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에 접종할 표고목을 준비하느라 엔진톱 들고 설쳐 땀이나기에
그냥 점퍼만 벗고 일을 했을뿐인데
망할노무 감기가 7박8일째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습니다.
게다가 감기좀 떨구겠다고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근 이후로
팬티바람에 앞뒤 베란다를 두루 오가며 찬바람을 쐰 이후로는
감기가 아예 짝 껄어 붙은 모양입니다.
곧 사망진단서 끊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딸래미가 기다리는
농장에서 찔긴거 구워먹는날......
마트에서 목삼겹과 소세지를 사서 배낭에 넣고
산채를 향해 ......
며칠전 내린 눈으로 농장입구는 눈터널이 되었습니다.
진입로 아래 개울가에 아침햇살이 번지면서
신비함 마저 느끼게 합니다.
산채에 도착해서 따끈한 차한잔 하면서 데크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모습입니다. 황홀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할 일은 변함없이 해야 하는 것이니
배추부터 썰어서 달구들에게 먹이는데
그나마 속아서 산 시원찮은 전기난로 마저 마님이 쉬킹해가네요.
애들이 추워서 난로 하나씩 앞에 놓아 주어야 한다나......
손발은 꽁꽁얼고
기침에 콧물에 눈물까정~
이런 닝기미 개떡같은 당쇠팔자 같으니라구...... ㅠㅠ
닭먹이 챙겨주고 들어왔더니
마님은 팔자좋게 닭밥 끓이면서 장작불에 괴기를 구으시고
그러면서 던지는 가슴을 에이는 한마디~
"배추좀 뽑아오지~"
미치겠다~ 손은 땡땡얼어 쑤시는데...... ㅠㅠ
그나저나 국내유일의 채식돼지를 사먹겠다던 야심찬 포부는
이날도 또 거품처럼 스러졌습니다.
담엔 꼭 채식돼지고기를 ......
하우스에서 배추 뽑아다가 씻어놓고......
고기 몇점 먹는 사이에 노란 배추속은 죄다 사라졌습니다.
하우스안에서 살짝 얼은 배추가 어찌나 단맛이 나는지......
먹어보지 못했으면 말을 말아야 합니다.
딸아이도 연신 배추를 먹어 댑니다.
어린게 맛은 알아서......
고기를 굽고 난 잔불에 밤을 던져 넣었습니다.
밤을 넣을때는 칼집을 내주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밤이 총알처럼 튀는 수가 있습니다.
건너편 새로 이사온 형님은 튕긴 군밤에 볼따구를 제대로 맞아 멍이들고
뜨거운 군밤을 입에 넣었다가 입안이 헐어 일주일간 고생했다는 전설도......
노릇하게 익은 군밤도 맛이 제법입니다.
예전에 고향 어르신이 아들들과 군밤을 구워
'너 하나 나 둘~ 너 하나 나 둘~'
하면서 드셨다는......
점심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닭장뒤에서 고드름을 따서 노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농장의 고드름은 두녀석이 죄다 싹쓸이~
그리고는 눈싸움을 하네 눈사람을 만드네 호들갑을 떨어대며
눈밭에서 뒹구느라 정신이 없고......
당쇠는 마당이며 진입로 눈치우느라 정신이 없는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