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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2박3일의 짧았던 홀아비생활

| 조회수 : 9,209 | 추천수 : 5
작성일 : 2013-01-08 06:10:35

 

아이들 방학을 맞아

마님께선 친정가신다는 메모지 한장 달랑 남기고 산토끼~

3박4일간의 일정이시랍니다.

 

그나마 첫날 저녁은 식탁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의 지시대로

고분고분하게 찌개며 국까지 잘 챙겨 먹었지만

다음날 아침부터는......

 

전날 워낙 광복의 기쁨을 즐기기에 바빴던지라......

 

느지막히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 찬밥을 끓여서

티비를 보며 느긋하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달랑 김치 한가지~

 

해방의 기쁨을 만끽한 지난 저녁의 후유증으로 속은 울렁~  머리는 지끈...... ㅠㅠ

 

바지가랭이를 잡고 늘어지는 이부자리의 유혹을 뿌리친채

변함없이 빙판길을 달려 농장에 도착하고

변함없이 비닐하우스에서 배추 뽑아다가 달구들 썰어 먹이고......

 

 

 

그나마 점심은 마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하해와 같은 은혜가 가득한 도시락......

 

싸놓은지 24시간쯤 지났으니

밥도 국물도 미지근~

마늘장아찌 마저도 미지근~~

 

날이 몹시 추우니(어느날은 새벽 여섯시 반의 온도계가 영하 25도...... ㅠㅠ)

 개들도 닭들도 보양식이 필요할듯 싶었습니다.

달구들 청치밥을 하는 솥단지에 고구마를 쪄서 개들에게주고

닭들에게는 마지막 남은 홍시를 주었습니다.

배추와 무우만으로 한겨울을 나야하는 애처로운 달구들 팔자이니......

 

홍시는 땡땡 얼어서 따뜻한 물에 녹여서 주었습니다.

물기가 있는 곳은 망치로 깨서 떼어내고......

 

겨울에는 고무통에 돼지꼬리히터를 넣어서 물을 사용하는데

다이얼식의 온도계를 맞춰 놓으면 (0~120도 까지 조절)

항상 따뜻한 물을 쓸 수 있어 편리합니다.

 

 

 

닭장마당의 급수대마저 강추위에 얼어붙어

요즘은 북청물장수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개울에 임시로 설치한 집수통에서

물지게로 물을 퍼다가 ......

정강이까지 빠지는 눈속을 헤치고 다니느라 정말 미치겠습니다.

 

 

 




죙일 눈속에서 헤메다보니 일할때는 모르는데

집에 돌아오면 무릎이며 발목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벌써 늙는다는 징조일까요?

 

닭장안에는 결국 난로를 피웠습니다.

급수대가 얼어 닭장안에 설치해준 물통들도 꽁꽁얼어붙고

심지어는 먹이통의 먹이도 얼어붙네요.

그제서야 달구들은 활기를 되찾고......

 

저녁은 김치찌개에 소주한잔.

겨울이라 온몸의 가죽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돼지비게 숭숭 썰어 넣으신 마님의 센스~

돼지털도 그냥 있는......ㅠㅠ

 

딱  한잔만 더 + 한잔 더 + 한잔더......

자유의 기쁨을 드립다 만끽하느라

정신줄을 놓을 지경까지......

 

 

3일차 아침은 前과 同~

 

도시락을 싸기도 귀찮고 해서

점심은 찬밥에 컵라면 그리고 김치입니다.

라면은 가급적 안먹으려 하는데

그래도 이따금 한번 먹어보면 참 맛은 좋습니다.

 

그런데......

컵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와중에 온 문자메세지~

'나 집에 왔어~  일 빨리 끝내고 와~'

 

컥~  밥알이 콧구멍으로 튀어 나오는 느낌입니다.

 

 

터덜터덜~  농장을 내려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느 국회의원이 그런 법은 발의 않하나~

보름에 한번 최소한 4박5일간 친정나들이 하라는 법 같은......ㅠㅠ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해바라기
    '13.1.8 9:22 AM

    ㅎㅎ
    저기 보이는 풍경은 너무 좋아서 펄쩍 뛰어가는 농부님의 뒷모습?
    이젠 따순밥 드시겠네요^^

  • 게으른농부
    '13.1.9 8:03 AM

    ㅎㅎㅎ 마님이 장모님을 모시고 와서 따순밥을 넘어
    이젠 배가 터질 것 같습니다. ^ ^

  • 2. 조은날
    '13.1.8 9:31 AM

    82 나들이 할 때면 늘 찿게 되는 농부님의 일상일기.. 고생하시겠다 싶기도 하다가.. 스스로는 세상에서 젤 행복한 사람이라 느끼시지 않을까 싶어 걱정되는 마음은 접고 쨍하게 맑은 행복감만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 게으른농부
    '13.1.9 8:05 AM

    행복하다는 것은 그런 것 같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같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
    너무 물질적인 면에 치중하는 현대인의 행복관은 지나치다 싶기도 합니다.
    내면의 행복 스스로 찾아 느끼는 행복이 최고가 아닐까 하는...... ^ ^*

  • 3. scymom
    '13.1.8 9:49 AM

    마님이 친정가시면 더 불편하실것 같았는데??? ㅎㅎㅎ

  • 게으른농부
    '13.1.9 8:05 AM

    가끔 잔소리 않들으니 그게 자유이고 행복입니다. ^ ^*

  • 4. 세잎클로버
    '13.1.8 10:19 AM

    ㅎㅎ 울집 농군은 한끼만 혼자 차려먹으라해도 힘들다 혼자먹기 싫다하는데 게으른 농부님은 게으르지 않으신가봅니다. 생애첫 해외여행을 허락하면서도 2박3일이상은 절대 안된다던데... 제가 너무 잘해주는 마눌이라 그런가봅니다^^. 오늘부터 박아지도 긁고 그러면 일주일휴가도 가능할까 모르겠네요. 닭들도 아빠 잘 만나 호강하네요...

  • 게으른농부
    '13.1.9 8:06 AM

    헉~ 해외여행에 2박3일...... 너무하셨네요.
    아무래도 매질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ㅋㅋㅋ

  • 5. marina
    '13.1.8 8:34 PM

    이런 말씀은 두 분의 사랑과 믿음이
    깊으니 가능하신것이지요? ^^
    이렇게 쓰시고는 현관문 열기도 전부터
    싱글벙글하실 걸로 압니다 ^^

  • 게으른농부
    '13.1.9 8:07 AM

    넵~ 환한 표정으로 들어가야 얻어맞는 일이 없죠~ ^ ^

  • 6. 수저
    '13.1.8 9:09 PM

    키톡에서 아무리 댓글로 말씀드려도 귓등으로도 안들으시겠지만...
    새해에 소주는 좀 줄이세요! ^^; 라면 줄이시면 뭐하나요 술을 그리 자시면...

  • 게으른농부
    '13.1.9 8:09 AM

    술 담배가 해롭다고 하지만
    제 판단에는 식품회사들의 가공식품보다는 훨씬 낫다는 판단입니다.
    그래도 나이 40넘은 이후로는 예전의 10%도 안먹습니다. ^ ^*

  • 7. 가을하늘
    '13.1.10 2:22 PM

    ㅇㅏ웅 딱 내스타일 ㅋㅋ

  • 게으른농부
    '13.1.12 1:45 AM

    친정나들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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