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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 목 : 여름이 가기 전에 베트남 스타일로 아이스 커피 한 잔 할까요?

| 조회수 : 13,949 | 추천수 : 2
작성일 : 2017-08-13 15:27:40
 베트남식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유가 필요합니다. 냉장고에 있는 연유는 유통기간이 반년이 넘었습니다. 연유라는게 그렇습니다. 500mm 짜리를 하나 사면 한 번 쓰고 냉장고에 방치되어, 그대로 버려집니다. 아깝습니다. 그래서 연유를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레시피를 찾아 봅니다. 너무 간단합니다. 밀크팬에 우유를 붓고, 설탕을 넣고 끓이면 끝입니다. 밀크팬에서 우유가 넘치면 피곤합니다. 끓어도 넘치지 않도록 팬의 1/2 깊이로 양을 조절합니다. 역시 전 현명합니다. 리코타 치즈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 없이 끓어 넘치는 우유를 닦아내며 얻은 현명함입니다. 하하.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얼마나 졸여야 하는지 감이 오질 않습니다. 잠깐 불을 키워봅니다. 그리고 진짜 잠깐 딴 짓을 합니다. 잠깐인데 끓어 넘쳤습니다. 설탕과 우유의 혼합물이 가스 렌지를 덮칩니다. 깨달음입니다. 이 더운 여름 날. 불 앞에 서서 연유를 만드는 것보다는 그냥 한 두 번 먹고 버리더라도 사다 먹는게 현명하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베트남식 드리퍼입니다. 이걸 '핀' 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쇼핑몰마다 가격대가 다 다릅니다. 어디서는 2만원을 받는 흉악한 곳도 있습니다. 저는 카땡 뮤땡에서 한개에 5천원에 샀습니다. 드리퍼에 원두를 15~20그램 정도 넣습니다. 원두는 모카포트용으로 갈면 됩니다. 저는 미분이 생기는게 싫어서 모카포트용에서 조금 굵게 갈았습니다. 얼음을 채운 글라스에 연유를 붓고, 원두 담은 핀 올리고, 물을 붓고, 뚜겅을 닫고 4~5분 정도 기다리면 됩니다.

맛은? 핸드 드립 커피가 주는 산미가 느껴지는 라떼인데, 커피 믹스의 단맛이 제법 고급지게 올라옵니다. 
옆에 아내의 눈이 커집니다. 하트 뽕뿅입니다. 대한민국 거주 40대 기혼 남성 중 이 여름에 집에서 연유 만들어 아이스 커피를 아내에게 서빙하는 남자는 나 하나라고 유세도 떨어봅니다. 맞답니다. 그래도 가스렌지 청소는 저보고 하랍니다. 나쁩니다.  



이전에도 한 번 올린 제 인생 사진 중 한 장입니다. 원두도 위에 보이는 핸드 로스터기로 가스불에서 로스팅했습니다. 산미가 좋은 에디오피아 원두는 중간 갈색 정도의 미디엄으로 로스팅을 합니다. 고소한 맛이 나는 브라질 원두는 흑갈색이 나고, 오일이 나오기 직전의 프렌치 스타일로 로스팅을 합니다. 제 나름의 블랜딩입니다. 


덧붙여... 차도 좋아합니다. 한남동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티스토어입니다. 향이 너무 좋았습니다. 덕질에 미쳐 이 더운 여름 날 아빠를 한남동 골목을 헤메게 한 호르몬 분비 만땅의 딸에 대한 분노를 식힐 만큼 좋았습니다.  



그리고 티스토어 팜플렛에 있는 문구입니다. 더운 여름 한 잔의 아이스 홍차와 너무 잘 어울이는 말이라. 찰칵 해봤습니다.
모든 이들의 인생이 작은 행복들로 채워져 항상 웃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hangbok
    '17.8.13 8:45 PM

    커피는 안 마시디만 사모님이 참 행복 하겠다 싶네요. 마지막 글 처럼 항상 행복 찾으세요!!!

  • 터크맨
    '17.8.14 11:03 AM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2. 와인과 재즈
    '17.8.13 8:56 PM

    에효 우리집 터프맨은 더운데 사람 열불나게하는 재주는 있습니다만...
    에효 세상에 더위 식혀주는 남편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터크맨님..나쁩니다...

  • 터크맨
    '17.8.14 11:06 AM

    아이고 MSG가 좀 섞였습니다. ^^ 모든 남편들은 다 아내를 잔소리꾼으로 만드는 덩치큰 아들이죠.

  • 3. 소년공원
    '17.8.14 1:58 AM

    오호, 이번 주 저희집 커피가 에티오피아 입니다.
    저희 남편이 직접 일주일 마실 만큼씩 로스팅 하기 때문에 이렇게 품종이 다른 것을 섞어서 마시지는 못해요.
    에티오피아의 신 맛은 블루마운틴의 신 맛과는 달리 (제 입맛에는요 :-) 튀지 않고 은은해서 좋더군요.
    그런데, 저 조그만 로스팅 기계는 한 번에 얼마나 로스팅 할 수 있나요?
    저희집은 넛 로스팅 하는 냄비로 1파운드씩 주말마다 굽거든요.
    저렇게 작은 걸로 구우면 매일 마실 커피를 매일 구워야 할 듯...
    부지런하십니다!

  • 터크맨
    '17.8.14 11:11 AM

    저도 예가체프 계열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이스로 마실 때는 모카마타리도 좋아하구요. 한 번에 생원두 80그램 정도를 로스팅하면 적당하구요. 보통 2번 에 나누어 160그램 정도를 로스팅합니다. 그러면 대략 일주일 정도 마실 양이 됩니다. ^^ 그런데 이게 재미로 하는건디...더울 때는 게을러져서요. 안그래도 로스팅 기계를 슬쩍 보고 있습니다.

  • 4. 목동토박이
    '17.8.14 7:40 AM

    참 멋지십니다.
    글도 재밌게 잘 쓰십니다^^
    울 남푠도 이런 써빙을 할 줄 아는 센스있는 남자로 키워야겠습니다.^^
    더불어 사춘기 초입의 아들은 어찌해야할지 고민이 커집니다 ㅜㅜ

  • 터크맨
    '17.8.14 11:18 AM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아드님이 계시군요. 잘 지나갈거라 믿고, 연구개까지 밀려 올라오는 잔소리를 눌러 삼키셔야죠. 저도...몇 개월 사이에 급변한 딸내미를 보면서... 하하하... 심신 안정에 좋다는 캐모마일을 즐기게 되더군요.

  • 5. hoshidsh
    '17.8.15 6:52 PM

    핸드 로스터기라는 것도 있군요. 정말 예쁜 기기예요.

    이번 포스팅에서도 저는 한 문장을 마음에 담고 갑니다.

    "불 앞에 서서 연유를 만드는 것보다는 그냥 한두 번 먹고 버리더라도 사다 먹는게 현명하다"-동감입니다.

  • 터크맨
    '17.8.17 5:52 PM

    ^^;; 불 앞에 서서 주걱으로 저어야 하는 음식들이 힘든것 같아요. 뭔가 좀 답답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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