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좌익을 진보라 부르는 언론을 비판하시오."

부산대학교 학생 A씨는 지난 10월 치러진 철학과 전공 시험에서 문제지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배우는 수업의 내용과는 다소 동떨어진 문제가 출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간고사와 같은 주제로 리포트를 쓰라는 과제가 중간고사 직후 주어졌다.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학생들에게 과제를 보수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에 실명으로 게재하라고 요구했다. 이번에는 '부산대학생이 언론을 비판함'이란 제목까지 달라고 지정해줬다. 일부 학생이 반발했지만 결국 30여 명의 학생들이 조갑제닷컴 등의 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올렸다. 최우원 철학과 교수가 맡고 있는 전공필수 수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최 교수는 그동안 전자개표기를 사용한 선거의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정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종북 세력 척결 등을 내걸고 서울 서초을 지역구에서 대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대선 출마 뜻도 밝히고 있다.

최 교수는 대선 공약으로 '반역범 김대중, 노무현 잔당 처단', '반역 조직 전교조·전공노·민노총 해산, 파면, 형사처벌', '6·15 선언, 10·4 선언 즉각 폐기' 등을 내걸고 원색적으로 진보 세력을 비난하고 있다.

학생 "교수의 정치적 활동에 이용될 것 같다는 생각 들었다"

부산대학교 전경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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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최 교수가 이러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수업을 듣는 한 한생은 "리포트를 제출하는 것도 아니고 웹사이트에 실명으로 거론 해야한다는 것이 생각을 강요당하는 것이고 학교 이름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도 "공개된 장소에 실명과 학교를 거론하며 중립도 아닌 편향적인 글을 쓰라고 한다면 진보 성향의 교수가 시켰더라도 고민했을 것"이라며 "교수의 정치적 활동에 이용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최 교수의 수업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최 교수가 진행하는 수업이 전공필수 수업이라 들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전공필수라서 꼭 들어야 졸업할 수 있다"며 "과제를 올린 학생들은 학점 문제도 있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학생들은 최 교수가 수업 중에도 특정 정치인을 비난하는 발언을 빈번하게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교수가 학기 전 학교에 제출한 강의계획서를 확인해 본 결과 통상적인 철학 수업 강의계획서와 다른 점은 찾을 수 없었다.

동료 교수들은 최 교수의 수업 진행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산대의 한 교수는 "교수의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도 "다른 전공도 아닌 철학에서 이같이 특정 입장을 강요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학과 내에서도 최 교수는 동료 교수들과 이념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조교 채용 면접에서 최 교수가 면접자들에게 종북 좌익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동료 교수들과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배석했던 교수들은 질문이 적절치 않다며 면접자들의 답변을 가로막았고 이 과정에서 동료 교수들과 최 교수가 언쟁을 벌였다.

최우원 교수 "언론이 잘못된 사고방식 주입... 발표도 교육 과정"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최우원 부산대 교수는 '종북 척결'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 최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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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당사자인 최우원 교수는 자신의 수업방식이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30일 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이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왜곡하거나 숨기고 종북좌익을 진보로 부르는 것은 사기"라며 "언론 조작의 일환으로 잘못된 사고방식을 주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젊은이들이 진보라는 말이 좋게 발전시킨다는 사전적 의미니까 속사정을 모르고 거기에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며 "진솔하게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듣고 판단하고 공정하게 대결해서 이해할 것은 이해하자는 것"이라고 과제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학생들의 정치적 신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주관식 시험 문제로 내는 것은 얼마든지 자기 생각을 개진할 수 있고 언론이 그 점에서는 잘못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또 최 교수는 "(실명으로) 공개적인 장에서 나가서 발표하는 훈련도 교육을 시키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최 교수는 후보 출마 이후에도 교수직은 유지하겠다며 자신의 정치 활동이 "학교와 사회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러한 논란에 대해 부산대와 철학과 측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손영삼 학과장은 "교수에게는 강의권이 있는 만큼 직접적으로 최 교수에게 건의하기는 어렵다"며 "수강권을 가진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면 공론화가 가능하겠지만 그 전에는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 학사과 관계자는 "이런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서 논의가 필요하다"며 "보고가 들어가면 교무처장이나 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