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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쑥 캐서 쑥개떡, 쑥버무리, 그리고, 주말 나기.

| 조회수 : 10,392 | 추천수 : 111
작성일 : 2009-05-18 16:43:55
지난 주말부터 쑥을 캤어요. 호수 공원에는 보이긴 하는데, 성이 안차 파주까지 갔다 왔다죠.
어렸을 때 엄마가 항상 쑥버무리를 간식으로 해주셨거든요. 전 그냥 엄마가 개발한 건줄
알았는데, 82cook에서 발견하고 어찌나 기쁘던지. 평생 다시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여기
레서피들과 엄마 어깨 너머로 보던 기억을 떠올려서 도전해 보려고 열심히 쑥을 캤어요.


저 캐는 옆에서 어떤 외국인을 모델로 나이 드신 사진 작가 분이 촬영을 하고 있었어요.
물끄러미 보시더니 '나물 캐는 거예요?' '네, 쑥이요.' '젊은 사람한테도 그런 정서가 있네요'
하시며 웃는데, 마음이 싸...했어요. 더 세월이 지나면 이런 정서들이 사라질까요?
저 어렸을 때는 봄이면 항상 엄마와 쑥, 냉이를 캐곤 했는데...



쑥을 잔뜩 캐서 냉장고에 넣어놨더니 쑥향이 진동을 해요. 일단 반만 씻어서 쑥개떡 해먹으려구요.






쑥을 삶아서 핸드블렌더로 곱게 갈아요.






작년 묵은 쌀을 떡집에 가서 빻아 왔어요. 마트에서 찹쌀 가루는 파는데, 맵쌀 가루는 안 팔더라구요.
손반죽을 해볼까 하다가 땀만 찔찔 흘리고, 결국 포기할 것 같아서 애초부터 제빵기에 던져줬어요.






제빵기가 열심히 반죽하는 동안 찜기에 쑥버무리를 했답니다. 포실 포실 쫀득 쫀득 쑥향이 그대로
살아있는게 정말 건강한 맛이에요.






다 된 반죽은 둥글려서 이렇게 빚어 찜기에서 10분 정도 쪄요. 두께에 따라 시간 조절하면 돼요.






참기름을 발라주면 정말 정말 찰지고 쫀득한 쑥개떡이 탄생합니다.







이름도 토속적인데, 모양까지 심심하니 스타일이 안 살아요. 그래서 감자 으깨는 도구로 모양을
내줬어요. 좀 간지 나나요? ^^;






어제는 비가 와서 남편이 등산을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남편 선배 분이 포천에서 약수를 길어
가져다 주신다는 거예요. 마침 약수도 떨어졌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막 쪄낸 쑥개떡을 통에
넣어 드렸어요. 대신 저녁 얻어 먹었답니다. ^^; 이 분께 콩국수 해주기로 약속했거든요.
입맛 까다로운 분인데, 저 82cook만 믿고 덜컥 약속해 버렸죠. 요리물음표 보니 든든해요. ^^






지난 주 등산 도시락은 김치 김밥에 뭘 더할까 고민하다가 샤브샤브 집의 상추쌈을 응용하기로
했어요. 부추를 다져 넣으려고 했는데, 깜빡 잊고 안 사와서 열무김치 꼭 사서 양념한 밥과
잘 섞어줘요. 그리고, 소고기 차돌백이 부위를 사와서 구운 후 듬성듬성 식감 좋게 잘라주구요.






그리고, 이렇게 동글게 꼭꼭 말아서 상추에 싼 후 흐트러지지 않도록 시금치로 묶어 줘요.
산에서 먹으니 상추가 싱싱한 게 그렇게 좋더래요. 이 날은 멤버가 한명 더 늘어서 세분
도시락을 쌌거든요. 상추 쌈이 인기가 자긴 하나 밖에 안 먹었대요. 다음에는 호박잎 쌈을
쌀까 생각중이에요.





