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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화창한 날, 도시락, 불두화

| 조회수 : 9,377 | 추천수 : 4
작성일 : 2017-06-02 17:51:24

#1. 호박전

오늘처럼 화창하면 화창해서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네 생각이 난다 .


그래서

너와 함께한 모든 날들이 좋았다 . ㅋㅋㅋ

네 곁의 버섯버무리 따위야 그저 구색일 뿐 .

 

#2. 뻔뻔한 놈

퇴근 후

받아든 청국장이 있는 저녁


수십 년 전에는 늘 이렇게 얻어먹었는데

“ 다녀왔습니다 .” 한마디로 퉁쳤던 어머니 밥상 !


부끄러워

오늘은 설거지라도 해야겠다 .


청국장 , 시금치 무침 , 구은 연근

별다를 것 없는 밥상인데 참 맛있다 .

내가 차린 게 아니어 설까 ?

 

뻔뻔한 놈이 밥술과 함께 삼킨다 .

‘ 엄마 미안 , 그땐 몰랐어 ’



 

#3

사실 부엌에서 두 사람이 뭔가 한다는 건 번잡한 일이다 .

그런데 도시락이 가져다주는 아침의 번잡함이 꽤 즐겁다 .

은근히 좋다 .


먼저 일어나 자신의 간단한 아침과 도시락을 준비하는 H 씨 .

되는대로 일어나 거들기도 하고 나름의 음식 준비도 하는 나 .

돌아가며 신문도 보고 입으로 먹거리를 넣기도 하는 , 한 시간여의 아침 .

반갑지 아니 할까 .




밥 밑에 된장열무지짐을 살짝 깔았다.


팥죽도 괜찮은 도시락 메뉴다.


------------------------------------------------------------

K 에게

 

불두화(지금까지 수국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꽃)


작은 꽃잎이 모여 꽃송이 되었다 .

꽃길도 되었다 .


미처 몰랐다

질 때도 꽃잎부터 날린다는 걸 .

너무 화려해서 잊었다

꽃송이가 아닌

작은 꽃잎이 비가 된다는 사실을 .


작고 사소한 것에 눈길을 주고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

 

K 야 , 오늘도 행복하렴 !

일희일노하지 말거라 .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시간여행
    '17.6.2 8:25 PM

    수십 년 전에는 늘 이렇게 얻어먹었는데 “ 다녀왔습니다 .” 한마디로 퉁쳤던 어머니 밥상 !


    -----이 표현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 저녁이네요 ㅠㅠ

    좋은 글, 건강한 밥상 차려주신 어머니 그리고 오후에님 ~ 편안한 저녁되세요^^

  • 오후에
    '17.6.5 9:26 AM

    그땐 왜 그렇게 당당하게 밥상을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제게 청국장은 늘 어머니를 생각나게 한답니다. ㅎ

  • 2. 천안댁
    '17.6.2 9:20 PM

    건강한 반찬이 많이 보이네요.
    구운연근도 처음 보는건데, 어떤 맛인가요?
    연근의 다양한 조리법..궁금합니다.

  • 오후에
    '17.6.5 9:30 AM

    연근맛이죠. ㅎㅎ
    기름 없이 구워먹는 걸 좋아하는데 샐러드처럼 이것저것 섞어 소스 끼얹기도 하며 저흰 잘 해먹는 편입니다.
    굽는 것도 후라이팬에 낮은 불로 굽기도 하고 오분에 굽기도 하고 형편따라 대충해도 되는 반면 활용도는 높은 편입니다.

  • 3. 헝글강냉
    '17.6.3 7:23 AM

    와 호박전 색감이 너무 예쁘고 먹음직스럽습니다 ^^
    텃밭에 호박딸 때가 되면 꼭 한번 해먹어 봐야겠어요 !!

  • 오후에
    '17.6.5 9:31 AM

    그렇죠 호박전 색이 참 곱죠. 꼭 드시길...

  • 4. 진현
    '17.6.3 4:32 PM

    호박전 옆의 버섯무리 따위가 더 탐나는 도다.
    식단이 언제나 건강합니다.

    오후에님
    수국이 아니라 아마도 불두화 일겁니다.
    예쁜꽃 이름이 중요한건 아니지만요.^^

  • 오후에
    '17.6.5 9:37 AM

    불두화? 하면서 찾아봤네요.
    불두화 맞는 것 같습니다. 더욱 절에 있던 꽃이니...

    절집의 마당의 저꽃을 늘 수국이라 했는데 진현님 덕분에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5. 도현엄마
    '17.6.5 12:12 AM

    텃밭에서 아욱잎따서 바득바득 씻어서 아욱국 끓이시고
    ,가지쪄서 꾹짜서 양념장에 무쳐놓고, 텃밭에 굽은오이 따서 무쳐주시던 할머니 반찬이 생각나네요.
    텃밭에 상추 감자 파 오이 토마토 가지 고추등등 심겨져 있어서아침에 심부름도 했었는데 이것저것 ...

    오후에님 밥상은 할어니음식들이 떠오르게 하네요

  • 오후에
    '17.6.5 9:39 AM

    바득바득 씻어 아욱국....
    올해 아욱 안심었는데.... 그리고 보니 아욱국 먹을 때가 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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