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잘 먹고 잘 논 주말

| 조회수 : 11,368 | 추천수 : 4
작성일 : 2016-06-30 11:37:14

#1

오랜만에 K 가 집에 온다는 토요일 ,

아침 일찍 도토리묵 쑤어 놓고 텃밭에 갔다 .

감자를 캤다 . 콩과 호박과 가지도 걷었다 . 쌈채소 외에도 .


 

두어 시간 기분 좋게 땀을 흘리고 돌아오는 길

연꽃 구경하며 잠시 그늘에서 쉬었다 .

“K 랑 내일 아침 여기 올까 ? 아침에 꽃구경하러 .” 라고 얘기하며 .





   

도토리묵과 감자샐러드에 치즈 , 호박과 가지볶음, 사과채 , 쌈채소를 양념간장과 함께 .

K 를 위한 토요일 점심     







호박꽃 쑥갓꽃 오크립꽃




이건 수박 아니다. 호박이다





갓꽃

 

#2

버섯들깨탕 남은 게 있었다 . 토요일 저녁은 수제비를 했다 .

들깨탕에 물 좀 더 넣고 감자수제비를 떴다 .

수제비는 삶은 감자를 채반에 한번 받쳐 밀가루와 반반정도로 섞어서

삶은 감자 수분만으로 반죽했다 .


 

들깨수제비와 딱 김치만을 반찬으로 저녁을 먹는데 K 가 이리 저리 TV 채널을 돌린다 .

“ 아까 그 드라마 봐 !” 하는 내말에 “ 왜 재밌어 ?” 하고 묻는다 .

“ 그냥 , 딱히 막장 캐릭터가 없어 ” 라고 대답했다 .

‘ 아이가 다섯 ’ 인가 하는 드라마다 . 몇 주 전부터 보기 시작한 것 같다 . 그렇게 저녁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는데

H 씨 “ 저 배우 어머니 닮지 않았어요 ? 입매가 ?” 라고 묻는다 . “ 알아 !” 라고 심상히 대답했지만 속으로 놀랐다 .

드라마 보는 이유를 들킨 것 같아 .

 

결혼한다는 아들과 이런저런 갈등을 빚는 어머니 역의 배우를 보며 대사와 표정에서 그냥 어머니 생각이 났었다 . 그 배우가 젊었을 때는 어머니 닮았단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 . 착각일수도 있고 매일 보던 어머니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을 이유가 없어서였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그 배우 때문에 보는 드라마다 . H 씨도 나와 같은 것을 보았나 보다 . 하지만 서운한 듯 , 원망인 듯 , 애처로운 듯 젖어있는 , 아들을 바라보던 눈빛은 아마도 나만 보았을 거다 .

 

“ 이거보다 더 재밌는 드라마 있는데 ” 라며 ‘ 아이가 다섯 ’ 이 끝날 즈음 H 씨가 채널을 돌렸다 .

‘ 디어마이프렌드 ’ 란 드라마가 있다 . ‘ 노년의 배우들이 떼로 등장하는 , 조인성이 조연인 독특한 드라마네 ’ 하며 이따금 봤다 . 드라마에 ‘ 살면서 언제가 제일 기뻤냐 ? 제일 슬펐냐 ?’ 를 묻는 장면이 나왔다 . H 씨 똑같이 네게 묻더니 , ‘ 자신은 언제 제일 슬프고 기뻤을 것 같으냐 ?’ 고 묻는다 . “ 글쎄 …… .” 라고 얼버무렸다 . K 처음 보았을 때 기뻤을 거고 슬픈 건 나와 관련이 있을까봐 차마 묻지 못했다 . 내 무심함이 들어날까 봐 .

 

 

#3

“ 그냥 과일이랑 빵 가져가면 안 돼 ?” 라고 김밥을 싸겠다는 H 씨에게 K 가 말한다 .

“ 그래 , 커피랑 식빵 구워갑시다 . 언제 김밥 싸 !” 라고 나도 거들었다 .

일요일 아침 연꽃 보러 가자는 말끝에 H 씨는 ‘ 김밥 싸가자 ’ 하고 나와 K 는 반대 .

그러나 김밥 좋아하는 H 씨 꿋꿋이 김밥을 쌌다 .




 

그렇게 일요일 한나절 신선놀음했다 .

살짝 흐린 하늘과 간간히 부는 바람은 덤이었다 .

 

작년 묵은 동치미 무를 단무지 대신 넣고 싼 김밥과 커피는 …… .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livingscent
    '16.6.30 12:36 PM

    보기만해도 부러운 텃밭이에요.
    게으름도 한 몫을 하지만 워낙 농사일에 재주가 없어놔서 텃밭은 꿈도 못꾸는데
    그래도 남의 밭만 보면 부럽네요.
    밭에서 캔 감자와 호박으로 반찬하고 기른 콩으로 밥에도 놓아 먹고~
    생각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네요^^

  • 오후에
    '16.7.1 12:57 PM

    텃밭정도에 재주가 필요한 것 같진 않아요
    그냥 일주일에 한번 두어시간을 꾸준히 들여다 봐주는 거 말곤...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고 하더군요

  • 2. 다이아
    '16.6.30 12:43 PM

    투박하게 빚어낸 수제비가 참 맛있어 보입니다.
    직접 쑨 묵으로 차려낸 밥상은 꿈의 밥상이네요^^

    우리집 아이들은 둘 다 고딩인데 공부가 힘들어 그런건지...
    사춘기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인지...
    말수도 적어지고 산행,소풍,영화도 함께 하지 않으려고 해요.
    즐겨보는 TV프로그램도 달라지고요.
    갑자기 훌쩍 커버린듯 해서 상실감이 드는 요즘입니다.
    우리집 J와 G도 대학생이 되면 K처럼 소풍도 같이 가고 말도 많아질까요?

