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다 굴이 더 많이 들어간 굴무생채를 혼자서 다 먹을 수 "있어"..."있다"..."있어"..."신난다. "
사실 저는 이래저래 먹을 복이 많아요.
먹을 복은 타고 나는거라는데 특별한 노력하지 않는데도 많이 생기는 거 보면 타고난듯도 합니다.
12월5일 화요일, 눈다운 눈이 내렸지요.
앞이 보이지 않게 내리는 눈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보내는데 주위에선
다들 집에 어찌갈지 걱정을 하더라구요.
많이 오기도 왔어요.
평상시 저같으면 쏟아지는 눈을 보며 저 역시도 집에 갈 걱정을 했겠지만
이젠 걱정을 한들 아무런 득되는 게 없다는 걸 알기에 불필요한 걱정은 이제 안 합니다.
"어찌어찌 집이야 가겠지.."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정거장마다 한가득, 어차피 차는 오지 않을 상황
"그래,나는 장이나 보러 가자."
평상시 같았음 북적거릴 시간대인데 사람이 몇 없어요.
점원들 밖에 없고 오늘 뭔 일있나 싶게 한산합니다.
마이크 잡은 사람들의 목소리만 더 커집니다.
"굴 2팩 만 원"
"굴 2팩 만 원"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 2팩이 만 원이라고 똑같은 말을 계속 해도
아무도 관심을 안 보이시더군요. 사실 관심 보일 사람도 없기도 했었어요.
저도 뭐 관심 안 갖고 있었는데....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3팩에 만 원!!"
어디 관심 좀 갖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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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크기에 신선도 하고 맛도 좋았어요.
오이 10개도 아주 싸게 샀어요.
아주 신선한 건 아니었는데 한겨울에 피클이 먹고 싶어서 피클용으로 샀지요.
이것저거것 장을 봐서 나오니 길에도 차가 꽉!!
기다려도,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
지하철을 탈껄 그랬나 생각하며 5분만 더 기다리고 지하철을 탈려고 했는데..
불쑥 나타난 버스, 버스를 운 좋게 탔는데 집에 오늘 안으로 갈 수 있을까 싶게 움직이질 못하더라구요.
졸다,깨다...반복하고 집에 오니 9시쯤..
굴 사온 걸 잊고 라면 끓였는데 굴 생각이 나서 굴을 나중에 넣고 굴라면을 끓였지요.
굴 넣으니 국물은 확실히 맛있더라구요.
오이랑 양배추 썰어 넣고..
스파이시 안 들어간 피클도 아닌것이 오이지도 아닌 저만의 장아찌를 담궜지요.
간장물 두 번 끓여서 넣으니 금방 먹어도 될 만큼 좋은 색깔이 납니다.
맛을 보니 아삭아삭 원하는 대로 됐더라구요.
어느 식당엘 갔더니 백오이로 이렇게 하얀 소박이를 담궜던데..
색깔이 좋아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따라해 봤어요.
낼쯤이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침에 먹을 굴두부찌개도 끓여놨구요..
처음엔 두부와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맑은 굴국을 끓일려고 했는데..
끓이다보니 이렇게 얼큰한 찌개가 됐네요.
라면으로 저녁을 먹었으니 굴맛을 어찌 본다?
일단 씻으면서 맛을 보고 굴무생채를 했어요.
미나리도 좀 있음 좋았을텐데 무밖에 없어서 무랑 사온 오이랑 넣고 굴무생채를 했지요.
밥하고 싶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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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아오는 아침을 그렇게 간절하게 기다려 본 것도 처음인듯 하더라구요.
이렇게 많아요.
혼자 굴을 이렇게 많이 먹어 볼 기회는 처음이고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어요.
굴이 갑자기 많아져서 오밤중에 이런저런 걸 만들기만 했더니 하루종일 잠이 부족해서 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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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피해 없으셨어요?
길이 꽝꽝 얼어서 여기저기서 비명소리 들리던데 ,외출 시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