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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그저 그런 먹거리들~

| 조회수 : 8,718 | 추천수 : 5
작성일 : 2015-07-26 08:54:20

 

한동안 우리가족의 간식이 되어주던

앵두와 보리수와 복분자와 오디~

녀석들의 전성시대는 다시 내년을 기약하고......

 

기분내키는대로 콩밭으로 쭉쭉 뻗어 휘늘어진 복분자가지는

잘라다가 농장 여기저기에 심어놓습니다.

2-3년 후를 기약하고......

 


그들의 철이 지나간 이후에는다시 복숭아의 계절~

두그루의 복숭아나무에서 정말 오지게 따먹었습니다.

 

항상 벌레들이 먼저 시식을 하는 터라

그중 먹을만한 것들은 골라서 간식거리로~

나머지는 벌레들과 함께 닭들과 병아리들의 간식으로~

 

어제 확인해보니 복숭아나무에 매달린 것을 달랑 두개~

아내와 둘이 하나씩 나눠먹으면 복숭아의 계절도 이제 끝이네요.

 

 

시간이 없어 참깨를 심지못해 비워둔 김장밭은 그저 풀밭~

그래서 제초작업을 하려고 예초기날을 샀는데

그이름도 거룩하게 '풀베라~'

 

열심히 베었습니다.

초지조성중인 곳에 아내가 호박, 오이, 토마토, 가지, 땅콩......

조금씩 심어둔 밭의 풀들도 말끔하게 베어내고

마지막 서비스로 아랫동네양반 할머니산소도 싹~

 


개복숭아도 두그루가 있는데

병아리장옆의 개복숭아는 벌레들의 지나친 사랑에 수확을 포기하고

천막옆 한그루에서만 빨간 고무통으로 거의 한가득~

 

벌레가 들어있는채 술을 담그면 그렇게 좋다길래~

잽싸게 항아리에 술을 담갔습니다.

 


초복날은 굳게 마음을 먹고 기르던 닭을 잡았습니다.

여섯살먹은 장닭~

 

6년간 먹고 운동만했으니 진짜 근육질인데

닭을 죽이면서 왜그리 미안한지......ㅠㅠ

 

우찌나 질긴지 푹푹 삶고 또 삶아서 먹는데 맛이 참 좋습니다.

언젠가 한번 잡아서 맛나게 먹고 3일간 소화제먹던 부작용도 없어지고......

 

덕분에 중복에도 역시 6년근 암닭으로......

 


초간단 비빔밥이 있다길래 어떤가 했더니

콩나물에 호박나물, 무채김치에 달걀후라이올리고

침기름 한숟가락 듬뿍넣었더니 ㅋ~  정말 맛있네요.

 

푹~ 익은 열무물김치 시원하게 한모금 들이켜주고......

 


뭐~  요즘 점심은 맨날 그저그런 반찬들입니다.

밭에서 풋고추 몇개 따고 호박잎데치고

노각무침에 오이지......

그냥 밭에있는 것으로 대충......

 


더위에 혓바닥이 아랫턱 수염에도 닿을것 같았던 어느날 점심은

하해와 같은 광심으로 아내가 하사하신 열무국수~

한그릇 먹고나니 정신이 반짝~

그리고는 이내 곯아 떨어졌던......

 


올해는 어떤 정신낫자루빠진 여편네가

무식하게 들깨모종을 많이 아주 우라지게 많이 내는 바람에

2박3일간 들깨심느라 개고생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앉아서 심다가 무릎꿇고 기어다니며 심다가 서서 심다가......

밭이 모자라 농장귀퉁이며 작업로 주변이며 닥치는대로 심었던......

이를 악물고 다 심고 나서는 그냥 널부러졌던......ㅠㅠ

 

들깨심기가 끝나고는 또다시 이어진 메주콩심기~

올봄 병아리 300수를 입추해서 식구가 두배가 되었으니

닭들먹일 콩도 두배로 심어야 합니다.

 

콩밭도 모자라 여기저기 심을수 있는 곳은 죄다 찾아다니며 심고

나중에는 밭을 새로 만들어 또 심고~

 



올해는 신기한 현상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우리농장에는 없던 풀들이 자라기 시작한 것~

 

왜그런가~ 했더니

여기저기서 풀을 베어다가 닭들에게 먹였는데

그중에 소화가 않된 씨앗들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심지어 거름으로 쓰려고 담아놓은 닭똥자루를 뚫고 풀이 자라기도 하네요.

쇠비름, 명아주, 까마중, 질경이......

덕분에 닭들은 맨날 신났습니다.

 

먹은대로 뿌린다고 했던가요?

어느날 급해서 김장밭에 잠시 실례를 했더만

그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참외~

일명 개똥참외라고 부르지만 그래도 맛은 좋을 거라는...... ㅋㅋㅋ

 

어찌되었건 자연의 힘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닭이며 사람의 뱃속에서 소화작용을 거치면서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다시 싹을 틔워 다음세대를 준비하니 말입니다.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써니
    '15.7.26 10:36 AM

    어떤 정신낫자루빠진 여편네
    ㅎㅎㅎ

  • 게으른농부
    '15.8.18 9:41 AM

    ㅎㅎㅎ 덕분에 고생좀 했습니다. ^ ^

  • 2. 후라이주부
    '15.7.26 11:25 AM

    씨앗의 힘.. 대단한대요 ! ㅎㅎ

    그저그런 먹거리가 아닌 농부님을 만드는 먹거리.

    더운 여름도 잘 나시길.. 홧팅 !!

