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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추운날 고양이들과 떠돌이 개

| 조회수 : 2,946 | 추천수 : 3
작성일 : 2013-12-09 14:39:26

이곳은 지난 목요일부터 기온이 영하 15-16 도,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들이 4일째 계속이예요. 수요일 쯤 되어야 겨우 낮기온 0도가 된다고 하네요. 밤기온은 여전히 영하 십 몇도로 내려가구요. 게다가 추워지면서 얼음비와 눈이 쏟아져서 거리는 마비된 상태라 차들도 거의 안 다니죠.  이런 지속적인 강추위는 처음 인 것 같습니다. 미국 북부에 살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거든요. 밖을 내다보노라면, 지구 멸망의 날에 잘 등장하는 영화의 한 장면과 흡사하기도 해요.

예전엔 춥고 눈오고 차도 못 다닐지경이고 그러면 나비 옆에 끼고 커피 마시면서 밖을 내다 보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번엔 날씨가 추워도 너무 춥고, 그러다보니 제게 밥먹으러 오는 길냥이들 걱정..그리고 굶어죽게 생긴 검은 개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게다가 우리 보미는 이 추위에 계속 밖으로 나가 길건너 집으로 가는거예요. 그 집이 비었는지 차도 안 보이고 깜깜한 걸로 보아, 이 녀석이 그 집 지하실로 들어가도 추울텐데 말이죠.

목요일 추워지기 시작하는 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앞에서 올린 다른 커다란 누런 개, 품종이 뭔지 모르겠어요. 여긴 저런 크기와 색깔의 개들이 꽤 눈에 띄여요. 저 녀석이 우리집에서 고양이 사료를 먹고 돌아가기에 차로 뒤 따라갔죠. 이 녀석 다른 집에 들려 문앞에 놓여있는 밥그릇 한번 또 훑어주고,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거예요. 그러더니 어느 집 앞에 앉아요. 아주 편안한 자세로 문도 한번 쳐다보고 하는 걸로 보아 거기가 집 인거 같았어요.

  

왼쪽 기둥에 앉아있는 누런 개 보이죠. 내려서 이 집 개냐고 묻기엔 좀 꺼려져서 차 안에서 여기저기 살피고 출발하려는데 저쪽에서 어떤 남자가 걸어오기에 물었어요. 저 개가 저 집 개냐고. 맞다고 하면서, 인디언 여자가 혼자 사는데 저렇게 개를 방치한다네요. 이 놈이 활동반경이 꽤 넓어요. 우리집에서 약 4-500m 정도 떨어진 곳이거든요. 동네 아이를 문 적도 있다고 하면서, 신고를 해서 잡아가면 또 데려오고 그런다네요. 마른 검은개도 물어보니, 자기도 봤다고 하면서 눈에 띄이면 뭘 준다고 해요. 집 없는 개가 틀림없고, 새끼는 6개월전에 낳았다고 하네요.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긴 이야기는 못했죠.

이 날 밤 검정 개가 먹이를 얻어먹고 돌아갔어요. 돼지목뼈가 비싸지 않아서 이 녀석 눈에 띄일때 주려고 좀 사놨거든요. 여기 살도 꽤 많이 붙고 그래서 이 놈이 아주 좋아해요. 그런데 저 정도로 심하게 마른 개들은 먹이를 단계별로 주던데 전 그럴수 없어서 그냥 이것저것 줘요. 어쩌면 건강에는 썩 안 좋을지 모르겠어요. 너무 많은 음식을 갑자기 먹게 되는거라서요.  


그런데 이녀석 성격이 순한 거 같아요. 다른 길냥이가 먹이를 먹으러 왔는데, 캔을 따니 이 길냥이가 계속 절 따라다니면서 먹겠다고 하는거예요. 그릇 두 곳에 주는데도 한 군데서 먹지 않고 계속 절 따라 왔다갔다 하니 이 검은 개가 길냥이를 피해서 먹어요. 보통 길냥이들이 저 정도 큰개는 무서워하거든요. 그런데 이 새로 나타난 길냥이는 겁도 없어요. 류키미아 걸렸다는 그 노란고양이와 똑 같이 생겼는데 같은 형제일지 모르겠어요.

