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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저에게 힐링이 되는 그리고 누군가에게 힐링이 되고 싶은

| 조회수 : 14,319 | 추천수 : 7
작성일 : 2014-11-26 11:44:58

결혼 10년차쯤 됬을때...

과일이라고는 자기 손으로 깍아 먹지 않는 남편의 지방집(주말 부부입니다. ^^)에 가서 보고 놀란 베란다 풍경입니다.

결혼 10년만에 남편이 감깍기의 고수라는걸 알았을 때의 그 황당함이란...





첫해 4박스의 감을 깎은 곶감을 선물 받아서 일년 내내 냉동실에 넣고 잘 먹었습니다.

그 이후...

매년 첫해의 4박스 까지는 아니지만 한박스 정도의 감을 깍아서 곶감도 말리고 또 단감은 주중에 잘라서 저렇게 꾸덕하게

말려서 주말에 제 선물이라고 들고 옵니다.


혼자서 주중에 감을 깍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면 여전히 너무 웃기지만 그 이후 감이 나올 시즌이 되면 기다리게 되는

저의 힐링푸드입니다.

어쩔수 없는 경상도 남자의 본성을 가지고 있는 남편에게 이 곶감은 결혼기념일 즈음에 저에게 주는 또 다른 꽃다발

인 것같습니다. 떨어져 지내는 직장동료의 남편이 동료 생일날 항상 꽃과 케잌을 보내줘서 남편에게 부럽다고 나도 받고

싶다고 하니, 자기가 주문해서 배달하면 비싸니까 저보고 직접 사가지고 출근하라는 너무나 경제적인 남편이지만 가끔 이

런 소소한 것들이 20년 가까운 결혼생활에 위기가 올때마다 한번 더 상대방을 배려하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주말부부가 끝나게 됩니다. 아마 서울에서 말리면 강원도 바람에 말린 그 곶감 맛은 아니겠죠?

 

그리고 저에게는 누군가에게 힐링푸드가 되고 싶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키톡을 보고 만든 음식 중 아마 제일 많이 만든 음식인것 같습니다.

생강이 나오기 시작하면 마음의 준비를 해서 매년 10키로쯤 만들고 있습니다.

같이 드시라고 쿠키도 포장해서 드리는데... 추운 겨울 조그만 제 정성이 저의 지인들에게도 힐링이 되길 바라면서

팔뚝이 굵어지는 줄도 모르고 만들고 있답니다.

다행히 받으시는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저에게 또다른 힐링이 되고 있습니다.

받으시는 분들의 연세가 점점 높아지셔서 예전보다 더 많이 생강의 매운 맛을 우려내야해서 조금 더 시간이 걸리지만

생강 끓이는 향기가 집안에 퍼지면 그것도 또 다른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 할머니는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퍼주는 분이셨습니다. 집안이 예전보다 덜 넉넉해 졌을 때도 할머니는 드실 것 아껴서라도 남에게 대접을 하셨습니다.

전 그게 너무나 싫었는데, 어느 순간 제 손의 크기가 할머니를 닮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어깨아프다고 징징대면서도 계속 뭔가를 만들고 있는 저를 보면서 할머니가 제 마음 어딘가에 계신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반백년을 인생에 큰 굴곡없이 살아 온것에 감사하며, 저의 소소한 일상에도 알게 모르게 힐링

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힐링들이 절 치료해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글을 적으면서 점점 더 생각이 많아집니다.

이번 금요일이 저의 결혼 기념일 입니다. 남편은 아마 저녁 늦게 도착하겠지요. 그의 손에는 아마도 꽃다발 대신 곶감이

들려 있을것입니다. ^^

그런데 그 곶감이 웬지 꽃다발 보다 더 이쁠 것 같습니다.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궁금이
    '14.11.26 1:12 PM

    10년만에 감깍기의 고수인 남편을 보셨다니^^ 놀랄만합니다. 저두 사진보구 엄청 놀랐네요...
    손가락하나 꼼짝않는 우리집 남편도 유일하게 하는게 단감깍아 자기입에 넣는거랍니다.
    그런데, 감껍질도 같이 말리고 계신데, 껍집은 말려서 뭐하시나요?