  • 게으른농부
    '15.8.18 9:42 AM

    정말 대단하더라구요.
    덕분에 요즘 제초작업하느라 땀깨나 빼는 중입니다. ^ ^

  • 3. 우화
    '15.7.26 12:46 PM

    더위는 드시지 말고 마님의 맛난 밥상으로 한여름 을 이기셔요. 닭이 사진으로도 아주 쫄깃해 보입니다 ㅎㅎ

  • 게으른농부
    '15.8.18 9:43 AM

    마님이 먹는것은 정말 잘 챙겨주시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체력이 고갈되네요. ^ ^

  • 4. 나나나
    '15.7.26 12:59 PM

    우리 손자 손녀들 사이에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전설이 있어요^^;

    그러니까 어느 해 여름, 큰 과수원과 밭을 가지신 할머니를 돕기 위해, 모든 친척들이 다 할머니댁에 모였을 때였어요. 어른들은 다들 일하느라 바쁘고, 고만고만한 아이들은 다 알아서 놀고 있을때였지요.

    그런데 할머니가 집에 들어오시면서 하는 말씀이, 할머니가 밭에서 복숭아를 먹다가 뱉은 씨앗에서 복숭아 나무가 나서 자랐는데, 말썽장이 사촌동생이 그걸 까불다가 뽑았다고 엄청 화내시는 거에요 ㅋㅋㅋㅋ

    우리들끼리 모여서 '에이, 할머니 또 억지 부린다, 뱉은 씨앗에서 무슨 복숭아 나무가 자라? 쟤(사촌동생)는 맨날 말썽 피우더니 아주 할머니한테 찍혔다' 이렇게 결론 내렸죠. 그 후에도 우리끼리 모이면 이게 아주 우스개 소리가 됐어요. 우리 할머니가 굉장히 고집스러우면서도 또 굉장히 사랑스러운 분이셔서, 손주들이 다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할머니 말씀이 사실이셨어요!!! 맙소사 ㅋㅋㅋㅋ 농부님 말씀 들으니까 이게 아주 쌩판 허무맹랑한 말이 아니였던 거네요 ㅋㅋㅋ;;;; 언니랑 동생한테 연락해서 말해 줘야 겠어요~ 아...할머니 보고 싶다~

    그리고 농부님, 저는 노각무침을 가지무침, 그리고 된장찌개를 넣어서 밥 비벼 먹는게 정말 너무 너무 너무 맛있더라구요 ㅠㅠ 노각무침은 어린 시절 저희집 단골 메뉴 였는데, 그때 꼭 친정 엄마가 가지무침도 함께 해주셨죠. 일부러가 아니라 가지가 워낙 싸니까요;;; 다들 야채메뉴라 싫어했는데, 이 세가지를 넣고 밥을 비벼 먹으면 아주 꿀맛이여서 다들 잘 먹었어요.

    좀더 손이 가는 버젼으로는 냄비에 찬밥 넣고, 노각 무침과 가지나물, 된장찌개를 넣어서 간을 맞추고 들기름 한바퀴 두르고 볶아 먹는 거요!! 이건 언니랑 동생이랑 냄비채 먹었네요^^ 물론 열무 넣어도 환상이에요~~^^

  • 게으른농부
    '15.8.18 9:45 AM

    ㅎㅎㅎ 할머니말씀에 의심을...... ^ ^
    저도 노각무침, 가지무침, 된장찌개...... 정말 좋아합니다.
    가끔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때도 있고...... ^ ^

  • 5. 솔이엄마
    '15.7.26 7:03 PM

    참외에서 빵 터졌습니다. ^^
    사진만 봐도 얼마나 일이 많으실지 가늠이 됩니다.
    더운 여름에 건강 유의하세요.
    소박한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고 싶네요~^^

  • 게으른농부
    '15.8.18 9:46 AM

    숟가락 가지고 오셔요~ ^ ^

  • 6. 숨은꽃
    '15.7.26 10:01 PM

    글은 재미있게 쓰셨지만
    얼마나 힘들지 그림이 그려지네요
    예전에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아봐서 잘 알거든요
    무더위에 쉬엄쉬엄 하세요
    그게 잘 안되는게 농촌 일이지만~

  • 게으른농부
    '15.8.18 9:46 AM

    맞아요. 쉬엄쉬엄 한다고 맘먹지만 눈에 띄는게 일이라 ......
    정말 해도해도 끝이 없습니다. ^ ^

  • 7. 행복
    '15.7.27 8:46 AM

    보리수 이쁘네여. 맛도 궁금 하고요.

  • 게으른농부
    '15.8.18 9:47 AM

    새콤달콤하니 정말 맛있습니다. ^ ^

  • 8. 부관훼리
    '15.7.27 9:08 AM

    제가 아는게 없어서 뒷마당 닭치기 공부를 하는데
    그런 대목이 있더군요. 때가 왔을때 자기손으로 처분하는것은 당연하다...
    근데 전 못할것 같아요... ㅍㅍ

    복숭아가 저정도 달리려면 몇년생정도 되야하나요?

    여름에 깨 심는거 처음 알았네요. ^^

  • 게으른농부
    '15.8.18 9:48 AM

    저도 제손으로 처분하는 것이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니더라구요.
    복숭아는 지금 다섯살일거예요. ^ ^

  • 9. 소년공원
    '15.7.27 11:11 AM

    농부님 댁 닭들이 저보다도 잘 먹고 사는 듯...

    열무국수 만들어 주시는 분이 한집에 산다면, 전 그 분을 내내 업고 다닐 수 있어요 :-)

  • 게으른농부
    '15.8.18 9:48 AM

    업고는 싶은데 너무 무거워서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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