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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삐용이도 (고양이) 오랫만에 인사드려요.~

| 조회수 : 3,161 | 추천수 : 4
작성일 : 2017-06-27 12:47:14

# 1.

작년 초가을쯤 이었어요.

​선물로 받은 포도즙을 반도 채 다 먹기전 어느날

​퇴근 후  집에 오니

​포도즙 상자 옆면이 물에 젖은 듯 젖어 있길래

​희한해서 살펴보니 상자 속에도 노란 액체가 흘려져 있더라고요.

​비가 와서 물이 샌 것도 아니고

​이거 참 희한하다..  이게 도대체 뭐지?

​한참을 이리 생각하고 저리 생각하고

​색이 노란빛이라 더 희한해서 킁킁 냄새도 맡았는데

​역하거나 심한 냄새도 안나고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삐용이 화장실 치우려고 삐용이 화장실 갔다가 알았어요.

​출입구가 있는 부분을 뒤로 돌려서 뚜껑을 닫아 놓는 바람에

​삐용이가 화장실을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화장실을 입구를 앞으로 해놓고 뒷쪽은 벽에 딱 붙여 놓거든요)

​세상에,

​하루가 넘는 시간을  화장실도 못가고

​참다 참다 맘은 급한데  쉬 할곳은 들어갈 수가 없고,

​그렇다고 아무곳에다 막 실수하긴 싫고

​찾다 찾다

​열려진 작은 포도즙박스 위로 올라가 그 안에다

​볼일을 본거에요.

​그 포도즙 박스가  넓고 큰  박스가 아니라 좁고 작은 박스인데

​그 위를 아슬아슬 올라가서 일을 봤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미안하고 ..

​남은 포도즙 다 버렸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어요.

 

# 2.  

 

올 봄쯤이었나

4-5월 어느날 이었어요.

 

퇴근후 집에 오니

화장실 앞 발수건이 얌전히 포개어져 있길래

(평소에는 넓게 펴놨거든요)

이게 왜이렇게 포개어져 있나 하고는

발수건을 들췄더니만

 

발수건 속에 맛동산을 숨겨놨더라고요.

 

 

요녀석이 뭐가 또 꼬여서 이렇게

보란듯이

(물론 얌전히 덮어뒀으니 보란듯이는 아니지만.)

발수건에 실수를 해놨나  싶어

삐용이를 붙들고

 

" 너 왜그래?  왜 멀쩡한 화장실을 놔두고

발수건에다 이렇게 해놨어~ 왜~!"

하면서  삐용이한테 잔소리를 했어요.

 

한참 잔소리 하고서는 집 정리도 하고

이것저것 하다가

삐용이 화장실을 보게 되었는데

 

아차!

작년에 뚜껑 반대로 닫아놓은 실수를

몇개월만에 또 한거에요.

이 실수를 제가 했는지 남편이 했는지는

확이되지 않았으나

결론은 집사때문에  삐용이가 또 고생을 한거죠.

 

가끔 고양이들이 자기 맘에 뭔가 안맞고 스트레스 받으면

배변 실수를 막 한다길래  그런 건 줄 알고

삐용이한테 잔소리만 했는데

 

삐용이는 하루종일 또 참고 참다가

아무곳에나 볼 일 볼 수는 없고

고민하다 찾은 곳이 화장실 앞 발수건 이었나봐요.

것도 일 보고 얌전히 발수건을 덮어 놓다니.

 

집사 부주의로 고생하다 나름 발수건에 실수하고 얌전히

뒷처리까지 해놨더니만

집사는 자기 붙들고 온갖 잔소리 잔소리를 해대니

울 삐용이는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그런데도 아무소리 안하고 엄마 잔소리 그냥 듣고 있었다니

욘석 진짜 너무 착한 것 같아요.

(물론  뭐 그게 잔소리인지  삐용이는 관심없었을지도...)

 

 

# 3.

 

발수건에 배변실수가 있던 날이 며칠 지나고나서

주말이었어요.

 

일요일 오전 느즈막히 일어나서

남편과 함께 티비 시청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거실에서 왔다갔다 하던 삐용이가

자꾸 시끄럽게 울어대는 거에요.

 

가끔 삐용이는 새벽이나 밤에

우다다 하면서 막 사자가 되는 때가 있는데

그날도 뭔가 자기 맘에 안맞는지

자꾸 울어대길래

 

남편도 저도

너 왜그래~! 하면서 핀잔만 줬어요.

 

오후가 넘어서면서

욘석이 방과 거실을 오가면서

자꾸 삐용삐용~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계속 뭐라 하길래

 

순간!

혹시?  싶은 생각에

후다닥 삐용이 화장실을 가보니

 

세상에나!  또 문이 뒤로 돌려져 있는거에요.