  • 캐로리
    '14.11.26 4:05 PM

    남편 어렸을때 곶감은 어른들드시고 저 감껍질이 아이들 차지였다고 하더라고요. 떡도해먹기도하고 그냥 먹기도 한다던데 저는 차 끓여먹을 생각입니다. ^^

  • 2. 연정엄마
    '14.11.26 1:48 PM

    어제 내가 단감 껍데기를 두껍게 깍는것을본 아는 집사님이 뭐라하시면서 말려먹으면 꼬들하니 맛있다더니 거기 베란다에 있네요^^

  • 캐로리
    '14.11.26 4:09 PM

    저희 남편은 나름 고수라 감껍질이 엄청 얇아요. 두껍게 깍으면 더 맛있을것 같아요. 저도 두껍게도 한번 깍아봐야 겠어요.

  • 3. 별헤는밤
    '14.11.26 3:22 PM

    혼자 감깎는 남편...너무 귀여워요 ㅎㅎㅎㅎ

  • 캐로리
    '14.11.26 4:14 PM

    저희남편이 사실 한 덩치 하거든요. 저도 과도칼 들고 쟁반에 감 깍는 뒷모습이 도토로랑 오버랩되면서 넘 웃겨요. 그게 저 있을 때는 안깍기 때문에 저도 상상만... ^^ 그런데 요즘 들어보니 감 말고도 잘 깍는게 하나 더 있더라고요. 제사문화 때문인지 밤도 잘 깍는다네요.

  • 4. 산울림
    '14.11.26 4:28 PM

    편강 잘 만드는 팁 좀 알려주세요. 색이 참 곱고 예쁘네요.. 설탕은 얼만큼씩이나 넣는지...

  • 캐로리
    '14.11.26 9:05 PM

    전 어르신들 중에 생강이 매워서 속쓰리시다는 분들이 계셔서 생강을 여러번 울거서 만들어요. 매운 맛 많이 빠진 생강에 설탕을 여러번 나누어서 넣고 삼투압작용으로 나오는 중간의 설탕생각물을 그대로 졸이지 않고 중간에 따라내고 또 설탕넣고 반복해서 시간을 좀 줄여서 만들어요. 그래서 편강을 만들때 생강설탕과 생강차가 많이 나오는데, 따뜻한 우유에 타서 먹으면 진저라떼같이 맛있어요. 색은 흰설탕을 사용하면 깨끗한 노란색이 되고 당밀을 제거안한 유기농설탕을 사용하면 조금 탁한색이 됩니다. 그리고 가스불에서 만들지 않고 인덕션에서 만듭니다.

  • 5. 그리피스
    '14.11.26 6:44 PM

    우와..저거는 곶감용 빨래걸이인가요?

  • 캐로리
    '14.11.26 8:54 PM

    저도 저런게 있는 줄 몰랐어요. 나중에 신기해서 찾아보니 옥*, 지** 여기저기서 팔더라고요. 감 더 산다고해서 장에 따라 나갔더니 감 파는 아저씨도 파시더라고요. 심지어 꼭지 떨어진 감용도 있더라고요. 줄 세워 놓은 폼이 제대로 공돌이 인증샷이네요. ㅎㅎㅎ

  • 6. 고독은 나의 힘
    '14.11.27 12:25 AM

    한때 키톡에 편강 만들기 광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죠^^
    저도 올해 처음 생강으로 엑기스 만들어 보았는데... 생강 껍질 벗기는 그 수고가 진짜 너무 만만치 않은데
    매해 저걸 선물 하신다니... 그거 드시는 분들이 그 수고를 다 아셔야 할텐데..

  • 캐로리
    '14.11.27 9:24 AM

    이제 생강 껍질 벗기는 것은 나름 고수가 된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코스트코에서 니트릴장갑을 사서 쓰고 있어요. 나중에 장갑이 노란색으로 물들더라고요. 맨손으로 하면 생강이 독해서 손이 붓는것 같아서요. 그리고 생강
    전용 슬라이서가 따로 있고 그걸 사용할때도 꼭 니트릴장갑을 끼고 합니다. 안그러면 아마 제 손이 반창고 투성이였을 거예요. 제 주변 분들은 제가 뭘 해다 드리면 직장에만 다니기 너무 아깝다고 부업하라고 하십니다. 제가 항상 말씀 드리죠. 공짜라서 맛있는거예요. ^^

  • 7. xdgasg
    '14.11.27 10:05 AM

    내면의 힘이 묻어나는 글 잘보았습니다. 필력이 상당하신 거 같아요. 감깎는걸 저렇게 남자분이 잘하시다니.. 평소에 행동도 얼마나 얌전하실까 상상이 되네요.

