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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싸움 기술, 뒷태 공개

| 조회수 : 12,704 | 추천수 : 3
작성일 : 2013-03-07 16:25:15

으슬으슬 추운 것도 아니면서 왠지 움츠려드는 날씨가 연속이다.

뭘 먹나 궁리하다. 갑자기 생각난 여름 음식들, 호박잎, 고구마줄기, 쑥갓버무리, 곤드레 밥, 깻잎볶음.




 

움츠렸던 몸과 마음일랑 한여름 햇살처럼 확 퍼지라고 지난여름 밥상 올립니다.

뜨끈한 된장찌개에 호박잎, 쌈 싸먹어도 맛있고 적셔먹어도 맛있는데...

지난여름 말려 놓은 고구마줄기, 아쉬운 대로 주말엔 불려서 볶아먹기라도 해야겠습니다. 냉이, 쑥이 마트엔 나왔을 테니, 냉이 쑥국이라도 끓여야겠습니다. 봄을 타는지 축축 쳐지네요. 힘냅시다. 아자~ 힘!!!

싸움 기술

K에게

‘비교하지 말라’는 말을 참 많이도 한 듯하다. 사람들은 살면서 알면서 또는 자신도 모르게 참 많은 비교를 한다. 이런 버릇은 심지어 다툼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비교가 자신의 논리와 정당성의 근거를 제시하기 쉽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K야, 뭔가를 이해하기 위한 비유와 사례를 넘어서는 비교는 다툼에서 특히 삼가야 해야 하는 일이란다. 다툼이란 생활에서 흔히 마주하는 작은 토론이든 말싸움이든, 감정이 상해서 해대는 말이든 모든 인간관계속에서 벌어지는 걸 말한다. “누구도 하는데, 나는 왜 안 돼?” “너도 그랬잖아!” 하는 따위의 감정 들어내기가 대표적일거야.

사람 사이가 마냥 좋고 원만할 수만은 없기에 싸우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싸움에도 기술이 필요해.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만으로, 내 주장을 관철시킬 목적으로 섣부른 비교를 한다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야. 그 상처는 어떻게든 내게도 남는 거란다.

언젠가 ‘누구와도 무엇도 비교하지 말고, 비교로 상처를 받지도 상처를 주지도 말라’고 했던 말 기억하니? 싸움에 있어 비교는, 상처를 주고받는 문제뿐 아니라 다툼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가려버리기도 한다.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거지. 있는 그대로 보기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거고. 그래서 더욱 싸울 때 해서는 안 되는 거다. 좀 창피한 예를 들자면, 네가 술 먹고 늦게 들어와 엄마한테 야단맞으며 했던 말 있잖아 “아빠도 늦게 오는데 왜 나한테만 뭐라 해” 이 말이 당장은 상당히 효과적인 대응처럼 보여. 왜냐하면 아빠와 단순 비교로 엄마 말문이 잠깐 막히는 걸 너도 경험했을 테니까. 또, 나름 근거도 있고 잘하면 아빠와 연대할 수도 있는 것 같기도 해. 그런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잖아. 왜냐하면 진짜문제는 술 자체가 아니라, 너의 안전에 관한 걱정이거든. 그럼 걱정은 누가 하는 거니? 엄마가 하는 거지 네가 하는 게 아니잖아. 따라서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는 게, 진짜 문제 해결이야. 이런 경우, 네가 술을 안마시거나 엄마를 설득할 뭔가가 필요한데, 아빠와 비교하는 게 어떤 도움이 되겠니? 아빠와 비교한다고 너의 안전이 담보되는 게 아닌데, 엄마 걱정을 덜어 줄 수는 없어. 그저 말싸움에서 이기고 싶은 게 아니라면 섣부른 비교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거 이해 할 수 있니? 게다가 너의 비교로, 내가 행여 참담해 한다거나 엄마로부터 “당신 때문에 제가 그렇잖아!” 하는 원망을 듣는다면 어떻게 될까? 또 2차 3차의 문제를 만든 게 되겠지.

토론 자세든 싸움 기술이든 대화법이든 뭐라 부른 든 네가 꼭 익혔으면 하는 자세란다. 비교하며 대화하지 않기. 비교는 오직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이해를 돕기 위해서만 상상하기. 특히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싶게 내뱉지 말기. 그럴 때 너의 설득력은 훨씬 빛을 발할 거다.

