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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의 열 다섯, 열 일곱 (3)

| 조회수 : 1,334 | 추천수 : 3
작성일 : 2005-05-06 22:34:29
지난 이야기에 이어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가족과는 조금 떨어진 나만의 세계를 슬슬 만들어가기 시작했어요.
학교에서 신문반원을 모집했는데 지원했다가 덜컥 붙은 뒤로는
신문반 활동에 푹 빠져서 살았었죠.
가끔씩 사진기를 들고 여기저기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친구들과 E여고 앞 즉석 떡볶이 먹으러 재잘재잘 버스타고 다니고...
그러면서 집에서 가족들과 부딪치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었죠.

그때는 스스로 더이상은 마음 속의 칼날을 세울 수 없어
제 마음과 제가 타협을 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이제 가족과 나는 남남이다. 하는 생각.
대학만 가면 혼자 나가 살겠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능력도, 주제도 안되면서도 꼭 그렇게 할 거라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그런데 우스운 건 그런 어리석은 생각 덕분인지
마음이 조금 편안해질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 옥죄어왔던 마음을 푸는 핑계였지 싶어요.

그래서 다섯째를 엄마가 또 임신한 사실을 알고는 오히려
넷째때만큼 그렇게 놀라지도 노엽지도 않았어요.
(제깟게 뭐라고 노여워하긴... ^^)
어차피 남남이니까...
내가 키우는 거 아니니까...
쳇, 맘대로 하시지...

그렇게 거리를 둔 채로
마음속 칼날은 내려놨어도 여전히 냉랭하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지냈어요.

막 여름으로 접어든 고1 어느 일요일이었어요.
넷째(당시 세살)가 오래된 감기로 엄마와 할머니는 집에 계시고
아버지와 여동생들과 절에 갔던 날이었죠. (정기법회가 있는 초하루였을 거에요)
언제나 그렇듯 달랑 불전에 삼배만 하고 나와 산으로 쏘댕기고 책 읽고 그랬는데
요사채에서 전화왔다는 소리가 들려요.
가서 받아보니 엄마가 급히 아빠를 찾으시더라고요.
전화를 받은 아버지는
"응, 응.... 응...."만 반복하시더니
빨리 서울에 가야한다고 차에 시동을 거셨어요.
영문도 모른채 점심도 못 먹고 차에 탔는데
꼬박꼬박 졸음이 쏟아졌죠.
(지금도 저는 차만 타면 졸아요. 이거 멀미하는 거라면서요?)
서울집에 거의 다 왔는데
잠들어있는 제게 아빠가 버럭 화를 내셨어요.
"야! 이제 고만 자라. 동생이 아프다는데 너는 잠이 오니?"
굉장히 화난 목소리였는데
저에게 화가 났다기보단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말씀이었죠.
잠결에 그런 소리 듣는 게 화가 나서 신경질을 팍 내줘야하는데
제가 못되게 굴던 그 즈음에 제게 화 내시는 일이 거의 없던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왠지.. 분위기가 이상해서
신경질을 낼 수가 없었어요.

집에 오니 엄마와 할머니는 나갈 준비를 하시고 아기 가방을 챙겨놓으셨더라구요.
엄마가 사색이 된 얼굴로 아빠에게 말씀하시는데
빨리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야한다는 요지였어요.
아기 병세가 심상치 않아 평소 다니던 소아과 선생님이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낮에 한 번 나와보라고 하셨던 거였는데
낮에 진찰을 해보시고는 아무래도 안되겠다며
종합병원으로 가라고 하시더라는 거에요.
'심장에 이상이.. 다섯살 미만.. 쇼크로 위험할 수......'하는 말들을 쏟아놓는 엄마와 아기를 데리고
아빠는 병원으로 차를 모셨어요.
그래서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제 남동생이 실려갔어요.

(로그인이 풀릴까봐 우선 먼저 올립니다. 계속해서 올릴게요.)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쵸코크림
    '05.5.7 12:41 AM

    어머나...얼른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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