금요일에는 남편이 부산에 가서 친구가 일산까지 놀러왔어요. 증권 회사 다니는 친구인데,
작년에 장이 안 좋았잖아요. 출산 휴가 갔다와서 내내 육아와 떨어지는 증시 때문에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었나 봐요.

땡 퇴근하고 달려 갔는데도 7시 반이 넘어 도착 했어요. 친구는 간단히 요기를 했다길래,
나쵸에 파프리카, 토마토, 햄을 다져 넣고, 칠리소스를 뿌린 후, 블랙 올리브와 피자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워 줬어요.






따끈 따끈할 때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또띠아 위에 해도 되구요.






이 날 주종이 데낄라 거든요. 레몬과 소금, 커피, 그리고 나쵸.
저 맥주들은 그냥 이뻐서 색깔 별로 사온 거예요. 술은 섞어 마시면 아니되어요!







다음 날 아침 전복죽을 쑤어줬답니다. 힘 좀 내라구요.
일 잘하고 인정 받는 커리어우먼이었는데, 아이가 이 친구의 삶을 몹시 노곤하게 하네요.
그래도 '엄마 사랑해요'라며 자기 뒤에서 살포시 안을 때 그렇게 사랑스러울 없다는 친구가
참 행복해 보였어요. 사람마다 저마다의 행복이 있는 거고 행복할 때 그 순간을 만끽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람이었음 좋겠어요... 늘...






반찬은 간단히 김치 두종류와 호박전, 새우전, 달걀 말이.







친구와 비가 부슬 부슬 오는 호수 공원을 우산 쓰고 돌아다녔어요.
호수 공원에 핀 연꽃이랍니다. 좋은 사람과 있으면 좋은 광경들이 눈에 들어오나봐요.
그동안 한번도 못봤는데, 마치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어요.

우리도 그렇게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아이에게 지금 우리와 같은 삶을 선물하려면 더
힘들어도 잘 견뎌내야겠지. 힘내라, XX아!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델몬트
    '09.5.18 4:49 PM

    쑥개떡 보니까 군침이 도네요. 참 맛있어보여요. 처음 만드신것 치고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보여요. ㅎㅎㅎ. 마음이 따뜻하신 분 같아요. 그리고 맨 마지막 글 좋은 사람과 있으면 좋은 광경들이 눈에 들어와요. 이말 공감해요.

  • 2. 혀니맘
    '09.5.18 5:28 PM

    쑥개떡, 먹어보고싶어요^^
    너무 맛있을것 같다는..

  • 3. 만년초보1
    '09.5.18 5:37 PM

    델몬트님, 저도 제 손에서 떡이 만들어지니까 신기하던 걸요. 이래서 요리하는 게 재밌어요.^^

    혀니맘님, 쑥만 있음 어렵지 않아요. 떡집 가니까 쑥이랑 쌀가루를 같이 갈아서 팔기도 하더라구요.

  • 4. 코로나
    '09.5.18 5:37 PM

    쑥개떡 간지 제대로입니다. 파주 어디에 쑥이 깨끗하고 많던가요?
    만년초보님 동선이 저랑 비슷하셔서... 글 읽을때마다 혼자 반가워하곤 해요.
    깔끔한 도시락은 여전하네요.

  • 5. 페퍼민트
    '09.5.18 5:57 PM

    요즘쑥은 다자라서 그런가:
    좀 쓴맛이 강해서 저는 못먹겠던데요~~
    그래도 쑥개떡 너무 예뻐서 맛나보여요+ㅁ+
    그리고..두둥~제가 제일 좋아하는 나쵸~~~☆
    먹고싶어라~~~~

  • 6. 은혜맘
    '09.5.18 7:18 PM

    해마다 친정엄마가 시골에서 택배 보내주어서 먹곤 했는데 .... 쑥개떡 너무 먹고 싶네요.

  • 7. 블루벨
    '09.5.18 7:34 PM

    "쑥을 잔뜩 캐서 냉장고에 넣었더니 쑥냄새가 진동을.."
    너무 너무 부럽네요. 쑥 구경한지 한참된 지라.
    영국이라서 쑥은 없는 데 산에 놀러가면 고사리가 지천이라
    고사리만 잔뜩^^

    그림에 쑥개떡이지만..
    침흘리면서 한개 집어 먹고 갑니다.