옆집 고양이와 마루는 너무 사이가 좋아요. 옆집냥이가 이제 많이 커서 못 올라가던 장농도 잘 올라가죠. 마루와 저렇게 같이 잘 자곤해요.


날이 무섭게 추우니 참새들이 고양이 사료를 먹으러와요. 고양이 사료를 먹는 새가 있는데, 그건 검은 색 까마귀와 비슷한 새 거든요. 어지간히 배가 고팠는지, 다른 예쁜 새도 날아들어요. 나비 혼자 있을땐, 일부러 뒷마당에 새 모이를 줬어요. 제가 일하러 나가면 밖을 쳐다보고 지루하지 않게 새들 좀 날아오라구요. 그런데, 보미 새끼들 일곱마리 키우면서 부터 너무 힘들어 밖에나가 새 밥 까지는 못주겠어서 포기했죠. 그리고 나비도 충분히 정신 쏟을데가 많았구요.

이 때 주던 새 모이가 많이 남아서, 줬더니 마루와 나비가 내다보고 신이 났어요.


나비가 옆집 새끼냥이와 많이 친해져서 저렇게 같이 새 구경도 해요. 예전에 보미새끼들을 키울 때, 검은 새끼냥이 하나가 그렇게 나비를 쫒아다녔거든요. 나비는 싫다고 하는데도요. 이제 이 옆집 새끼냥이가 나비를 그렇게 쫒아다니네요. 장난도 치고 그러는데 나비는 싫다고 도망다니느라 바쁘죠.

 


나비 머리 오른쪽으로 보이는게 참새들이예요.


마루 이녀석은 앉아있는 나비에게 그루밍을 열심히 해 주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끝은 결국 이렇게 되죠. 나비가 당하는 거 같은데 마루가 저렇게 시비를 걸지만 늘 져요. 마루는 하는짓이 장난끼 많은 청소년과 흡사해요.  



밖을 좀 잘 보이게 해주려고 의자뒤에 작은 테이블을 놨더니 마루는 또 그게 색다르게 좋은지 여길 안 떠나네요. 낮 잠도 여기서 잡니다.



이 두녀석은 정말 잘 지내요. 옆집 고양이 정말 많이 컸죠. 몸을 길게 늘이고 있을 때 보면 많이 큰게 느껴져요.

떼어놓기 아쉽긴 한데, 제가 체력이 안되니 있는 고양이들이나 잘 돌보자고 생각했어요. 사실 고양이 셋도 제겐 너무 벅차서요.




나비는 마루가 늘 앉아있는 저 박스가 탐이 났었나봐요. 오다가다 저렇게 자기도 들어가 앉아있어요.


그리고 목요일 이후 이틀 간 안 보이던 검정개가 오늘 제 눈에 띄였어요.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지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요. 저 만큼 돌아가다 제가 문 여는 소리를 듣고 오기에 돼지목뼈랑 캔을 줬어요. pedigree 사료를 사놨는데 이건 오히려 좀 먹는 듯 해요. 싼 사료가 더 입맛에 맞나봐요. 처음 산 건 전혀 입에도 안 댔거든요.  그러다 이 장면을 본 건너편 집 아이가 궁금해서 다가오니 그 아이에게 으르렁 거려요.

길냥이도 그렇고 통계상 남자에게 학대당한 동물이 많아서 여자보다 남자를 피한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인듯 해요. 우리 나비도 남자만 보면 피했거든요. 

나중에 닭고기 말린 걸 줬는데도 이 녀석이 안피하고 가까이와서 받아먹어요. 입을 살짝 만져봤는데, 유기견 구조자 Hager 처럼 천천히 다가간 다음 잡아야겠어요. 친해지지 않은 다음 잡는 건 위험하기도 하고 그래서 여기저기 막 만질 수 있을만큼 될때 목걸이를 채우려고 해요. 저렇게 큰 개는 키워본적도 없거든요.


