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Banner

제 목 : 내 나이에서 가지는 여유로움...

| 조회수 : 6,888 | 추천수 : 13
작성일 : 2006-03-21 22:00:40
남편의 일을 도우러 나간게 어느덧 4년째가 되어갑니다..
그동안 가끔씩 며칠 도와준건 있었어도
이렇게 정식으로 아침에 제 시간에 나갔다가 저녁에 같이 퇴근하는 일은
그때가 첨이었지요 또 그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집에 계신 어른들과 한참 수험생이던
고3딸과 고등학교 들어간 아들.. 식사준비도 젤 큰일이었네요


애들이 크니까 저녁시간에 같이 앉아서 밥 먹기가 점점 더 힘들어져요
해서 아침에 가능하면 밥을 꼭 먹여서 보낼려고 하는데 애들도 아침시간에
복잡한거 올리면 잘 안 먹게 되어서 일품으로 주로 냅니다..
간단하면서도 좋아하는 비빔밥들...

이 나이에 내가 나가서 일을 해야하다니. 다른 사람은 이제 이 나이에는
쉬고 놀러다닐때인데...
(여기서 다른 사람은 기준을 왜 위로 했는지..그걸 모르던 철부지였습니다...ㅠ ㅠ)

먹다 남은 김치 한 곳에 모아서 김치 냉장고에 못 넣고 베란다에 뒀더니 요즘 날씨에
흰게 끼었어요 저녁 먹고 한번 씻어서 물에 담궈두고 자기 전까지 두세번 갈아주어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물을 쪽~~빼고 된장, 올리브기름(식용유도 괜찮아요..)
그리고 설탕 약난 넣어서 조물락 조물락 한 뒤에 냄비에서 볶다가 물을 자작하게 부은뒤
끓으면 불을 줄여서 국물이 없어질때까지 졸이면 아침에 훌륭한 반찬 한가지 됩니다..
이건 경빈마마님께 배웠네요...

저녁 설겆이도 못 하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가득 쌓여있던 설겆이 그릇에
또 아침 준비를 할려면 좋은 아침을 짜증으로 시작할때가 거의였었죠
그러다 보니 만만한게 아이들이라고 아이들과 부딪히고 또 아이들은 그때의 자기들만의
스트레스로 받아서 짜증내고..

식탁에 올릴 반찬이 조금 허전하다 싶으면 후다닥 만들어요
양파 반개 채썰고 게맛살 5개를 길이로 삼등분하고 반으로 나누어서
양파 기름에 볶고 게맛살 넣은뒤 살짝 볶은 뒤에 굴소스와 진간장을 약간만 넣고
양념으로 설탕 약간 넣어서 볶아 놓으면 또 한가지 반찬 아침에 나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일하면서 밥해먹기 라는 책을 알게되었죠
정말 눈이 번쩍 띈다는 말이 그 말이었습니다..
내게 닥친 젤 큰 과제였으니까요..
그동안 아름 아름 제가 가진 요리책은 여러권 있었지만
제돈으로 요리책 산건 그때가 첨인 정말 대책없는 엄마였죠...

이건 시간 날때 미리 만들어 놓은 검정콩과 호두졸임
호두는 남아 있던게 있어서 넣었지만 자라는 아이들한테는 이런 견과류가 좋다고 하네요
키도 다 자랐고 어느덧 성인식도 다 치렀지만 제게는 늘 어린애같은 아이들...ㅎㅎ
머리속의 지혜는 언제까지라도 자라야 하니까 자주 멕여요
호두가 없으시며 검정콩 대신 생땅콩으로만 졸여도 또 맛나요

참 현명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연히 힘도 많이 들고 속상함도 많으셨겠지만 그 노하우를 이렇게 책으로 낼수 있다는
사실에 따라서 82에 가입하고 유령회원으로 지내면서 여러분들의 지혜도 배우고
이렇게 제 아이디로 글도 쓰는 그런 귀한 시간을 가지니 항상 82에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이가 한개있었어요
둥글게 체썰어서 소금에 절여두었다가 무쳤어요
알맞게 절인걸 알아보려면 적당히 절여진 오이 한개를 집어서 양쪽으로 모아보는데
그때 잘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면 전 그때 무쳐요
너무 절여지면 쫄깃한 맛이 덜한듯 해서요...
고추가루 약간 넣고 고기 넣고 볶아 둔 양념 고추장(키톡에서 조회하시면 많은 레시피가 나와요..)
그리고 겨우내내 먹고 남은 마늘짱아찌 국물로 무치면 바쁜 아침에 따로 간 보지 않아도
맛나게 간이 맞습니다...