그날 주말이라고 집사들이 집에 있으니

욘석이 " 나 급해! " 하고  그렇게 말을 하고 다닌건데

집사들이 못알아 듣고 딴소리만 해댔으니.

 

미안해 미안해 삐용아~ 하면서

화장실문 돌려놓고  어서~ 들어가 하고 들여보내니

 

삐용이 들어가자 마자

엉덩이 내리고

" 아흐~  아흐흐~  "  정말  사람이 내는 소리처럼

그런 소리를 내면서 볼 일 보는데

 

남편이랑 저랑 그 소리 듣고 웃다 울다..

 

뼛속 깊은 곳에서  참아낸 그 인내의 소리

" 아흐~ 아흐흐~" 라니...

 

 

그 후론 남편도 저도 두번, 세번 화장실 확인하고 있답니다.^^

 

 

삐용이는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섯살이 넘어서 의젓해졌고

여전히 잠자는 포즈는 다양하며

때때로 창문 밖 전깃줄에 앉은 새를 잡고 싶어

냥냥~거리기도 하고

발톱 자르는 엄마한테 하악질도 하고

술냄새 나면 아는척도 하지 않는 

도도하면서 호기심많고 겁도 많은 

그런   여전한 삐용이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엄마 배 즈려밟고 육중한 몸땡이 올려놓는 것도 여전하고.

 

엄마 다리 위에 앉아서  피곤한 몸 뉘이는 것도 여전해요.

 

피곤하시니 고개 떨어지기 시작하고

 

아주 편한히 잠드셨네요.  삐용님.

 

푹 주무시고 난 담엔 같이 티비 시청해주는 센쓰도 있고.

 

 

그러나 우리 삐용씨는

 

여전히  잘 자고

잘  자고

잘  자다.

 

 

 

 

 

 

 

 

 

 

 

뻗으셨습니다.

 

지가 진짜 사람인 줄....

 

 

 

그전에 중복된 사진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넘 오랫만이라.^^;

 

더운 여름이 왔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고 즐거운 날들 되세요~^^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프리스카
    '17.6.27 12:59 PM

    삐용이 똑똑하네요~
    우리집 개들도 설이 빼고는 모두 다섯 해를 넘겼네요.
    세월이 참 빠르게 갑니다.

  • 띠띠
    '17.6.27 4:46 PM

    고양이 습성이 확실한 배변관리 라고 해도
    삐용이가 아주 정확하게 (때론 깔끔하게) 화장실 따로 가리는 거 보면
    진짜 똑똑한 거 같아요.
    만난지 엊그제 같은데 진짜 6년이 되어가요..
    세월 진짜 빠릅니다.^^

  • 2. 테디베어
    '17.6.27 2:01 PM

    와~ 삐용이 너무 귀엽네요~

    사람이랑 똑 같습니다.
    자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엄마미소 보냅니다^^

  • 띠띠
    '17.6.27 4:56 PM

    고양이들은 정말 연체동물 같아요.
    잘때랑 그루밍할때 보면 정말이지...

    잠자는 포즈도 어찌나 귀여운지
    일부러 막 깨우고 싶어질때가 많아요.^^

  • 3. ♬단추
    '17.6.27 2:24 PM

    82 냥이 삐용이네요~~
    요즘은 가스렌지 안올라가나요?
    수염또 태워먹고 그러지 않나요???

    잘 컸네요~~~

  • 띠띠
    '17.6.27 4:58 PM

    가스렌지는 안올라간지 꽤 됐어요.^^
    수염이랑 옆구리털 때워 먹던 꼬맹이때가
    가끔은 진짜 그리워요.

    요즘은 잘 안겨있지도 않고.
    지가 필요할때만 모르는 척 하고 다리위에 올라오고 그래요.
    꼬맹이땐 품으로 죽자고 파고들더니..ㅎㅎ

  • 4. 까만봄
    '17.6.27 3:21 PM

    ^^
    우리 다람이 닮은 삐용이~ 오랜만~~~

    전설의 배변 안가리는 고양이,
    우리집에 있어요.
    다람이가 해치운 이불과 옷들...
    10년치 모으면 작은 오피스텔 한채 장만했을듯요.ㅠㅠ
    그나저나,냥이들 오줌 오래 참으면 결석 생겨요.조심 또 조심...

  • 띠띠
    '17.6.27 5:01 PM

    ㅎㅎ 다람이가 정말 그래요?
    그녀석 엄마 피곤하게 하네요.
    다행이도 적당히 화장실로 쓰기 괜찮은 곳을 찾아 해결했더라고요.
    지금은 두번, 세번 확인 한답니다.^^;

  • 5. 우리탱고
    '17.6.27 3:55 PM

    삐용이다!
    너무 너무 반가워요.
    정말 궁금하고 보고싶었는데 잘 지내고 있었군요.
    ㅎㅎㅎ
    삐용이 하는 행동들이 정말 사랑스럽네요.
    수건에 감추어 놓은 맛동산이라니....ㅎㅎ
    이제 얼굴에서 중년묘의 포스가 느껴져요.
    그래도 삐용이라는 이름때문에 여전히 애기같아요.
    삐용이 소식 전해주어 고마워요, 띠띠님.
    삐용!
    잘 지내, 뿅아!

