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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누가 가만히 있어야 할까?

| 조회수 : 14,202 | 추천수 : 14
작성일 : 2014-05-16 15:39:35

#1


H 씨가 감기로 힘들어하는지 일주일째다 .

바쁘다는 핑계로 밥 한 끼 챙겨주지 못했다 .

이른 퇴근을 해본다 . 부지런히 , 가능하면 H 씨 퇴근 전에 저녁을 차려보자고 .


하지만 H 씨 먼저 퇴근해 있었고 ‘ 저녁은 ?’ 하고 묻는 말에

‘ 삶은 감자 있는 것 대충 먹었어 .’ 하는 대답을 들었다 .

“ 콩나물 밥 할께 , 달래간장에 . 좀 더 먹을래요 ?” 하 물었더니

“ 그냥 한 숟가락 거들게 조금만 해요 ” 라고 한다 .


그렇게 해서 차린 저녁밥상

콩나물밥을 달래간장에 비벼 올해 첫 수확물인 상추와 이웃 텃밭에서 얻은 겨자채에 …… .

뜨거운 국물이 필요할지 몰라 고추장 푼 감자국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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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녁 먹고 산책 겸 걸어서 장보러 갔다 .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걷는 데 “ 체력이 달리네 . 세월호 때문에 잠을 설쳐서 더 그런 것도 같고 ” 하는 H 씨 얘기를 들었다 . 아무 말 못하고 H 씨 옷깃을 여며주었다 . 5 월의 밤바람이라지만 바람 들지 말라고 .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다는데 , 많이 아파할 부모와 선생님들과 또래 아이들 모두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저녁상이라도 마주했길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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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 에게


어제 오늘 부쩍 선거관련 기사가 늘었다 .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정치일정은 일정대로 진행된다 . 왜냐하면 세상 어떤 일이든 결국 정치로 수렴되기 때문일 거야 .


요즘 언론이나 인터넷 글들을 보면 ,

‘ 타인의 극심한 고통조차 정치 ,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별해서 공감하는 사람들 ’ 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야 모두 같다고 말들 하지만 이를 해결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 바로 정치적 이해관계가 엮여 있기 때문이지 . ‘ 정부 책임이다 , 아니다 .’ 라는 공방이 대표적일 거다 . 누군가엔 지켜야 할 기득권일 테니까 .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필요한 만큼 필요한 부분만 보게 되는 거다 .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


네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르지만 혹여 작든 크든 어떤 책임을 맡은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 ‘ 해서는 안 되는 말 , 태도 ’ 들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 대표적인 게 분열이란 단어일거야 . 분열이란 단어에는 통일된 행동 , 이견불가라는 전제가 있다 . 작은 모임에서조차 주도하는 사람들이 이 단어를 쓸 때 어떤 분위기가 연출되는지 너도 보았을 거야 . 하물며 정부나 , 기득권 집단에서야 오죽하겠니 .


세월호 관련해서도 분열이란 말이 회자되더구나 . 어제 기사에 세월호 관련 정부를 비판한 뉴욕타임즈 광고와 이에 대한 반박이 보도되었다 . 국론분열이란 단어가 빠짐없이 보도되는 걸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 ‘ 가만히 있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일을 왜 반론을 제기해서 분열로 보이게 하는 거지 ?’ ‘ 그렇다면 참사 원인 규명과 비판 없이 정부하는 대로 가만 히 있으면 국익과 한인사회의 위상이 높아지는 걸까 ?’ K 야 ! 이런 경우 누가 가만히 있어야 할까 ? 책임 있는 자리 , 힘 있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거다 . 별별 소리가 다 나오고 설사 억울할지언정 가만히 들어야 하는 거다 . 왜 ? 힘 있고 책임 있는 자리니까 .


대통령과 통치 집단의 무한 권력의 정당성은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획득된다 .

