같아요 ㅜ.ㅜ

  • 쑥과마눌
    '18.1.5 5:39 AM

    그러게요.
    애들 다 키워 놓고, 훌훌 날아 겨울에 한국에 들어갈 수 있을 날이 오겠지요

  • 18. 하우2
    '18.1.6 10:10 AM

    꼬막이 손이 많이 가는 것을 다 커서야 알게되죠 ^^
    꼬막 국물 저도 참 좋아합니다. ㅠㅠ

  • 쑥과마눌
    '18.1.6 11:57 PM

    국물에 깊은 맛이 있지요.
    엄마 음식은 늘 자작자작하지요.
    고사리나물도, 토란대무침도..들깨가루가 들어간 자작자작한 국물을 흉내 낼수가 없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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