  • 8. 요술장갑
    '09.5.18 8:11 PM

    쑥개떡 전 며칠전 사먹었어요
    쑥 구하기가 쉽지 않은지라 ㅎㅎ
    사 먹은것과 어찌 그맛을 비교하겠어요
    그리고 시금치 허리띠 두른 상추쌈 절대 흘러 내릴 일이 없겠어요
    몇년전 지인이 유치원 소풍때 쌤 드시라구 상추쌈
    이쁘게 싸서 들고 가다가 다 엎어서 대략 난감했다네요
    그때 저 시금치 허리띠만 둘렀어도 ㅎㅎㅎ
    맛난 음식 구경 잘하고 잘 먹고(?) 갑니당~

  • 9. 서울남자
    '09.5.18 8:33 PM

    젊은 사람한테도 그런 정서가 있네요....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네요.....^^

    쑥 개 떡!!!

    완전 간지납니다!!!

  • 10. Hepburn
    '09.5.18 8:50 PM

    ㅋㅋ 윗분 말처럼 쑥 개 떡~~ 완전 간지나요..
    나물캐는 아가씨같은 모습의 만년초보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옆에 사진찍고 계시던분의 카메라에 잡혔을지도 모르겠네요..
    요즘도 저렇게 조신한 아가씨가 있네..하면서...사진 찍었을것 같아요
    너무 맛있겠다...
    어머님의 하늘에서 보고 웃고 계실것 같아요..
    우리딸이 내가 하던것을 그대로 하고있네...하시면서..
    어머님을 추억할때 이젠 슬픔보다 다른 감정이 더 많이 묻어났으면 좋겠어요..

  • 11. 프리
    '09.5.18 9:03 PM

    저는 이 쑥개떡 간지..야그 들으니...
    소간지가 떠오른다는.....ㅎㅎㅎ

    카인과 아벨 끝나고 나니... 더욱 그리운 소간지....랍니다^^

  • 12. 노란새
    '09.5.18 10:30 PM

    저렇게 쉽게 쑥개떡을 만드는군요.
    저도 어제 양평가서 쑥캐왔는데 얼마안되지만 그건 쑥개떡해먹어야겠어요.
    그리고 사진에 있는건 수련이예요.
    수목원에 갈때 수목원코디네이터가 알려주셨는데 피자처럼 한쪽없어진건 수련, 통채로 있는건 연꽃이래요.
    오랜만에 호수공원에 산책삼아 가야겠네요.

  • 13. 튼튼맘
    '09.5.18 10:30 PM

    음식이 참으로 정갈해 보여요. 아주 야무지신 분인가봐요^^

  • 14. 녹차잎
    '09.5.18 10:51 PM

    떡 좋아하는 친구한테 만들어 주고 싶네요. 지금 단식 중이거든요. 14일 단식에 보양식하고 있는데 연락도 안하고 얄미운 친군데 골 만들어주고 싶네요.

  • 15. 만년초보1
    '09.5.19 9:22 AM

    코로나님, 제가 아직 이쪽 지리에 어두워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어요.
    친구가 파주라고 하니, 파주구나 할뿐. ^^; 동선이 같다니 이웃 주민인가 봐요. 반가워요!