그 정당성을 한 번 획득했다고 해도 다음 선거가 있기에 경쟁자의 견제와 비판은 상존한다 . 그래서 선거후 경쟁자의 견제와 비판을 당연히 여기고 아우르며 일해야 하는 것도 이긴 자의 몫이다 . 소위 정치력이라고 하는 거지 . 고작 분열 따위의 말로 국면을 넘기고 지지자를 모으는 건 정치력이라고 할 수 없어 . 이 ‘ 분열 ’ 이란 말의 버전 업은 ‘ 적전분열 ’ 이란 경우다 . 적과의 대치 상황에서 내부의 이견은 곧 적전분열이라는 거고 .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 귀결된다 . 이 경우 왜 적이 되었으며 왜 싸우는지 , 어쩌다 혼란스러워 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 또 이 적은 실재하는 경우도 있고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경제라는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한다 . 어느 경우든 공포를 동반하며 지금까지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


처음으로 선거권을 얻은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지만 너의 선택을 늘 존중하마 .

최선이든 차악이든 보다 근복적이고 급진적이든 , 설사 기권일지언정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 .

다만 힘 있는 사람 , 집단일수록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 있다는 것을 아는 집단과 아닌 집단을 구별할 줄 알았으면 한다 . 또 ‘ 주장은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고 주장하는 목적을 추구 ’ 해야 함을 잊지 마라 . 즉 진심을 드러내는 것이 ‘ 주장 ’ 의 전제조건임을 알아야 한다 . 남의 주장을 들을 때도 너의 주장을 펼 때도 마찬가지다 .


사랑하는 딸

오늘도 집중하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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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호호아줌마
    '14.5.16 4:24 PM

    타인의 극심한 고통 조차 이해 관계에 따라 선별해서 공감하는 사람들 때문에, 또 다른 의견에 대해 분열이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뜩이나 아픈 마음에 상처를 덧입게 되는 요즈음 입니다. 문득 들어왔다가 감동 받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오후에
    '14.5.19 8:45 AM

    분열을 유도하는 누군가는 분명있고 분열이 두렵고 다들 내마음같지 않고 그래서 더 힘들어지는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2. 이쁜어멈
    '14.5.16 5:20 PM

    타인의 극심한 고통 조차 이해 관계에 따라 선별해서 공감하는 사람들 때문에, 또 다른 의견에 대해 분열이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뜩이나 아픈 마음에 상처를 덧입게 되는 요즈음 입니다.

    매우 공감합니다.

  • 오후에
    '14.5.19 8:46 AM

    스스로 상처를 덧 낼 필요는 없겠지요. 분노하는 만큼 서로의 상처를 봐줘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 3. busymz
    '14.5.16 5:35 PM

    반가운 키친토크글에 많은 생각을 하며 갑니다.

  • 오후에
    '14.5.19 8:46 AM

    예.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너무 까칠해지는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하는...

  • 4. Merlot
    '14.5.16 8:14 PM

    그냥....
    감사합니다....

  • 오후에
    '14.5.19 8:46 AM

    네 고맙습니다.

  • 5. 도현엄마
    '14.5.16 8:15 PM

    내 목숨보다 귀한 자식들을 눈앞에서 비참하게 잃은 부모가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그 것을 바라보고 고통받고있는 국민들이 그래야 하나요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 그것을 외면하는 자들을 보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 오후에
    '14.5.19 8:48 AM

    가만히 있을 수 없죠.
    그걸 국론분열 어쩌구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이다.

  • 6. Eco
    '14.5.17 6:49 AM

    밥 한 그릇에 담긴 깊은 생각에 공감합니다.

  • 오후에
    '14.5.19 8:49 AM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7. 호호맘
    '14.5.19 8:01 AM

    구구절절 마음에 많이 와 닿습니다.

    삶과 죽음처럼

    인생과 정치는 뗄래야 뗄수 없는 거 같습니다.

  • 오후에
    '14.5.19 8:53 AM

    사람 관계라는 게 모두 정치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물며 삶과 죽음의 문제에 직면하고 책임을 묻는데 그걸 외면하고 있으니 염치없는 집단인지 눈치없는 집단인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 8. 피츠커피
    '14.5.19 12:01 PM

    훌륭한 어머님 밑에 훌륭한 따님일 겁니다. 감사합니다.

  • 오후에
    '14.5.20 8:56 AM

    모두 훌륭한 부모 훌륭한 아이들일 겁니다. 감사합니다.

  • 9. 콩닥맘
    '14.6.4 7:36 AM

    세상의 모든 어머님이 이런 마음이라면 좋겠어요...
    감동받고 갑니다..

  • 오후에
    '14.6.9 3:00 PM

    모든 부모 마음은 같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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