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에 올려 물어볼까 말까를 고민하다 아무래도 생각에 정리가 안되서 올려봅니다.
지난 일요일 저와 남편, 초등 3,5학년 딸 2명이 외규장각 의궤 관람과 이소선 여사 조문을 하기위해
서울에 갔습니다. 저희 집은 서울에서 1시간정도 떨어진 지방이구요.
이 스케쥴을 마치고 서울에 사는 제 친구 부부를 만났습니다. 가기 전에 약속을 미리 했습니다.
이 친구와는 25년정도 베프로 지냈고, 남편들과도 같이 자주 만나는 사이구요.
제 친구 부부는 아이가 없지만 양쪽 가족이 서울 친구집과과 저희 집을 오가며 아주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제 친구 부부는 딩크족은 아니고 아이를 원하지만 오랫동안 생기지 않아 요즘은 마음의 정리를 하고
편하게 지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희 스케쥴 다 마치고 약속했던 식당에서 만났습니다.
만나자마자 제 친구가 저와 저의 가족이 달고있던 이소선 여사 근조패찰을 떼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저는 뭐 어떠냐고 하다 제 남편이 떼자고 하여 뗐습니다. 떼었더니 그 패찰들을 메뉴판 밑으로 감춥니다.
그걸 남편이 자신의 바지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러고나서 식사 주문을 하는데 둘째 딸아이가 음식을 주문하지 않자 친구가 물어봐서 체했다고 했습니다.
친구가 걱정을 하길래 식당에 오기 전에 애 아빠가 지압을 해주었고, 사이다도 1병 마셨으니 곧 속이
괜찮아질거라고 제가 말하자 친구 부부가 하는 말: "약 먹으면 되는데 니 엄마, 아빠때문에 니가 불쌍하구나" 라고
말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아빠 정말 지압 잘한다. 우리는 체하면 ** 아빠 지압으로 해결한다"고 말하니 친구부부
씩 웃습니다.
친구부부는 또 저희 아이들에게 "이소선 여사 조문도 가다니 엄마, 아빠 잘못 만나 니들이 고생이구나"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우리가 가고 싶었는데요"라고 말하고, 저도 우리 (부모)때문에 간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전태일 평전을
너무 인상깊게 읽어 조문 간 것도 있다고 하자 또 씩 웃으며 아무말 안합니다.
친구 남편이 주문한 버섯리조또를 아이들이 버섯 싫어한다고 안 먹는다고 하자 아무거나 잘 먹어야 한다며
억지로 아이들 앞 접시에 한숟가락씩 얹어 놓습니다. 아이들은 먹어보고 "버섯 냄새 안나요, 맛있어요"하고
먹습니다. 저희 아이들 버섯 정말 싫어하는데...
주문한 피자가 옵니다. 아이들이 뜨겁다고 나이프를 요구하자 친구가 "무슨 피자를 나이프로 먹냐? 이렇게
손으로 먹어라"고 강력하게 말합니다. 아이가 "뜨거운데.."라고 조그맣게 말을 했는데 식당이 시끄러워
친구는 못들은 것 같았구요. 아이가 계속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저를 바라보길래 제가 "나이프가 필요하니?"라고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여 갖다달라고 했어요.
이외에도 알리오 올리오에 나온 마늘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아이가 국수만 먹자 친구는 또 "마늘 싫어하는구나"
라고 합니다. 친구에게 "5학년인데 마늘을 뭐 그렇게 좋아하겠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친구가 아이가 없어
그냥 말았습니다.
이렇게 계속 친구부부는 이날따라 이상하게 "이거 먹어라! 저거 하지마라! 부모 때문에 니들이 힘들구나!"
뭔가 저희 가족의 행동을 자꾸 부정하고, 신경질적인 행동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워낙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거라고 속으로 계속 주문을 외우며 좋게 대화를 이끌어 갔습니다.
그러다 제 남편이 캠핑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희 가족은 여름에 1-2번 캠핑을 갑니다.
제 친구부부는 아이도 없으니 캠핑은 가보고 싶은데 선뜻 엄두가 나지를 않나봐요. 저희 부부도 그렇기는 한데
아이들이 있으니 여느 부모처럼 아이들의 체험을 위해 그 복잡하고 힘든 캠핑세계에 몇 년 전부터 발을 담근거구요.
