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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개풍관에서의 아름다운 시간

| 조회수 : 869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01-09 00:33:18

 

 

개풍관으로 들어갑니다.

 

처음 안내받은 공간이 바로 합기도를 수련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앉을 수 있는 상이 하나씩 나란히 놓여져있네요.

 

공간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도장이 되었다가 세미나장이 되었다가, 음식을 나누는 연회장이 되기도

 

하는 . 다마미를 들어내면 이 곳에서 노 공연을 하기도 한다고요.

 

이것에서 합기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명단이 씌여져 있었습니다.

 

걸려 있는 글씨의 뜻이 눈에 확 들어와서 한 장 찍었습니다.

 

한 쪽에 한국에서 간 사람들이 먼저 자리잡고 앉았지요. 일본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어라

 

세미나를 연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궁금했답니다.

 

아직 세미나가 시작되지 않아서 이왕이면 공간 구석 구석을 보리라 마음먹고 돌아다녔지요.

 

글씨의 뜻 글씨의 기운 이런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2층에 올라가도 된다고 해서  들어갔더니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비롯해서 우치다 선생님의 저서 70 권이라고

 

한 군데에 나란히 정리되어 있네요. 세미 퍼블릭한 공간이라고 소개받은 이 곳에는 책장이 눈길을 끌었지만

 

제겐 그 공간에 걸려 있는 그림이 확 마음을 잡아채는 느낌에 한동안 바라보고 다시 바라보고 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계단을올라가는 중간에 그리고 서재가 있는 공간에 서로 다른 느낌의 그림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라 마치 두 사람의 그림인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여러 점이

 

물었더니 사실은 한 사람의 그림이라고요. 상당히 다른 느낌이라고 소감을 말하니 선생님이 작품 세계가

 

변하는 과정이 그렇게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림을 보러 다시 가서 거리를 두고 사진을 한 장 더 찍어보았습니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실루엣을 잡아보았지요.

 

제 눈길을 잡아 끈 그림은 바로 이 책상옆의 이 그림입니다.

 

아무리 책으로 미리 예습을 하고 갔어도 막상 그 공간안에 들어서서 바라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네요.

 

 

 

 

집 구경이 끝나고 드디어 본론에 들어갈 시간, 사진의 맨 왼쪽에 앉은 분이 바로 우치다 선생님입니다 .

 

 

 

세미나가 시작되자 어디선가 사람들이 등장해서 서로 인사를 하고  이 모임이 어떻게 성립하게 되었는지

 

경과에 대한 이야기, 그 다음에 각자 질문을 하는 자유로운 시간을 갖기로 했지요.

 

레비나스에 관한 글을 쓴 우치다 선생님, 레비나스를 처음 알게 된 박선생님이 책을 찾다가 만난 우키다 선생님의

 

글, 민들레 교육에서 초청한 선생님을 길담에서 모시게 된 사연, 이렇게 이어진 인연의 끈으로 이 곳에 오게 된

 

사람들, 이 사이에서 레비나스의 목숨을 건 도약이란 말이 갖는 무게감, 그런데 문제는 저는 레비나스를 제대로

 

만나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이 흩어지려고 하네요. 이럴 줄 알았다면 미리 레비나스에 대해서

 

독서를 통해서 알고 왔더라면 좋았을까, 아니 이렇게 만나고 글로 다시 제대로 만나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서로 이어지는 대화에 몰두하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세미나도중에 일본 변경론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진 다음, 연회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음식은 이층의 주방에서 이 곳 사람들이 준비한 것이라고 하네요.

 

이 여성분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가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박선생님이 미국에 유학한 시절, 동창생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영어로 쓴 옥중 경험에 관한 시를 모두에게 읽어준 것을 듣고 그녀가 감동해서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더라고요. 나중에 그녀는 합기도 도장에서 선생님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여행이 좋아서 지리적으로 먼 순으로 다니다보니 아직 한국에 가 본 적이 없지만 아들이 한국으로 취직을 해서

 

앞으로는 한국과 인연이 맺어질 것 같다고 하네요.

 

앞쪽의 이 분과는 바로 옆 자리에 앉은 관계로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둘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빨간 셔츠의 이 분이 끼어들었는데 알고 보니 목사님이라고 하네요.

 

제게 윤동주를 아는가 물었습니다 .물론 안다고 하니 자신과 윤동주는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그래서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배워서 서시를 한국어로 작곡했고 다른 시는 한국어로는 무리여서 일본어로 작곡하고 노래

 

불렀다고요. 씨디를 선생님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크리스마스라 바쁜 일정에도 이 곳에 왔노라고 합니다 .

 

노래를 들을 수 있는가 물었더니 나중에 부를 예정이라고 악기를 보여주네요.

 

연회도중 결국 다른 사람들과는 대화할 틈도 없이 세 명이서 많은 시간을 여러가지 대화가 가능해서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 이렇게 긴 호흡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에 놀라기도 하고 격의없이

 

상당히 말하기 어려운 부분, 과연 신이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가 이런 문제도 이야기가

 

가능했기 때문이지요.

 

박선생님이 쥐고 계신 것은 한국에서 가져온 개풍관에의 선물이었습니다 .일종의 마이크로 쓴다고 의미를

 

설명하는 중, 제게 확 들어온 내용은 마이크가 갖는 기능, 그 자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을 때

 

말을 주도하는 사람, 말을 듣기만 하는 사람, 말하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사이의 조화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될 기회였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통역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지요. 사실 통역이란 어떤 이야기가 나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얼마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인가 새삼 참 어렵고도 의미있는 일이겠구나 짚어볼 수 있는

 

귀한 기회였기도 했답니다.

 

 

 

수없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자리, 조금 더 젊은 사람들하고도,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 한 여성들하고도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리를 옮겨가면서 대화를 나누기에는 무리가 있었지요.

 

함께 한 두 사람과 책에 싸인을 해 준 건축가 이렇게 세 사람에게 명함을 받았지요. 고오베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하지만 과연 고오베에 다시 갈 날이 있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숙소로 가는 길, 아까 합기도 최고령 제자라고 하던 여자분과 나란히 걷게 되었지요. 그녀가 말을 합니다.

 

합기도를 하니까 정신도 몸도 조금 더 활발한 작용을 하는 것 같다고요.  조금 멀리서 살지만 그래도 우치다

 

선생님의 제자가 되고 싶어서 일부러 이 곳까지 온다고 하면서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인연을 밝히기도 하고

 

자신이 빠른 시일안에 한국에 여행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는 말을 하기도 하네요.

 

그녀의 아들은 한국에서 보람이는 일본에서 이렇게 서로  자식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한국에 여행오면 길담을 통해서 만나게 되길 바란다는 말을 했습니다.

 

개풍관에서의 그 풍성하던 대화가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그 분위기만은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살아가고 싶은 공간에 대한 이미지가 강렬하게 생겼다는 것, 그런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살고 싶은가에 대한 구체적인 것들이 2013년 한국에 돌아와서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이 한 발 성큼

 

내디딘 자의 기쁨이 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여행의 커다란 성과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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