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정크푸드 먹는날 ~ 군밤......

| 조회수 : 12,002 | 추천수 : 6
작성일 : 2012-12-09 10:43:51

 

내년 봄에 접종할 표고목을 준비하느라 엔진톱 들고 설쳐 땀이나기에

그냥 점퍼만 벗고 일을 했을뿐인데

망할노무 감기가 7박8일째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습니다.

 

게다가 감기좀 떨구겠다고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근 이후로

팬티바람에 앞뒤 베란다를 두루 오가며 찬바람을 쐰 이후로는

감기가 아예 짝 껄어 붙은 모양입니다.

곧 사망진단서 끊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딸래미가 기다리는

농장에서 찔긴거 구워먹는날......

 

마트에서 목삼겹과 소세지를 사서 배낭에 넣고

산채를 향해 ......

 

 

며칠전 내린 눈으로 농장입구는 눈터널이 되었습니다.

 


진입로 아래 개울가에 아침햇살이 번지면서

신비함 마저 느끼게 합니다.

 


산채에 도착해서 따끈한 차한잔 하면서 데크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모습입니다.   황홀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할 일은 변함없이 해야 하는 것이니

배추부터 썰어서 달구들에게 먹이는데

그나마  속아서 산 시원찮은 전기난로 마저 마님이 쉬킹해가네요.

애들이 추워서 난로 하나씩 앞에 놓아 주어야 한다나......

 

손발은 꽁꽁얼고

기침에 콧물에 눈물까정~

이런 닝기미 개떡같은 당쇠팔자 같으니라구...... ㅠㅠ

 



닭먹이 챙겨주고 들어왔더니

마님은 팔자좋게 닭밥 끓이면서 장작불에 괴기를 구으시고

그러면서 던지는 가슴을 에이는 한마디~

 

"배추좀 뽑아오지~"

 

미치겠다~  손은 땡땡얼어 쑤시는데...... ㅠㅠ

 

그나저나 국내유일의 채식돼지를 사먹겠다던 야심찬 포부는

이날도 또 거품처럼 스러졌습니다.

담엔 꼭 채식돼지고기를 ......

 

 


하우스에서 배추 뽑아다가 씻어놓고......

 


고기 몇점 먹는 사이에 노란 배추속은 죄다 사라졌습니다.

하우스안에서 살짝 얼은 배추가 어찌나 단맛이 나는지......

먹어보지 못했으면 말을 말아야 합니다.

 

 


딸아이도 연신 배추를 먹어 댑니다.

어린게 맛은 알아서......

 


고기를 굽고 난 잔불에 밤을 던져 넣었습니다.

밤을 넣을때는 칼집을 내주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밤이 총알처럼 튀는 수가 있습니다.

 

건너편 새로 이사온 형님은 튕긴 군밤에 볼따구를 제대로 맞아 멍이들고

뜨거운 군밤을 입에 넣었다가 입안이 헐어 일주일간 고생했다는 전설도......

 

 


노릇하게 익은 군밤도 맛이 제법입니다.

예전에 고향 어르신이 아들들과 군밤을 구워

'너 하나 나 둘~  너 하나 나 둘~'

하면서 드셨다는......

 

 



점심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닭장뒤에서 고드름을 따서 노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농장의 고드름은 두녀석이 죄다 싹쓸이~

 

그리고는 눈싸움을 하네 눈사람을 만드네 호들갑을 떨어대며

눈밭에서 뒹구느라 정신이 없고......

당쇠는 마당이며 진입로 눈치우느라 정신이 없는 오후였습니다.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랑
    '12.12.9 12:39 PM

    노릇하게 익은 군밤이 아주 맛나보이네요~
    군밤굽는걸보니 저 어릴적 겨울 친할머님댁에
    놀러가서 아궁이 불 피우는걸 너무 좋아해서
    아궁이에 나무 넣고 불지피다가 솔방울이
    튕겨나와 이마를 제대로 맞은 기억이 나네요>_

  • 게으른농부
    '12.12.11 11:16 AM

    헉~ 솔방울이......
    어제 제 아내는 아궁이의 불이 튀어 바지에 달라붙는 바람에 살짝 데였답니다. ^ ^

  • 2. 완두콩콩
    '12.12.9 1:02 PM

    건너편 이사오신 형님 이야기 너무 웃겨요ㅋㅋ..농부님 글 잘보고 있읍니다.

