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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어느 바람부는 날의 브런치

| 조회수 : 12,461 | 추천수 : 3
작성일 : 2017-02-14 12:16:18

바람이 몹시도 불고 난 다음 날
멀끔해 보이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여는 시간을 두시간 연기 한다는 기별이 왔습니다.

간밤의 모진 바람에
전기가 나가고, 길도 파손된 곳이 있다고 합니다.

다 준비시켜 놓은 아이들은 
고대로 환호성을 부르며, 아이패드의 대면조사에 즉각 응하고,
일각이 여삼추인 엄마만
초초히 기다리다가, 시간되자마자 끌고 나갑니다.  


여전히 바람은 세서
세워둔 쓰레기통은 잘도 넘어지는데,
먼지 섞인 바람마저
장난으로만 느껴지는  세녀석들은 온갖 똥폼에 난리랍니다.

어찌저찌 보내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옵니다.

이라믄 안되는데~
안되는데~
안~되는데~
땡기는 건.. 언제나 라면

나름 웰빙컨셉으로다가 
죄책감을 덜어 보며,
물을 끓입니다

아...
생각해 보니
어제 사다 먹다가 물린 이 놈이 있었네요.


랍스타라고...
어제 코스코에서 여덟마리 들은 박스를 사겠다는 남편을
겨우 진정시켜 네마리로 쇼부쳐서 데려온 놈입니다.

한국 요리프로에서 그리 맛있다며..
유명셰프가 난리를 쳤다고..
자긴 혼자 세네마리 먹을 수 있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식칼로 배를 딴다고 설치고,
버터에..갈은 마늘에.. 소금에..
냉장고를 수도없이 열고 닫드니만,
제 풀에 지쳐서
저리 오븐에 한마리 굴러 다닙니다.

내 살면서
해물탕보다 맛있는 해물스튜를 본 적없으며,
다 먹고 들기름에 김 살살 뿌려 볶은 밥보다, 더 맛난 리조토도 없고,
깻잎에 싼 회보다 더 신선한 생선요리를 묵어본 적이 없다지요.
그깐  서양 게 한마리가 값이나 비싸고,
겁데기나 억세지 말입니다.
재래시장  할머니좌판에 허연 배딱지 보이며 누워있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앙팡진 꽃게에 비할까. 



어찌 되었건
잔반 처리는 전통적인 엄니의 모습이니까하고,
먹어 치워야겠어서
살점을 한줌씩 뜯어서,라면물에 넣고 봅니다.


완성작은 이런 모양
맛이야.. 
뭐.. 랍스터 넣은 라면맛이라고 할까요.



랍스터 한마리가 실하긴 합디다.  
그리 찢어 넣고도 많이 남아서
반찬으로 먹기로 결심하고 식탁위에 앉힙니다.
동네 언니 협찬인 깍두기도 열고...하니,
음식끼리 케미가 있어서,
호불호는 갈리겠으나,
랍스타 삼합 이라고 순간 명명해 봅니다.


느끼해~
확실히 느끼해~

편견과 기우에 찬 인생을 사는 사람으로써
인연이 아니라고, 
걍 정리해버리는 내 나름의 기준에는
하늘이 정한 내게 너무 아닌..
그런 인간부류가 있답니다.
그 사람들은 말이지요.
내가 라면을 끓여 먹는 그 중요한 순간에 
전화질하는 사람들이지요.

왜? 아니, why~?
그 중요하고도 집중적인 짧은 순간
그토록 결정적 순간에
허벌나게 많은 모멘텀 다 보내고
...모해...하며 카톡질하거나,
일상 안부 심심 삼단콤보 보이스톡 때려서,
받자니,  라면 퍼지고
안받자니, 맘이 더이상 편치않아서
내 금같은 라면을 은이하로 강등시키냐고 말이냐 말입니다..

삼심제라..
한번은 봐주고요
두번은 경계하고요
세번째는  하늘이 베린 인연이라 생각하고..  이후 모든 카톡무음처리합니다.

암튼, 라면 불은데도
저 풋고추 가져다 놓은 거..큰 힌트 되는거 아시잖음?
어쯔케 좀 느끼함이 느껴지시는지.


 
역시나, 다 먹고도도 랍스타만 남았네요

내가 진짜 사소한 부탁하는데
부디 먹방에 헐리우드액션 작작들 하셔요.
음식 맛 보는 출연진이야,
먹고 살라니 그런다고쳐도,
셰프는 좀 쉬크하면 안된는 거임?

또 어느 프로에 낚인 거니.
우리 남편한테 하는 말임.

그러나,  이 라면 먹으며 본 역적은 참으로 좋았었더라눈..
그것이 홍길동이라는 영웅적 인물에 대한 드라마가 아니라,
그 아비의 육아일기였고,
영웅을 길러 낸 영웅의 서사였다지요.

호부호형이나 허한 개뿔 소설속 길동아버지 그 냥반 말고..

허벌나게 아무것도 아닌 씨종 아무개가
현실에 좌절하고 낙담하고..
트라우마에 자책과 죄책감을 시계추처럼 왔다리 갔다리하며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힘들다는.. 
자신의 아들 홍길동을 대하는 태도가
참말로
내 목울대를 시방 뜨듯하게 넘어가는 것이
라면국물만이 아니라고.. 강력히 어필하는 거시기였어요.