갈비뼈가 정말 앙상하죠. 이틀간 뭘 아무것도 못먹었는지 배는 더 들어갔어요.

그리고 새 주인을 찾아간 류키미아 노란고양이는 잘 있기는 한데, 새 장소에 남자 주인이라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릴 듯 해요.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든콜
    '13.12.9 4:26 PM - 삭제된댓글

    정말 너무 말랐네요..가슴아파라..ㅜㅜ

  • 2. 훠리
    '13.12.9 4:39 PM

    어휴 어떡해요 ...정말 강아지 너무 말랐네요...

  • 3. 프레디맘
    '13.12.9 5:01 PM

    어머 검은 개, 엄청 말랐네요~
    혹시 가까이 다가갈 생각이시면 손에 오븐 장갑 두꺼운 거 끼고 하세요, 혹 물려도 덜 다치게요.
    생고기 뼈 붙은 거 우리개도 잘 먹는 데, 많이 말랐으니 계란 같은 거도 주면 잘 먹을 듯 해요.

  • 4. cloudsway
    '13.12.9 5:53 PM

    겨울이 되면 동네의 유기괸 강아지나 고양이 볼때마다 맘이 짠해요 먹을걸 챙겨주고 싶어도 동네사람들은 그걸 더 싫어하죠 그럼 영영 떠나지 않는다고

  • 5. 겨울
    '13.12.9 7:41 PM

    아~~저 검은개 어쩌나요~~
    얼마나 춥고 배고플지..

    그래도 챙겨주는 님이 계셔서 다행입니다ㅜ

  • 6. 노라제인
    '13.12.9 10:38 PM

    얼마나 배가 고플까 ..그래도 이렇게 따뜻한 분이 근처에 있으니 정말 다행이라는생각을 하게되네요 ㅠㅠㅠ

  • 7. 해라쥬
    '13.12.10 12:30 AM

    이시간에 괜히 봤어요 검둥개 어째요 갈비뼈가 다 보이네요 추운데 얼마나 배가 고플까 ..... 잘 구슬려서 집으로 겨울이라도 나게 들이시면 ,............. 어우 ..

  • 8. 패랭이꽃
    '13.12.10 2:20 AM

    감사합니다. 원글님.
    저도 저렇게 굶고 있는 유기견한테 밥 주고 싶어요. 맘 아프지만 원글님이 있어 훈훈하군요.

  • 9. ocean7
    '13.12.10 5:40 AM

    검은개는 어째요..ㅠㅠ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났네요
    추운겨울을 어찌날지..

  • 10. 루이제
    '13.12.10 1:02 PM

    천사 같으세요..검은개 너무 안타까워요.
    빨리 친해지셔서, 한가족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아..정말 좋으신 분이세요.
    전,,행복하고 기분좋게 느껴지는 고양이들 사진과,,아기자기한 가구들과 함께
    집안 풍경 사진 참 좋아요.

  • 11. 아네모네
    '13.12.10 1:44 PM

    윤기나고 반질 반질한 세녀석들 보고 흐뭇해 하다가 갈비뼈가 그대로 보이는 검은개 모습에 안쓰럽고 안타깝고 그러네요.
    그래도 님 같이 좋은분 만나서 겨울 어쩌면 잘 날수도 있겠다 싶으니 고맙고도 고맙습니다.

  • 12. 높은하늘
    '13.12.11 12:53 AM

    먹을거 잘 얻어먹고 마음편히 겨울 잘 지냈으면 하네요.
    개들이나 고양이들이나 천사를 알아보는거 같아요.
    님 복받으세요.^^

  • 13. luckyme
    '13.12.23 11:04 AM

    다른 말이지만..집안의 가구며 패브릭이 ...예술입니다. 완전 제스타일...!!
    멋진 집에 사는 고양이들 행복하게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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