  • 게으른농부
    '12.12.11 11:16 AM

    ㅎㅎ 감사합니다. ^ ^

  • 3. 하늘재
    '12.12.9 1:29 PM

    요즘 도시 아이들...
    고드름을 보기나 했을까요??
    아니,,,
    뭘 고드름 이라고 하는지 알기나 할런지....

    아름다운 유년의 기억을 갖게될 저 아이들
    정녕 행복한 자녀분 들이세요...

    한가지 배웠습니다..ㅎ

    ~너 하나,,,
    나 둘~~~

  • 게으른농부
    '12.12.11 11:18 AM

    요즘 참 고드름보기도 힘들죠?
    아이들이 공부에 치우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

  • 4. 재스민
    '12.12.9 1:42 PM

    군밤은 정크푸드가 아니예요
    도시사는 저희들에겐 추억의 음식이죠

    설국 정말 황홀하군요
    그 곳의 아이들도 동화속의 주인공같네요 ^^

  • 게으른농부
    '12.12.11 11:19 AM

    정크푸드가 목삼겹이랑 소세지......
    GM옥수수,콩이 주식인 가축들에게서 얻어진 것이니......
    고기를 안먹을 수는 없고 이따금 한번씩 날을 정해서 먹곤 합니다. ^ ^

  • 5. 마요
    '12.12.9 2:09 PM

    농가의 애환과 즐거움을 동시에 실감나게 스케치 해주시는 농부님 덕분에 보는 저도 행복합니다.
    애환이라기 보다는 농부님께서는 기꺼이 마다 않는수고로움?
    아니면
    즐거움 ?ㅎㅎ
    보는 저도 유쾌하고 행복합니다.
    고뿔 관리 잘하셔요.

  • 게으른농부
    '12.12.11 11:20 AM

    조금 힘들기는 해도 자연속에 묻혀있으면 행복합니다. ^ ^

  • 6. 동아마
    '12.12.9 6:55 PM

    농부님의 정겨운 글은 항상 보네요.
    저도 형님 이야기 너무 웃겨서 혼자 ㅋㄷㅋㄷ~

  • 게으른농부
    '12.12.11 11:20 AM

    ㅎㅎㅎ 참 주책없는 형님이죠? ^ ^

  • 7. 꼬꼬와황금돼지
    '12.12.10 3:34 AM

    농부님 글 읽다보니 어릴때 시골에 사시던 큰아버지댁에 놀러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ㅎ
    직접기른 농산물에 자연 그대로인 먹거리,..아이들이 자연에 파묻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것 같아요~
    모든 복잡한 도시생활을 내려놓고 시골에 살다보면 마음도 몸도 건강해질듯해요~부럽네요~~
    농부님 감기 빨리 나으세요~~^^*

  • 게으른농부
    '12.12.11 11:22 AM

    아이들이 자연속에서 스스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겠죠?
    덕분에 감기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 ^

  • 8. 둥이모친
    '12.12.10 10:46 AM

    배추속 노란 놈은 누가 다 먹었을까요?
    그런 배추라도 남아있다시니 부러울따름입니다.
    배추전 부쳐 먹어야 하는데..몽땅 김장 담구고
    쌈배추는 얻어먹으려던 얄팍한 잔머리...굴리다가 하나도 없네요.헐~~

  • 게으른농부
    '12.12.11 11:24 AM

    에구~ 그래도 겨울에 배추좀 저장해 두시면 좋았을 것을...... ㅠㅠ

  • 9. sejin
    '12.12.10 4:22 PM

    추운날 따뜻해보이는 풍경이네요~ 아 군밤 한입 먹고 시퍼요~

  • 게으른농부
    '12.12.11 11:24 AM

    입 벌리고 계세요. 팩스로 넣어 드릴게요. ^ ^

  • 10. 닉네임
    '12.12.12 6:57 PM - 삭제된댓글

    너 하나 나 둘~~~눈밭에 발자국 막 남기며 아이처럼 뛰놀고 싶지만 관절이..