김과장 리뷰할라 했드만,
매회 여운을 주면서, 이 놈의 발목을 안 놓네요.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각시둥글레
    '17.2.14 1:29 PM

    이런 브런치 저도 도전해볼만 하겠네요.
    남성들의 먹방 본능을 자극하는 랍스터 따위, 흥~ 은 없지만요.
    굴짬뽕 자체로도
    안그래도 추운 이겨울에 시원함을 배가시켜 줄텐데 ㅋ
    거기다 랍스터 살님도 보태졌으니~
    그맛이 어떨지 상상해 봅니다.
    몹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브런치였습니다.^^

  • 쑥과마눌
    '17.2.14 10:41 PM

    굴짬뽕은 추운 겨울에 쵝오~
    청량고추를 추가하면 더욱 더 맛납니다

  • 2. 프리스카
    '17.2.14 1:51 PM

    더 늙어지면 먹방을 봐도 무덤덤...
    혼자 예쁜 그릇에 담아 먹네요.
    편수냄비채 놓고 먹는 맛이 참 좋거든요.

    여긴 지금 역적 재방하네요.
    초저녁이면 비몽사몽 어제 끝에 조금 보고
    건달이지만 나름 자기의지대로 살았던 아모개의 운명에 먹구름이...

  • 쑥과마눌
    '17.2.14 10:41 PM

    냄비 놓고 먹는 라면이 본디 제맛이라죠.
    그래도 랍스터라면이라고..기록을 남기고자 그릇장착했지요

  • 3. honeymum
    '17.2.14 5:11 PM

    먹방에 낚인 한남자의 처절한 몸부림과 그에 대응하는 마눌님의 냉철한 자제력이 돋보입니다
    또한 라면과 인간관계속에서 고뇌하는 모습 또한 몹시 인상적이네요
    물론 쓰레기통을 날리는 모진 바람에 굴하지 않는 우리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댁의 가풍을 짐작하는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대미를 장식한 도깨비와 역적의 환상적인 콜라보와 더불어 김과장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마눌님의 강인한 작가정신이 놀라울 뿐입니다

  • 쑥과마눌
    '17.2.14 10:43 PM

    울남편의 호가 먹방이라죠.
    honeymum 님의 댓글은 지음의 리뷰 ^^
    감사합니다.

  • 4. 그긔
    '17.2.15 3:21 PM

    굴짬뽕 검색합니다 ㅎㅎㅎㅎ

  • 쑥과마눌
    '17.2.16 8:15 AM

    강추~

  • 5. 안녕물고기
    '17.2.16 12:12 PM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자는데 깨우는 사람과 먹는데 방해하는 사람은 의절함이 마땅함

  • 쑥과마눌
    '17.2.18 3:23 AM

    그럼요! 암만

  • 6. elgatoazul
    '17.2.17 11:06 AM

    첫 번째 개구쟁이들 사진 정말 귀여워서 웃음 나와요.
    라면도 맛있어 보이지만 글도 참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
    덕분에 저도 역적이라는 드라마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ㅋㅋ
    덤으로 저도 지금 브런치로 라면 먹을까봐요.

  • 쑥과마눌
    '17.2.18 3:24 AM

    역적과 굴짬뽕은 강추
    아들셋은 부디 구경만 하심이..흑

  • 7. 솔이엄마
    '17.2.18 11:08 AM

    아들래미들 셋이 폼잡고 찍은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네요.^^
    저도 아들밖에 없어서 가끔씩 키톡에 딸래미들 사진이 올라오면
    침을 질질 흘리면서 홀린 듯 바라보곤 하는데
    쑥과마눌님의 삼총사 자제분을 보고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
    올려주신 글과 사진을 재밌게 잘 보고있습니다~^^

  • 쑥과마눌
    '17.2.20 10:02 AM

    반갑습니다.
    늘 솔이엄마님의 밥상을 보고, 감탄하는 일인입니다.
    우리집 대중소에 고함치고 싶을땐, 솔이엄마집 두형제의 식단을 떠올리며 추스리고요
    아들들들맘들 화이팅! ㅋ

  • 8. 소년공원
    '17.2.22 12:25 AM

    굴짬뽕 라면인가요?
    하얀 국물이 시원할 것 같아요.
    찬바람 부는 날엔 뜨끈한 국물 라면, 햇볕이 따가운 여름날엔 매콤한 비빔면, 이도저도 아닌 날에는 볶음면...
    ㅎㅎㅎ
    라면의 세계는 참으로 탐험할 범위가 광대합니다 그려...

  • 쑥과마눌
    '17.2.28 5:56 AM

    늦게 본 답글에 늦은 답변입니다.
    굴짬뽕입니다. 시원합니다.
    비빔면을 먹다가, 죄책감을 느끼면, 오이랑 상추를 마구 집어넣고 비빔니다.
    먹다남은 콩나물국에서 콩나물도 좀 건지고..
    라면의 세계도 광대하고, 제 위도 광대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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