이제는 아침에 여유롭게 아침 준비도 마치고 컴에 앉을 시간도 가지고
따끈한 차도 마실 시간까지 가지게 되니 이것 또한 그동안의 지혜와 경험이겠죠
평생토록 변하지 않을듯 해서 너무도 절 답답하게 해오던 시어머니와의 관계도
늘 내곁에서 어린애들로 있을줄 알아서 더 사랑주지 못 했던 내 아이들도...
22년을 살면서 내게 기쁨도 주었지만 너무 큰 눈물도 주었던 내 남편도..
지금 보니 모두가 조금씩 변해서 둥글게 둥글게 굴러가고 있었어요....

평양이 고향이시고 젊으셨을때는 만주에서도 생활하셨던 시아버님이
무척 좋아하시는 중국고추잡채 만두와 왕만두입니다.
인천의 차이나 타운에 가면 만두만 전문적으로 파는 집에서 사서 냉동칸에 저장해 두었다가
아침에 도저히 더 놓을 반찬이나
또 밥 먹기 힘들어지는 기분 느낄때 데워서 놓으면 아주 잘 드시고
다른 식구들도 좋아합니다.
87세의 연세에도 소화기능은 건강하셔서 이런 밀가루 음식도 잘 드시는걸 보면
제게는 이게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른 미역을 불려서 구박 받던 배도 조금 굵게 체썰어서 시중에서 파는 동치미맛 냉면육수를
냉동칸에 얼려두었던걸 후다닥 해동시켜 국물만 부으면 아주 시원한 국물이
만두랑 먹기 좋아요....

그동안 너무도 힘든일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흐려지고
또 뛸듯이 기뻤던 여러가지 일들도 이제와서 생각하니 나 혼자만 잘해서 된게 아니었다는
감사함도 생기고...
언젠가는 하나님 나라에 다시 놀러가게 되겠지만

감사함에는 더욱 더 감사하고
배움에는 더 열심히 배워서
하나님이 보내주신 제가 있어야할 곳에서 소풍을 마칠때까지
그렇게 보내야 겠다는 생각 드는것도 이 나이에서 가질수 있는 여유로움인듯해서
시간 시간이 더 소중해집니다....
soogug (soogug)

열심히 씩씩하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살자. 좋은 생각이 밝은 얼굴을 만든다...ㅎ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한나
    '06.3.21 10:28 PM

    마음에서 우러나는 글,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천의 만두집도 알려 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 2. 산달래
    '06.3.21 10:43 PM

    님의 글 읽으면서 저 자신이 부끄럽네요
    저와 비숫한 환경인것 같은데 어쩜 이리두 생활의 지혜와 아름다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나 부럽습니다
    82에 오면 어쩜 이리도 마음이 고울까 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저두 열심히 배울랍니다 님의 여유로움까지도요^^

  • 3. 참이
    '06.3.21 11:07 PM

    꾸벅..마음을 배워갑니다..

  • 4. 표고
    '06.3.21 11:26 PM

    저두 남편과 함께 일 나오면서 제일 힘든 것이 밥해먹는 것입니다. 반찬 한 두가지 뚝딱, 찌개 하나
    놓고 먹을 때가 많지요....이곳에서 느낀 점이 많이 반찬그릇이 프라스틱통에서 예쁜도자기로 바뀐 것 을
    시작으로 앞으로 배워야 할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 5. luna
    '06.3.21 11:57 PM

    수국님,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님 글 덕분에 제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항상 지금처럼 아름다운 모습이길......꾸벅~

  • 6. 미카엘라
    '06.3.22 12:13 AM

    저도 글 잘 읽고 배우고 가요..

  • 7. 경빈마마
    '06.3.22 12:13 AM

    좋은 생각
    좋은 마음
    좋은 사람들....

  • 8. 망구
    '06.3.22 12:39 AM

    항상 배울게 많은 수국님...
    정말 우리들은 이 나라에 소풍을 나온걸까요?
    근데.....우리 소풍가면 넘 즐겁잖아요.... 장기자랑... 이리 저리 치어서 모양이 흐트러져도 맛난 김밥먹기
    이것 저것 사온 과자 부스러기..사이다... 그리고 보물찾기...
    근데 왜 우리가 나온 이 소풍은 꼭 즐겁지만은 아닌것 같아요...
    다 나하기 나름인가요?
    소풍 마치고 돌아갈때는 홀가분하게...아쉬움없이 후회없이 정말 행복하게 돌아가고 싶네요....

  • 9. 맑은물
    '06.3.22 4:45 AM

    님들이 오늘 내 맘 아셨는지요??
    소풍 나온 것 처럼 살고자 해도 가끔씩 빠져드는 감상..
    하긴 그것마저 없다면??
    달리기만 해야하는 피곤함이 있을거예요..
    이렇게 젖은 마음 펼쳐 바람 쏘이고
    다시 고이 접어 일상으로 돌아 갑시다.