  • 게으른농부
    '12.12.14 1:45 PM

    에구~ 관절...... 많이 힘드시겠어요. ㅠㅠ

  • 11. 풍년
    '12.12.12 8:36 PM

    저희 시댁도 일년중 반은 계룡서 머무셔서 겨울방학이면 가서 지내는데 정안이시라니 반갑네요..
    이야기가 동화처럼 재미있어요^^

  • 게으른농부
    '12.12.14 1:47 PM

    아~ 계룡이면 멀지 않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 ^

  • 12. 치로
    '12.12.13 2:50 PM

    저도 군밤 구워서 거의 제가 다 먹어서..너하나 나둘. 그거이해 됩니다..ㅎㅎ
    꼬맹들이 구워진 군밤을 목장갑까지 끼고 까먹는 엄마를 구경하면서 엄마 정말 밤 좋아하나바요?
    이러고 먹지도 않는답니다.
    늘 구수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ㅎㅎ

  • 게으른농부
    '12.12.14 1:47 PM

    ㅎㅎ 밤 좋아하시는군요.
    저희는 아이들이 잘먹어서 저랑 아내는 항상 뒷전입니다. ^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0980 어쩌다보니 손님맞이 주간, 그리고 큰아이 생일날 10 솔이엄마 2024.04.15 8,608 2
40979 봄봄 9 juju 2024.04.13 6,780 1
40978 행복만들기 170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3월 육전과.. 5 행복나눔미소 2024.04.11 3,896 2
40977 시드니 시내 한복판에 Community Farm 8 솔바람 2024.04.09 5,428 2
40976 어린 것들이 자라나는 시즌, 봄! 29 소년공원 2024.04.08 7,931 1
40975 특별한 외출 14 Alison 2024.04.07 6,823 2
40974 제겐 역시 익명방은 안맞더라구요 (음식없는 수다 주의요함) 25 김흥임 2024.04.06 5,256 2
40973 24년 봄을 맞이하며 .. 23 주니엄마 2024.04.03 8,963 3
40972 어느새 봄이네요 16 메이그린 2024.04.03 6,093 3
40971 닉네임 순덕어머님은 잘 계시는지 갑자기 궁금요. 14 바람 2024.04.03 7,189 0
40970 사진은 뒤죽박죽이지만... 16 고독은 나의 힘 2024.04.01 7,714 2
40969 일년이 흘렀네요... 16 catmom 2024.03.29 9,198 3
40968 대부분의 시간을 부부 둘이 붙어있는 상황에 뭘먹을까? 14 솔이엄마 2024.03.26 11,933 3
40967 선 반찬 배달, 후 외식 7 진현 2024.03.25 8,103 2
40966 챌토리네도, 소주잔 김밥 추가요 - 18 챌시 2024.03.15 12,126 2
40965 17년만의 부부여행 41 Alison 2024.03.14 14,465 5
40964 여러가지 잡다한 음식들. 18 뮤즈82 2024.03.13 10,374 3
40963 169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2월 수육, 대패삼겹살,.. 10 행복나눔미소 2024.03.08 6,206 8
40962 소주컵 김밥 도전~ 27 mayo짱 2024.03.08 15,075 6
40961 어린이집 냠냠쌤...점심밥 꽃식판 67 민뚱맘 2024.03.03 12,644 6
40960 음료 사진 몇 개 4 블라썸데이 2024.02.29 5,966 2
40959 오랜만에 왔습니다! 혼밥러입니다 12 옐로우 2024.02.26 13,548 6
40958 입시를 끝내고 홀가분하게 돌아왔어요! 65 솔이엄마 2024.02.25 15,324 6
40957 미니오븐으로 케익 시트 만들 수 있나용? 4 한가지 2024.02.20 5,114 1
40956 굴림만두와 몇가지 음식들 31 Alison 2024.02.20 9,429 5
40955 피자, LA갈비, 유채나물 18 ilovemath 2024.02.19 8,470 4
40954 설날 플렉스 15 시원한 2024.02.16 10,001 4
40953 음력으로 새해 인사 드리러 왔어요 :-) 33 소년공원 2024.02.15 7,122 7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