사랑하는 딸,

오늘도 행복하렴

 

 

** 앗 사진이 일부 사라졌네요. 업로드되어 있긴 한데 보이지 않아요

     제가 뭔가를 잘못 클릭한듯 한데...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딘
    '13.3.7 4:46 PM

    저녁 메뉴 검색하러 들어왔다 오늘만 공개하시는 뒷태를 감상했네요
    설마~20년 전 모습 그런 건 아니겠죠?
    다 큰 자녀를 두신 아빠의 모습이라기엔 너무 젋은 뒷태세요^^

  • 오후에
    '13.3.7 5:01 PM

    이런 저녁 메뉴에 별반 도움을 못드렸네요..

    20년 전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때도 저리 떠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가져봅니다.
    젊은 뒷태는 옷이 그런게지요.

  • 2. aloka
    '13.3.7 4:54 PM

    자주 오셔서 반갑다고 하는 분들 많으실 것 같은데요^^
    언제나 좋은 글 반성하며 읽고 있습니다

    대학생 딸을 둔 아빠의 뒷태라고하기에는 너무 젊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 오후에
    '13.3.7 5:04 PM

    내 주위 사람들 뒷태는 다들 저렇던데요. ㅋ
    옷이 날개라는 말이 맞나 봅니다.

    자주 온다 타박않고 반겨주시니 감사...
    바로 밑에 제 글이 있어 잠시 망설였습니다. 이거 너무 도배하는 거 아닌가 하고.... ㅎㅎ

  • 3. 달의딸
    '13.3.7 5:06 PM

    동네가 한국 같지 않고 일본 교토 분위기가 나네요..

  • 오후에
    '13.3.7 5:55 PM

    한국은 아닙니다. 교토보단 따뜻한 곳이죠. 많이

  • 4. 치로
    '13.3.7 5:09 PM

    어 저도 젊은 뒤태라 생각했어요. 어짜피 인증하실일 없다고 아무나 찍어서 올리신거 아니에요? ㅎㅎ 농담이에요.. 친하지도 않으면서 농담해서 죄송해요..ㅠㅠ
    여름밥상. 제가 좋아하는 밥상입니다.
    저렇게 밥상을 차려서 식구들에게 주고 싶어요.
    그런데 아침에도 막 볶은 밥이랑 겨우 딸기 주고선 맛있지 맛있지? 아..놔..ㅠㅠ

  • 오후에
    '13.3.7 5:57 PM

    다들 뒷태만 말씀하시니... 아무나찍어올린거다 이러고 싶네요. ㅎㅎ

    정말 오늘은 몹시도 여름밥상의 호박잎이 먹고싶은날입니다.

    막 볶은 밥이랑 딸기... 무지 맛있는 밥상인데요.
    남이 해주는 밥은 뭐든 맛있다는 진리~~~중의 진립니다.

  • 5. 리본
    '13.3.7 5:12 PM

    자주 오셔도 건강한 밥상이 부러워서, 또 K에게 쓰는 편지가 좋아서 저는 언제든 반갑습니다
    그런데 아이디를 오늘 처음 봤네요.......
    무슨 뜻인가요?

  • 오후에
    '13.3.7 6:00 PM

    반겨주셔서 감사

    아이디요? 닉 말씀이신가요? 아님...
    아이디가 어디나오나요? 별뜻 없습니다. 아주오래전 아이디라는 것 처음 만들때 사건?과 관련있을뿐

  • 6. 초록발광
    '13.3.7 5:41 PM

    싸움의 기술....
    일단은 백윤식이 오백원짜리와 나무젓가락으로 상대를 제압했던 삼삼했던 영화가 떠오르고ㅎ

    이단은 십년쯤 전에 한 선배가 해준 말이 떠올랐어요

    "정연한 논리와 수려한 말로 상대의 말문을 막아버리면 겉으로는 그 싸움에서 이겼는지 몰라도 상대의 인정과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그 싸움은 이기나마나" 란 말이었지요.그 말 여적 새기고 살았지만 ....현실은 정연한 논리와 수려한 말 갖춰서 겉으로라도 이기고 속이라도 시원했음! 하는 비루한 중생이네요. 하하하ㅜㅜ

    뒷모습이 너~무 젊다!에 저도 한표 ㅎ

  • 오후에
    '13.3.7 6:06 PM

    비루한 중생???
    지난번엔 꽁꽁거린다는 표현을 쓰시더니... ㅎㅎ
    둘 다 저도 제주위도 잘 쓰는 말인데.... 이거 이거 하는 생각을 불현듯 해봤습니다. ^^

    뒷모습뿐 아니라 앞 모습도 젊고 싶다에 저는 한표 던지렵니다.
    오늘 저녁 먹고 싶은 호박잎만큼의 바람을 담아.