  • 10. 라벤다
    '06.3.22 8:44 AM

    수국님.
    일할수 있는 이유와 현실에 감사 합시다.
    우리 아이들과 남편들이 바라는 모습이
    아마 수국님 같으신 분들 이겠지요?.....

  • 11. 행복녀
    '06.3.22 9:17 AM

    많이 바쁘실텐데.....모든사람들에게 삶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네요
    자녀분들, 부모님, 편안하게 해주시는 마음에서 다들 행복함을
    느끼실것 같아요~~앞으로도 쭈~욱 행복하세요 ~~

  • 12. 은우맘
    '06.3.22 9:32 AM

    이상하게 눈물이 나네요. 엄마 생각도 나구요.

  • 13. baby fox
    '06.3.22 10:23 AM

    바쁘셔도 항상 가족으 챙기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입니다.

    저는 언제쯤 수국님
    따라 갈까요...

  • 14. 핑크젤리
    '06.3.22 10:49 AM

    이런 소박한 음식들이 참 정겨운거 같아요.

    글을 읽고있는 저도 행복한 느낌이 드네요..

    글과 사진이 넘넘 감동적이예요..

  • 15. 은미숙
    '06.3.22 12:33 PM

    마음의 여유로움과 세상을 보는 따뜻함이 가득하네요.
    지금 글을 읽으며 님의 여유로움과 따뜻함을 조금 나눠가지렵니다.
    고맙습니다.

  • 16. 안개꽃
    '06.3.22 1:06 PM

    좋은글, 정갈스런 음식들 잘 보고, 많이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17. 권재경
    '06.3.22 4:28 PM

    좋은글.좋은음식.눈물나려합니다.
    친정엄마랑트러져오랫동안연락안해.너무.죄짓는생활하는데.82.쿡보면항상반성하게대네요.
    사는게.작년.부터너무힘든지라.갑자기모시는.시어머님도.짜증나지만.오늘이글읽구.반성합니다.

  • 18. 코스모스
    '06.3.25 11:34 PM

    항상 행복하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2909 남편의 밥상 천안댁 2017.06.24 766 0
42908 뒤늦은 된장 가르기등 5 테디베어 2017.06.24 1,126 0
42907 아들2호와 속초 다녀온 이야기 10 솔이엄마 2017.06.23 4,199 4
42906 강릉에서의 6월 이야기 ^^ 12 헝글강냉 2017.06.21 6,322 4
42905 매실 매실 장아찌~ 3 까부리 2017.06.17 6,181 2
42904 쇠비름 6 이호례 2017.06.11 7,143 5
42903 토요일 점심 (열무국수) 12 천안댁 2017.06.10 11,695 5
42902 솔이네 5월 일상 & 아버지 이야기 32 솔이엄마 2017.06.10 10,809 7
42901 88차 오월은 푸르구나~ 아이들은 자란다~~♪♬ 5 행복나눔미소 2017.06.09 3,953 5
42900 밥꽃 마중 8 구리구리(?)한 밤꽃 8 차오르는 달 2017.06.07 4,935 2
42899 비가 반가워서 6 오후에 2017.06.07 5,771 1
42898 때아닌 강정 5 이호례 2017.06.05 7,745 1
42897 오늘 도시락 10 오후에 2017.06.05 10,579 2
42896 화창한 날, 도시락, 불두화 10 오후에 2017.06.02 9,528 4
42895 87차 봉사후기 부드러운 수육보쌈과 된장국 ^^ 9 행복나눔미소 2017.05.29 7,766 11
42894 짤방은 필수^^ 39 시간여행 2017.05.29 11,569 4
42893 또오랜만이에요! (스압) 18 hyunaeh 2017.05.28 10,208 2
42892 ★오이지후기★남편의 밥상 2 탄 27 천안댁 2017.05.28 13,310 2
42891 국수, 도시락... 봄에 먹은 것들 27 오후에 2017.05.25 14,351 3
42890 ★1일차★ 물안넣고 만드는 오이지(히트레시피에 있는것) 29 천안댁 2017.05.25 11,651 2
42889 아휴 내가 이런 걸 또 만들어서.. 13 프레디맘 2017.05.25 12,284 3
42888 5월의 시골살이 29 주니엄마 2017.05.22 13,300 3
42887 엉터리 급조 시집살이 완료 4편 39 소년공원 2017.05.20 13,303 8
42886 강릉 특파원입니당 ~ ^^ 32 헝글강냉 2017.05.18 12,378 6
42885 밥꽃 마중7 무꽃 피우기 11 차오르는 달 2017.05.17 4,058 2
42884 주말 일상~ 28 테디베어 2017.05.14 12,697 4
42883 백향과수제청 .. 패션푸르츠 수제청.. 맛나네요.. ^^ 12 파티그린 2017.05.13 8,490 2
42882 얼렁뚱땅 시집살이 보충수업 이야기 3편 26 소년공원 2017.05.12 11,769 9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