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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우화의 강 -마종기-

| 조회수 : 1,853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11-29 00:28:07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이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루소
    '12.11.29 1:23 PM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이젠 사진작가의 실력이시네요!!
    꽃이름이 뭔가요?

  • 들꽃
    '12.11.30 10:13 PM

    저도 겉과 속이 다르지 않는
    맑고 깨끗한 사람과 친하고 싶어요.

    이 꽃은 사랑초에요.
    친정 마당에 예쁘게 피어 있던 꽃.

  • 2. 산이좋아^^
    '12.11.29 2:13 PM

    우화의 강!

    마종기님의 글은 들꽃님덕분에 처음 접합니다.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항상 잘보고 갑니다.

  • 들꽃
    '12.11.30 10:15 PM

    산이좋아^^ 님
    반갑습니다.
    마종기님의 시 가끔 올려드릴게요.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 만큼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싶어요.

  • 3. 피코크
    '12.11.29 2:35 PM

    루시드 폴 때문에 마종시 시인을 알게 되었는데, 너무 좋아서 선물 받은 느낌이예요.
    올려주신 시 잘 감상했습니다.

  • 들꽃
    '12.11.30 10:19 PM

    피코크님 덕분에 루시드 폴을 알게 되었네요.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 폴의 만남과 소통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4. 우향
    '12.11.29 6:52 PM

    마종기 시인의 시들은 전부 좋.아.요.


    전화 -마종기-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 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를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 들꽃
    '12.11.30 10:24 PM

    우향님~
    우와~~~
    좋은 시 올려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저도 마종기님의 시를 많이 좋아해요.
    이분은 의학자이시면서 시인이시기도 하지요.
    마종기님의 시 중에서 바람의 말을 자주 읽곤 한답니다.

    시는 읽고 또 읽어도 감성이 새롭게 되살아 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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