  • 캐로리
    '14.11.27 12:04 PM

    감사합니다. 저 평생 필력이 상당하다는 말 처음 들어요. 감동의 눈물 T.T 저도 남편처럼 이과출신이라 글이 짧습니다. ㅎㅎ
    저희 남편... 덩치는 산만하고 손은 곰손인데, 제가 못하는 몇가지를 해요. 그러고 보면 섬세한 A형 맞는것 같아요. 그 중 하나가 지퍼채우기예요. 가끔 가방같은것들이 지퍼가 훽하고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이런거 절대로 못끼거든요. 저희 남편은 그걸 끼더라고요. 사실 주말에만 봐서 제가 거의 20년 가까이 보고 있지만 이게 평소 모습이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ㅎㅎㅎ

  • 8. sweetie
    '14.11.27 1:15 PM

    꽃다발 대신 곳감 특별해서 훨 전 더 이뻐보일듯!!!

  • 캐로리
    '14.11.27 2:41 PM

    근데 전 아직 나이가 덜 된 걸까요??? 제 친구는 세상에 가장 쓸모 없는게 꽃선물이라는데 (왜??? 못먹으니까...)
    전 여전히 먹지도 못하는 꽃이 너무너무 좋아요. 한손에는 꽃다발 한손에는 곶감이 정답인데... 아마 남편은
    반만 맞출것 같아요. 예전엔 정답이 아니면 안달 냈는데, 이제 나이드니 나머지 정답은 제가 알아서 해결하는 여유가 생겼어요.

    내일은 퇴근하면서 꽃사서 들어가려고요. 하긴 주머니가 하나라 그 돈이 그 돈이긴 합니다. ^^

  • 9. 김지현
    '14.12.1 5:34 PM

    반갑습니다~ 몇 년 전 저희부부도 곶감꽂이를 사서(꼭지 떨어진 것들도 쓸 수 있는 어댑터도 같이 구입) 잘 쓰고 있어요.
    껍질은, 저희는 바짝 마른 후엔 냉동실에 넣어두고 압력밥솥에 밥 해먹을 때마다 넣어서 해먹어요.
    떫은 맛도 없고, 그렇다고해서 단맛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잡곡이라고 생각하고 넣거든요.
    올해도 세 박스나 깎아서 껍질이 많이 생겼어요. 곶감은 여러 사람들과 나눠먹느라 제 집엔 별로 안 남았지만
    껍질은 오롯이 저희 부부 두사람 몫이라... 껍질 차 우려드신다길래 밥에도 한번 넣어먹어보시라고 댓글이 좀 길었습니다 ^^

  • 캐로리
    '14.12.2 10:04 AM

    밥 지을때 넣어 드시는 군요.
    그럼 껍질을 잘게 썰어서 쓰시나요? 잡곡처럼 이용하신다고 하셨는데, 그럼 밥이랑 같이 드시는거죠???

    감은 정말 버릴게 없나봐요. 얼마전에 봅 프로에서는 감꼭지차가 기침, 천식해소에 좋다고 하던데...

  • 김지현
    '14.12.3 1:55 PM

    바짝 마른 상태니까 손으로 뚝뚝 분질러서 넣기도 하구요,(이건 안 귀찮아하는 남편이)
    저는 걍 길다란 상태로 넣어서 밥해요. 어차피 밥이 다 되고 나서 주걱으로 섞을때 잘 잘라지거든요

  • 10. 캐로리
    '14.12.4 10:03 AM

    감껍질 좋다고 생각하고 별 생각없이 차나 마셔야지 하면서도 한켠에 꽤 많이 모아 두었었는데,
    밥에 넣어 드신다고 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감껍질이 비타민 C, 단백질, 칼슘등이 풍부하고 체내노화와 고협압을 개선해 주고 만성적인 설사와
    야뇨증에도 효과가 좋다고 하네요.

    오늘... 집에가서 꼭 감껍질 밥 해봐야 겠습니다. 차로 마실때는 소비가 신통찮았는데, 나중에 감껍질 얻
    겠다고 곶감 만드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정보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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