곁가지지만 애들 크면 캠핑은 절대 안간다는게 저희 부부의 결심입니다.
그래서 친구 부부가 저희 가족에게 합류하여 한 번 캠핑 경험을 해보고 싶어했어요.
저희는 물론 흔쾌히 그러자고 했구요.
캠핑 이야기가 나오고 여름이 몇 번 지났는데도 아직 서로 날이 맞지 않아 한번도 못갔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꼭 같이가자고 다짐을 했는데 또 여름이 지나간거죠. 올 여름에는 저는 바뻐서 못가고 애들과 남편만
한번 다녀왔습니다.
서로 말은 안했지만 제 느낌에 남편과 아이들 모두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한 친구 부부에게 당황스러워 하는듯 보였어요.
남편이 주제를 돌려보려고 "올 해도 또 캠핑을 같이 못갔네요"라고 말하자 친구가 "아~ 됐어요 됐어. 캠핑 얘기 하지도
말아요"라고 남편에게 (저희 가족이 받아들이기에는 심하게) 핀잔을 줍니다.
제가 여기서 폭발했습니다.
저: "왜 캠핑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는거냐? 우리가 가자고 물어봤는데 너희 부부가 안된다고 해서 못간거 아니냐?"
친구: "캠핑을 2-3일 전에 가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어디있냐? 최소한 그런 계획은 2-3주 전에 짜야된다"
저: "우리는 바빠서 해외여행도 아니고 캠핑가는 것을 2-3주 전에 계획 못짠다. 누가 그렇게 하겠냐?"
친구: " 너희 가족 말고 다른 가족과는 모두 2-3주 전에 계획을 짠다"
저: "그래? 그럼 우리가 바빠서가 아니라 우리 스타일인가 보구나. 그런데 어쨌든 우리는 그때그때 하는 성향이니
어쩌겠냐? 그렇다면 왜 내게 그렇게 말을 하지 않았냐? 니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면 정말 2-3주전에 캠핑계획 짜려고
정말 노력했을 거다"
친구: "그걸 말로 하냐? 그건 상식이다"
이런 대화를 격하게 나누었지만 어쨌든 좋게 상황을 정리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아빠(제 남편)가 순하다고 짓밟는 것에 내가 민감해있는거 알면서 니가 갑자기 핀잔하는 투로
**아빠에게 캠핑 이야기를 해서 내가 순간 화가 났다. 화를 내서 미안하다"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잘 마무리가 되는듯 했는데 친구가 아주 작심한 얼굴을 하고 제 남편에게 "**씨는 사실 그렇게 대인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데 **(저)때문에 더 그런거 아니냐?"고 물어봐서 제 남편도 그런건 아니라고 하고,
저도 왜 내 남편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냐고, 사람이면 누구나 그런 상황이 힘든거라고 말을 해도 친구는 자꾸
제 남편에게 "아니죠? 제 말이 맞죠? **씨는 괜찮은데 **때문에 그런거 맞죠? 저도 제 남편을 **처럼 할 수 있는데 저는
일부러 그렇게 안하는 거거든요"라며 자꾸 몰아붙이는 거예요.
친구 남편은 "저는 와이프 신경쓸까봐 직장일 잘 말 안합니다"라고 하구요.
그러자 제 남편이 제 친구에게 취조하듯이 왜 그러냐고, 우리 부부는 아다시피 (같은과 선후배이 사이) 그런 사이라
서로 친구같이 지내는거 알지 않냐? 그만 얘기하자라고 좋게 말해서 마무리가 되었어요.
식당에서 나와 아이스크림도 먹고, 맥주도 한 잔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씁쓸한지 모르겠어요. 정말 제 베프이고, 20년을 넘게 친하게 지내왔고, 결혼 후 서로의
차이(자식 유무, 남편들 연봉...)에도 둔감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었거든요. 그런데 이 날의 상황 이후 저는
제 친구가 왜 그렇게 우리 가족에게 계속 부정적인 표현들을 했나? 순한 사람인 남편을 막 대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친구도 그렇게 한 것이 마음이 좋지 않아요.
친구는 자신은 제 남편을 그렇게 대하지 않았는데 제가 오바한다고 생각하구요, 제가 그런 남편을 만나 이렇게
민감하게 변했다고 제 남편이 원망스럽다고까지 하네요.
친구 말이 맞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