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어찌 보면 이번 여행에서 제일 의미있는 날이기도 한 날입니다. 고베의 우치다 타츠루선생님의
개풍관을 보러 가는 날, 그 곳을 건축한 젊은 건축가 코우시마 유스케씨가 안내하는 빛의 교회에 가는 날
그리고 개풍관에서 그 곳에서 합기도를 배우거나 함께 서당 모임을 하는 사람들과의 세미나와 연회가 있는 날이기도
하니까요.
고베를 처음 찾아가는 길인데 여러 번 지하철을 바꾸어 타고 가느라 만약 혼자 가는 길이라면 과연 찾아갔을까
걱정이 될 정도더라고요.
두번째 날의 숙소인 플라자 호텔에 도착해서 이 곳에서 코우시마 유스케씨를 만나서 빛의 교회에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전 날 오사카에서 마침 발견한 포스터에는 고오베 시립미술관에서 베르메르가 전시되고 있네요.
마음은 콩밭으로 달려갑니다. 아니 이럴 수가 지난 번에도 도쿄에서 가보고 싶은 전시가 도착하기 며칠 전
끝나버려서 안타깝더니 베르메르와의 인연은 너무 멀기만 합니다.
약속 시간이 12시라고 한 시간 여유가 더 생겼다고 하네요. 프론트에 가서 미술관에 대해서 알아보니
역시 다녀오기엔 무리입니다 . 그렇다면 미술관은 마음을 접고 그 근처에 있는 패션 뮤지움과 지역 미술관에라도
가보고자 마음을 먹었지요.
우선 도서관에 들어가보았는데 의외로 다양한 정보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패션에 관련된 인물이나 관련된
영화의 디브이디 자료가 잘 정리되어서 시간만 되면 그 자리에 앉아 헤드폰 쓰고 보고 싶은 자료들이 많았습니다.
사진은 금지라고 해서 구경하던 중 함께 뮤지움에 가보고 싶다고 친구들이 왔더군요. 일단 뮤지움부터 보자고 하길래
그 곳을 나섰지만 결국 시간이 모자라서 도서관에 다시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밖에서 찍은 도서관 모습입니다.
전시 제목이 재미있어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무엇을 보게 될 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일단 들어갔습니다.
뮤지움 안으로 들어가니 별 세상이 펼쳐지고 있네요. 표를 사기 전 구경하는 코너에 눈길을 끄는 것들이 많았지만
역시 어느 부분만 허용이 되고 나머지는 촬영 금지로군요.
한 개에 500엔이라고 되어 있길래 외손녀가 있는 친구를 불러서 크리스마스 선물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재료가 그렇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곤란하네 하고 결국 입맛만 다시고 말았던 시간, 이런 것들을
선뜻 재료로 사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가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포스터를 보는 마음이 쓰리더라고요.
1000엔을 내면 패션 미술관과 유카리 미술관 두 곳을 동시에 볼 수 있다고 하네요. 패션 미술관에서는
19-20세기에 걸친 다양한 옷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동, 서양을 다 아우르는 전시에 옷만이 아니라 구두, 모자
가방등을 시대의 변화, 지역에 따른 재료의 다양성을 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오페라 복장도
다양했고 당시 사람들의 의상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요. 이름이 눈에
확 들어오는 유명한 디자이너 작품이 많아서 놀랐기도 하고요. 안에서 공간을 감시? 하는 분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하니 그 분이 참 별난 사람이라고 말을 해서 웃기기도 하고, 그렇게 별난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하고
고개 갸웃하기도 하던 시간이 기억납니다.
그 다음 전시를 보러 간 것은 바로 고베 풍경을 다루었다는 한 화가의 작품전이었습니다 , 그의 그림속에서는
고베의 다양한 풍경이 담겨 있었고 그가 간 곳, 특히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의 풍경 스케치를 본 것도 인상적이었지요.
그런데 더 재미있었던 것은 뒷편에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전시한 곳이었습니다. 함께 간 친구들도 이구동성으로
어라, 이 쪽 그림이 더 볼 것이 많네, 그렇게 나란히 서서 그림 이야기하던 시간. 관심사가 비슷해서 기질이
서로 다른 친구들이 어울려서 멀리까지 여행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미슬관 밖에 자그맣게 책과 포스터를 전시한 공간이 있어서 잠깐 들렀습니다. 반가운 책들이 눈에 띄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까요.
같은 날이라면 한 번 관람한 것이라도 표가 있다면 재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들러보았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는 판단에 돌아나오면서 하릴없이 미술관만 찍었습니다.
여행 이틀째 서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고 찍히는 두 아이들이 보기 좋아서 몰래 저도 찍어보았지요.
콘크리트가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벽을 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밥먹을 곳을 찾는 도중에 만난 미용실, 밖에서 누가 보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일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맛갈난 점심을 먹고 드디어 빛의 교회에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