  • 띠띠
    '17.6.27 5:05 PM

    발수건에 감싸 놓은 것도,
    " 아흐~ 아흐흐~ " 하는 것도.
    그 외 모든 행동들이 다 사랑스러워요.
    고양이는 정말 너무 매력적인 동물같아요.

    지금은 똥꼬발랄 하던 시기가 지나서 진짜
    중년 포스가 많이 나지만
    그 유리구슬 같은 눈을 보고 있으면 정말 행복합니다.

    삐용이도 그럴는지.^^

  • 6. 버드나무
    '17.6.27 9:01 PM - 삭제된댓글

    까악...

    넘 반가워요 ..

    안그래도 1주일전에 삐용이 글 다시 다 읽고 .
    게시판에 삐용이 집사님 글좀 올리라고 할까.. 고민했더니... 삐용이다 ~

  • 7. 관대한고양이
    '17.6.27 10:25 PM

    와~삐용이 팬 여기 있어요~벌써 5살이나되었나요? 오랫만에 보니 너무 좋아요^^
    고녀석 참 사려깊네요~ 냥이들이 보면 참 사려깊어요..
    삐용이도 봤겠다 꼬순이랑 타오냥이랑도 소식 좀 올라오면 좋겠어요..ㅡ.ㅡ

  • 띠띠
    '17.6.28 9:04 AM

    네~
    벌써 다섯살이 넘었답니다
    말씀하신대로 진짜 사려깊은 거 같아요

    저도 타오 궁금 하네요
    잘 지내고 있겠죠?
    꼬순이는 또 누구인지.. ^^;

  • 8. cakflfl
    '17.6.28 11:42 PM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띠띠
    '17.7.3 8:30 PM

    쫌 웃기죠? ㅎㅎ
    고양이들 표정이 다 다양한건지
    유독 삐용이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정말웃길때가 많아요

  • 9. dain
    '17.6.29 10:36 AM

    삐용이 소식 오랫만이네요 반갑고 기분이 좋네요, 띠띠님도 삐용이도 더위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냥이도 이제 8살이 되가고 더우니 그냥 잠만 자네요, 그러다 무슨 말인가 계속 냥냥 거리고
    쓰다듬어 달라고 뒹굴고 간식달라고 졸졸 따라다니고 그래요, 그래도 무심한 주인이라도 만났으니
    다행인데 제가 밥주는 길냥이들은 볼때마다 애처롭고 안타까와요, 매일 밥과 물은 주지만 또 올 한해
    어찌 보낼지, 해꼬지나 안 당하고 살면 좋을텐데 밥이라도 매일 주면 그래도 살수는 있지 않을까하고
    주고 있어요, 잘 지내세요..

  • 띠띠
    '17.7.3 8:33 PM

    꼬맹이때는 두살 다섯살이 오긴 올까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은 꼬맹이때삐용이가 가물거려요.
    삐용이도 여덟살이 될 때가 오긴 오겠죠?
    애교없고 시큰둥하지만
    그래도 좋으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았음 좋겠어요.

  • 10. 컴온렛츠고
    '17.7.3 12:23 PM

    헐...삐용이가 벌써 중년이라니...
    첨엔 발랄하기만 하더니...이젠 삐용이 얼굴에서도 편안함이 묻어나네요.

  • 띠띠
    '17.7.3 8:35 PM

    중년. .
    표정에서 중년을 느낄때가
    많답니다. ㅎ
    발랄한 삐용이는 추억이 되었네요
    미사일처럼 피융~하고 날아오를
    때도 있었는데.

  • 11. 초록
    '17.7.6 4:04 PM

    털을 민거 같은데. 여름이라도 저렇게 털 살짝 밀어주면 털 덜 날리고 괜찮겠어요. 털 밀어도 살이 꽉 찬 게 아주 잘 관리해주신거 같아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부모복이 최고네요. 좋은 부모 만나니 이렇게 팔자가 폈구만요

  • 띠띠
    '17.7.7 12:50 PM

    봄이면 털이 너무 빠져서 힘들거든요.
    20분 안에 후다닥 밀어주고 씻겨주고 정리해야 해요.
    살은 많이 찌진 않고 평균인 거 같아요.ㅎㅎ

  • 12. 그린 티
    '17.7.7 4:29 PM

    삐용이 안녕!
    우리집 꼬미도 잘 있다.
    넘 더워서 캣타워위에서 내려오지 않지만 이번 여름 삐용이, 울집 꼬미 잘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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