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두 번(?) 몽땅 끝났습니다.
밭에는 머..대파만 혼자 외로이 독야청청 푸르게 서 있습디다.
누구는 화분에 꽂아서 뽑아먹어라.
누구는 비닐하우스에 옮겨 심어라..
말도 많고 참견도 많지만
나는 언제나 내 방식대로 고집 합니다.
뚝심있는 아짐이니까요.
대파를 죄다 뽑아왔습니다.
씻어서 썰어서 건조기에 몽땅 돌립니다.
이날 친정아부지 돌아가신 이후로 최고 많이 울었습니다.
왜그리 슬픈지..ㅋㅋ
바삭바삭 말라가는 파 때깔이 쥑입니다.
그리고, 마른 대파에서는 향긋한 단내가 납니다.
과자처럼 막 집어먹고 싶을 정도입니다.
파뿌리도 요긴하게 쓸라고 같이 말립니다.
집안에 온통 파향이 납니다.
말리는 김에 무우도 썰어서 무말랭이도 만들고요.
대파와 무말랭이 파뿌리등등을 가지런히
지퍼백에 넣어 보관합니다.
요즘 파 값도 쪽파값도 엄청 비싸드구만
요거 떨어지면 모든 요리에 파 빼고 요리합니다.
있으면 넣구 없으면 말구.
인생철학입니다.ㅎㅎ
영감이 연말모임에 간다고..
자네가 술 마시고 오는 날은 내가 애덜을 굶길수도 있다는 거 명심하소.
ㅎㅎ
그럼 쫄아서 칼퇴근 할라나요?
절대 그럴 영감이 아닙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감이 늦는날은 저두 가끔? 꾀가 납니다.
간식을 배부르게 해 멕이고
저녁을 밥인지 간식인지 모르게..
이것이 저희 세 모자의 저녁밥상입니다.
간식이 아닌것입니다.
포크 세 개 보이시죠?
돈까스 잔뜩 만들어 쟁여뒀으니 후딱 먹어야죠.
그렇게 애들을 멕이고
담날은 쫌 미안해서리.
신경 좀 썼습니다.
영감이 일찍 들어오기도 했고 말이죠.
제가 좋아하는 숙주나물 설렁설렁 무치고
아이들 좋아하는 물미역도 잔뜩 데쳐놓고
고등어도 한마리 구웠습니다.
정신나간 아지매 고등어 살짝 태웠는데 사진에 잘 안뵈죠?
잘 안뵈게 찍었습니다.ㅎㅎ
김장때 너도나도 사 온 돼지고기들.
모두들 손에 돼지고기들만 잔뜩 들고 왔드라구요.
괴기말고 뇌란거..신사임당을 주란말이야^^
여튼 냉동실에 괴기가 수북합디다.
괴기를 얼렁 치워야 해서 직접담근 새우젓을 무쳐내고
수육도 맛나게 삶고
파김치 배추김치 달랑 접시에 담아
괴기 한 점 얹어 쌈 싸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심다.
밥 하기 싫은 날은 다시육수 진하게 내어
김가루 팍팍 뿌린 떡만두국도 끓여먹습니다.
첫눈치고 제법 많이?
징하게 오래오~~래 눈이 내립니다.
베스트드라이버라는 말은 날 좋을 때만 해당입니다.
영감 출근길이 한시간이상 길어지면서
차를 뫼셔둘것을 명령하드라구요.
결국 아이들과 같이 눈길을 걸어 학교에 갑니다.
걍 심심해서 따라갔습니다.
애들은 엄마 잔소리 구찮아서 자꾸 돌아가랍니다.
애들을 학교에 등교시키고 돌아와보니 시래기가 바스락바스락
거리면서 소리를 내드라구요.
나 좀 먹어줘.
그래 오늘 저녁은 널 먹어주마. 기달리.
또 눈이 옵니다.
하우스위에 소복한 눈.
비닐하우스 내려 앉을까봐 그저 염려가 될 뿐이고.
저녁마다 축축해진 아이들 신발은 집안으로 들어옵니다.
고만 좀 해라이..
이글룬지 뭔지를 만들겠다고 난리를 치더니
마을뒷쪽 저수지 오르막길에 눈썰매도 탑니다.
옷도 안마르는데 빨래가 그득그득 쌓입니다.
시래기 삶아 보글보글 된장찌개 끓여먹을라 했디만
영감이 퇴근길에 몸이 오슬오슬 춥다고 닭 한마리 사 왔네요.
옻닭국물 시원하게 한 사발 마시면 감기가 뚝 떨어질거 같다나 머라나.
시래기를 슬그머니 치워두고
옻이랑 엄나무 몇 개 넣어서 푹 국물을 냅니다.
거따가 닭 넣어서 고아주고
닭은 아이들 둘이 죄 뜯어먹고
어른들은 닭국물만 연신 두 사발씩 퍼 먹습니다.
'아 시원타~~' 거짓말 좀 해가면서.
찰밥을 해서 닭 국물에 밥을 말아 먹습니다.
속이 든든합니다.
담날 아침까지 연속 두 끼를 닭 국물에 밥 말아먹고.
나중에 닭 뼈 우려낸 물에 떡국까지 끓여 먹습니다.
울 영감..'닭 한마리 참..알뜰하게도 드십니다'
칭찬인지 뭔지 야릇한 소리를 던지네요.
시래기는 담날.먹습니다.
시래기를 푹 무르게 삶습니다.
예전에 이 시래기 삶는 방법을 몰라서
시엄니께서 챙겨주신 시래기 친정집에 슬그머니 내려놓고 가곤 했습니다.
줄기부분을 손으로 만져보아 부들부들 해지도록 삶아야하는데
그걸 몰라서 적당히 삶으면 질겨서 먹을수가 없습니다.
푹 잘 삶긴 시래기에
된장과 집간장.
들기름 조금과 고춧가루 마늘.땡초를 썰어넣고
손으로 빠득빠득 주물러 간이 잘 베도록 해줍니다.
매운고추가 들어가야 맛이 나는 거 같드라구요.
밥 반찬으로 돈까스도 좀 튀겨내고
(눈 싫다면서 눈 사진 찍고 카메라를 밖에 놔뒀디만
이리 뿌연 사진이 나오네요..)
그렇게 끓인 시래기된장찌개를 상에 올리면
찬이 너무 많나?
시골밥상이 아니라 임금님 수랏상 되시겄습니다.
이상 시골아짐 밥 몇끼니 해 먹은 이야기들 입니다.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