    페퍼민트님, 그래도 삶아주면 쓴맛이 좀 가셔서 먹기엔 큰 부담 없어요.
    참기름을 듬뿍 발라줘서 그런가... ^^;

    은혜맘님, 역시 친정 엄마가 최고죠? 전 엄마 돌아가시고, 이모가 남원에서 쌀, 감자, 김치
    등등을 해마다 보내줬어요. 이제 연세가 드셔서 제가 미안해서 괜찮다고 하는데, 그게 더
    섭섭하신가 봐요... ^^;

    블루벨님, 영국엔 쑥이 없나요? 쑥과 냉이, 민들레는 어디든 지천에 널린 건줄 알았는데...
    새로운 사실 하나 배웠네요. ^^

    요술장갑님, 음식 할때 이 시금치가 진짜 요긴해요. 주먹밥 같은 거 할 때도 요걸로 묶어
    주면 모양도 잡히고, 색감도 살아나고. ^^

    서울남자님, 제주도 음식 기행 제대로 하셨던대요? ㅎㅎ 저도 제주도에서 먹은 사진들이
    가득한데, 군침 흘릴까봐 정리 안하고 있어요. ^^;;

    Hepburn님... 금요일 밤 제 친구도 그러더라구요. '넌 언제 엄마 한테서 놓여날 수 있겠니?'
    제가 그 정도로 좀 심하게 못 벗어나고 있어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답니다.
    제 친구도 사연을 듣고는 저랑 한참을 울었어요... 그냥 슬픔도 엄마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평생 안고 살려구요...

    프리님, 소간지 진짜 간지 제대루죠. 전 장동건이랑 밥 한번 먹는 게 소원이에요.
    10년 전에 인터뷰 한번 한적 있는데, 정말 후광이... ^^ 소군은 한번도 못 봤는데,
    그도 역시 그렇겠죠? ^^

    노란새님, 그게 수련이군요!! 전 수련과 연꽃이 같은 건 줄 알았어요. ㅎㅎ

    튼튼맘님, 님 말씀 들으니 어렸을 때 '넌 너무 야물딱져서 인간미가 없어' 하시던 엄마
    말씀이 생각 나네요. ㅋ

    녹차잎님, 우아, 뭐 때문에 14일씩이나 단식을 하나요? 전 금식 기도원에서 3일 단식 한적
    있는데, 죽는 줄 알았거든요. 동치미 국물 1리터 마시고 쓰러졌는데, 배가 어찌나 부글부글
    끓던지. 배 끓는 소리에 정신 차리고, 바로 갈비탕 먹었어요. 위가 무쇠인가 봐요. ^^;
    저도 녹차잎님 처럼 챙겨주는 친구가 있어야 하는데, 어찌 제 친구들은 뭐 해달라는 것만
    잔뜩인지. ㅋ

  • 16. 베고니아
    '09.5.19 10:11 AM

    형광등불빛위에 있는 맥주색깔이 너무 예뻐요.
    술과 친하지 않은지라...저런색상이 있는줄 몰랐죠.

    옆에 있던 대학생아들"엄마 제가 저종류들 사다드릴테니 진열하세요"
    이엄마가 늘어 놓는데 일가견이 있는걸 알고서~~~ㅋㅋㅋ

  • 17. Hepburn
    '09.5.19 12:10 PM

    네...그런 느낌이 늘 글에서 느껴져서 읽는 제 마음도 늘 짠해서요..
    일상에서 묻어나는 엄마의 기억을 어떻게 잊겠어요...

    떡...정말 맛나보여요..이번 주말에 가까운 호수공원에라도 나가봐야 할까봐요

  • 18. 생명수
    '09.5.19 1:08 PM

    같이 밤새 이야기 나눌 친구가 있다는게 많이 부럽네요.
    서로 힘든 애기도 나눌 수 있고..
    쑥개떡 이쁘네요. 저도 한개만 주세요^^

  • 19. 레지나
    '09.5.23 1:33 AM

    임신중인데 정말 동네 떡집을 다 순례해서 이집저집 먹어봐도 돌아가신 할머니가 해주시던 쑥개떡같은 떡이 없어서 너무 슬펐어요. 당연한거겠지만요.
    쑥을 듬뿍넣은 맛난 개떡, 할머니 모두 그립네요

  • 20. 다물이^^
    '10.4.26 3:28 PM

    쑥개떡에 정성이 보여요^^ㅋ
    선물 받으신 분이 정말 좋아하셨겠어요!
    저도 오늘 시어머님이 보내주신 쑥으로 쑥버무리 해먹으려구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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