  • 7. 예쁜솔
    '13.3.7 8:47 PM

    딸의 남자친구 뒷모습인줄...;;;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꽃중년...
    울 남편 뒷태와 왜 이리비고 될까...ㅠㅠㅠ
    게다가 음식까지...???

  • 오후에
    '13.3.8 9:19 AM

    딸 남친 뒷모습.... ㅎㅎ
    앞모습도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 8. 고독은 나의 힘
    '13.3.7 9:13 PM

    청바지 입으셨으니 오빠라고 불러드릴께요..(설마 배바지는 아니겠지요?!!ㅋㅋ)

  • 오후에
    '13.3.8 9:20 AM

    배바지는 아닙니다. 네버~
    그리 친근히 불러주시니 감사합니다.

  • 9. 연이연이
    '13.3.7 11:34 PM

    제주도네요~ ^^
    이번주말 이박삼일 제주여행 예약했다가 사정이 생겨 급 취소했는데, 눈물 나네요. 날씨도 엄청 좋을 것 같은데 ㅠㅠ

  • 오후에
    '13.3.8 9:23 AM

    제주 한참 밑에 있는 섬입니다.

    애구~ 여행 못가셨다니... 담엔 꼭 성공하시길..
    이맘때 제주... 유채가 피었겠네요

  • 10. 아라리
    '13.3.7 11:48 PM

    어.... 저 음식들....설마 직접 요리하신? 그리고 사시는 곳이 제주도에요? 아..40년 넘게 살면서 제주도를 한번도 못가본 저로서는 부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네요. 게다가 초동안뒤태까지. 부럽습니다. 흑.

  • 오후에
    '13.3.8 9:26 AM

    사는 곳 제주아닙니다. 부러워마소서. 저도 제주 사는 사람 부럽습니다.
    사진은 작년 1월에 여행갔던 곳인데.. 제주보다 남쪽의 섬입니다.

    올봄에는 제주 올레길 한 번 다녀오실 수 있길.... 제가 기도드릴게요. ^^

  • 11. 소연
    '13.3.8 12:41 AM

    대학새내기 아빠 라고는 안보이는 뒷태입니다..
    늘 건강한 밥상...수저만 들고 슬며시 낑겨앉고 싶어요..

  • 오후에
    '13.3.8 9:27 AM

    저도 여기 올라오는 수많은 음식들 보면 슬쩍 낑겨앉고 싶습니다. 늘...

    남이 해준 음식은 다 맛있어 보이고 실제 맛있다는 전설 때문일겁니다.

  • 12. 달빛
    '13.3.8 3:52 AM

    호박잎에 눈이 번쩍~~
    뒷태가 너므나 젊슴니다요^^
    대학생은 좀 글코, 대학원생 정도로 보이는데요!!

  • 오후에
    '13.3.8 9:27 AM

    저도 호박잎에 눈이 번쩍했었습니다.
    못먹어서 한없이 아쉬웠었구요

  • 13. 야옹조아
    '13.3.9 3:40 PM

    차분하게논리적으로말씀하시는게부모교육공부하시는선생님같으세요
    배우기는했는데막상,아이랑논쟁 을할때는 욱하며 제가소리지르고끝나버리네요항상핵심이빗나가는아이와의대화에오늘도생각또생각합니다

  • 오후에
    '13.3.10 4:59 PM

    애구 부모교육공부하곤 거리가 멉니다.
    차분하게 말하려고 애쓰는 부모지요. 그것도 머리로만 그런지라...
    버럭할 때가 더 많고요.
    세월의 터울을 어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다 시간 지나야 알아차리는 거니... 그것도 부모 욕심인지 모른다 생각하고 요즘은 메모를 해두고 있습니다.
    나중에 읽어나 보라고 줄까 해서요. 그러면 한결 버럭하는 맘이 줄어든답니다.

  • 14. 간장게장왕자
    '13.4.1 4:02 PM

    우와 정말맛있어보이네요 침이 꼴까닥 넘어가내여 대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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