  • 오후에
    '16.7.1 12:59 PM

    대학생되도 비슷할겁니다.
    K는 대학 졸업할 때쯤 되니 말수도 늘고 집에도 자주오고 하더군요.

  • 3. 시간여행
    '16.6.30 4:39 PM

    요즘 텃밭 사진만 봐도 괜스리 반갑네요~^^

    벌써 코스모스가 만발이라니 가을느낌도 납니다^^

  • 오후에
    '16.7.1 1:00 PM

    그러게요. 요즘은 이맘때 코스모스가 피더군요.
    원래 그랬는데 내 기억만 가을=코스모스인건지....
    이맘때 피는 종자가 생긴건지는 모르겠어요.

  • 4. MandY
    '16.7.1 2:30 PM

    어? 여..여기.... 다..당수동인가요? 와우~~

  • 오후에
    '16.7.5 4:36 PM

    아마 당수동 맞을 겁니다.

  • 5. 피오나
    '16.7.3 10:25 AM

    지인을 위한 상차림 참 좋네요.제가 좋아하는 감자와 호박을 무심히 함께 볶으셨네요.맛나게 볶는법,풀어보아 주세요.

  • 오후에
    '16.7.5 4:41 PM

    가지와 호박볶음 말씀인가요?
    호박넣고 물기 좀 나오면 가지 넣고 빠르게 볶다가 간한 것 같습니다.

  • 6. 소년공원
    '16.7.6 5:50 AM

    저도 저 코스모스 사진 보고 감탄해서 댓글 달려고 했었는데...
    그 때 막 바쁘게 나가야 할 일이 생겨서 며칠 지나고 오늘에야 돌아왔네요.

    저도 어릴 때는 초가을에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많이 봤었는데, 요즘은 꽃들도 성장호르몬 생겨서 일찍 피는걸까요?

  • 오후에
    '16.7.8 12:32 PM

    덕분에 찾아봤습니다. 본래 코스모스는 자연상태에서는 6-10월에 핀다고 하네요.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를 기억하는 건 예전에 길에 꽃들을 장마끝나고 많이 심어서 그렇게 많이 기억하는 거랍니다.

  • 7. 피카츄
    '16.8.7 12:56 PM

    호박과가지볶음 레시피 궁금해요 넘 단백하구 맛나보여서따라해보구싶어여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0980 어쩌다보니 손님맞이 주간, 그리고 큰아이 생일날 10 솔이엄마 2024.04.15 13,033 4
40979 봄봄 9 juju 2024.04.13 9,429 1
40978 행복만들기 170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3월 육전과.. 5 행복나눔미소 2024.04.11 4,383 3
40977 시드니 시내 한복판에 Community Farm 8 솔바람 2024.04.09 5,939 2
40976 어린 것들이 자라나는 시즌, 봄! 29 소년공원 2024.04.08 8,580 1
40975 특별한 외출 16 Alison 2024.04.07 7,252 2
40974 제겐 역시 익명방은 안맞더라구요 (음식없는 수다 주의요함) 25 김흥임 2024.04.06 5,701 2
40973 24년 봄을 맞이하며 .. 23 주니엄마 2024.04.03 9,273 3
40972 어느새 봄이네요 16 메이그린 2024.04.03 6,267 3
40971 닉네임 순덕어머님은 잘 계시는지 갑자기 궁금요. 14 바람 2024.04.03 7,869 0
40970 사진은 뒤죽박죽이지만... 16 고독은 나의 힘 2024.04.01 8,025 2
40969 일년이 흘렀네요... 16 catmom 2024.03.29 9,482 3
40968 대부분의 시간을 부부 둘이 붙어있는 상황에 뭘먹을까? 14 솔이엄마 2024.03.26 12,250 3
40967 선 반찬 배달, 후 외식 7 진현 2024.03.25 8,283 2
40966 챌토리네도, 소주잔 김밥 추가요 - 18 챌시 2024.03.15 12,248 2
40965 17년만의 부부여행 41 Alison 2024.03.14 14,663 5
40964 여러가지 잡다한 음식들. 18 뮤즈82 2024.03.13 10,511 3
40963 169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2월 수육, 대패삼겹살,.. 10 행복나눔미소 2024.03.08 6,260 8
40962 소주컵 김밥 도전~ 28 mayo짱 2024.03.08 15,209 6
40961 어린이집 냠냠쌤...점심밥 꽃식판 67 민뚱맘 2024.03.03 12,761 6
40960 음료 사진 몇 개 4 블라썸데이 2024.02.29 6,007 2
40959 오랜만에 왔습니다! 혼밥러입니다 12 옐로우 2024.02.26 13,640 6
40958 입시를 끝내고 홀가분하게 돌아왔어요! 65 솔이엄마 2024.02.25 15,466 6
40957 미니오븐으로 케익 시트 만들 수 있나용? 4 한가지 2024.02.20 5,155 1
40956 굴림만두와 몇가지 음식들 31 Alison 2024.02.20 9,497 5
40955 피자, LA갈비, 유채나물 18 ilovemath 2024.02.19 8,541 4
40954 설날 플렉스 15 시원한 2024.02.16 10,069 4
40953 음력으로 새해 인사 드리러 왔어요 :-) 33 소년공원 2024.02.15 7,179 7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