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차를 만들고
긴긴 겨울 섬처럼 조용한 시간에
홀로 앉아 차를 즐깁니다.
욕심껏 많이 만들어두고
손님이 오시면
차 종류가 적힌 메뉴판이라도 하나 디밀고 싶어지곤 합니다.
당당히
그리고, 큰 소리로
'뭔 차 드릴까요? 뭐든 말씀만 하시요'
ㅎㅎㅎ
이 시골바닥서 유일하게 부리는 호사입니다.
오늘은 날씨가 꾸리꾸리 하니까 눈으로 보고 즐기시라고 함 올려봅니다.
저희집 주변에 제비꽃이 정말 많아요.
자세히 보지 않을때는 그냥 제비꽃이 제비꽃이지 뭐 별거야?
그 다양한 색상에 놀라곤 합니다.
흰색 보라색 제비꽃
두 가지가 섞인 제비꽃
연보라 제비꽃
아이들 학교 운동장에서 핑크빛 제비꽃도 보았더랬습니다.
틈나는데로
꽃이 망가질까 조심조심 하나씩 따 모읍니다.
쏟아지는 봄볕에 몇시간씩 쪼그리고 앉아 제비꽃을 모으고 있으면
뭔 큰 일이라도 하는 양
..
마음이 참 고와집니다.
소다와 소금물에 깨끗이 씻고
건조시켜서 병에 담아둡니다.
세 번에 걸쳐 꽃차를 만들어도 작은 병 하나 채우기가 ..ㅉㅉ
연둣빛의 차가 우러나옵니다.
꽃맛이 아니라 풀맛에 가까운.
꽃차는 눈으로 즐기는 차라고 강조하면서..그리 마십니다.
4월말쯤이면 복숭아꽃이 어찌나 화려한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입니다.
꽃을 따서 담아오고서도 그 빛깔이 너무 황홀합니다.
같은 방법으로 소금으로 씻고
소다로 헹궈서
건조시켜 병에 차곡차곡 모읍니다.
잔에 대여섯개를 담고
따신 물을 부어주면
첨엔 참..보잘것 없어뵈죠?
잠시만 기다리면 꽃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핑크빛 색을 담은 망울들이 터지면서
전체가 핑크빛으로 점점 물이 듭니다.
조기 저 주머니를 손으로 톡 터뜨리면 핑크빛 액체가
사방으로 퍼져나갑니다.
역시 향은..참 미미합니다.
황홀해하면서 그냥 마십니다.
ㅋㅋ
구절초차입니다.
요 녀석은 향이 정말 장난 아닙니다.
뇨자사람에게 좋다하니 건강 생각해서도 마시고
좀..많이 넣으면 약으로 생각하고 마셔야 할 정도입니다.
복잡하게
덖고 가향처리하고..머 이런방법 모릅니다.
걍 건조기 이용해서 말립니다.
그늘에 바람부는 곳에 볕에 말려봐도..
시간도 그렇고 파리가 덤비는 것도 달갑지 않고
잘 못 말리면 곰팡이피고.. 편한게 장땡이다.
그럼서 말려두면
손님이 오셔도 그냥 기분으로 즐겁게 마십니다.
차는 어차피 기호식품 아닌가요?
편한 마음으로 삽니다.
이젠 눈으로 즐기는 호사는 끝내고
겨울철 좋은 차들 올려볼께요.
바로 82장터에서
친정부모님 농사지으신다는 유기농 유자를 샀습니다.
무지 많아요. 얼만큼인지..
천일염 em발효액까지 떨어뜨려 씻고
것두 모자라 소다까지 풀어 씻습니다.
껍질째 먹어야 하니..무조건 깨끗이 좋다는 ㄱㅓ 다 동원해 씻습니다.
이런 물이 나옵디다.
여기서부터가 좀..힘듭니다.
칼로 얇게 썰고
과육도 따로 비닐장갑끼고 하나하나 씨 빼내어 모읍니다.
유자향이 온 집안에 퍼집니다.
유자씨
참 이쁘죠잉? 버리기도 아깝긴 하지만
과감하게 버려줍니다.
식충이어도 이건 못먹죠.ㅎㅎ
동량의 설탕을 계량합니다.
저울이 워낙 작아서 여러번에 걸쳐 나눠 계량하는 수고로움이..ㅉㅉ
버물버물 해 주는거는 다 아시죠?
병에 차곡차곡 담고
위에는 설탕을 남겨뒀다가 모가지까지 꽉 채워줍니다.
고 놈이 일년 지나면 요런 색이 됩니다.
껍질도 흐물흐물 해져서 먹어도 부담이 없습니다.
요건 생강차인데
아이들이 생강차만 주면 기겁을 합니다.
감기 걸리거나 으슬으슬 한 날
생강차와 섞어서 푹 끓입니다.
한 주전자 끓여두고
수시로 데워 먹습니다.
요즘처럼 김장철 바깥일하다 추울때 한 잔씩 돌리면
아주 기절할듯이 좋아 죽습디다.
유자차는 한 해 좀 많이 만들어두시면
몇 년을 드셔도 괜찮습니다.
굳이 냉장보관 안하셔도 됩니다.
오래 먹을수록 유자차가 아니라 유자청이 됩니다.
김치달굴때도 같이 버물려 담기도 해요.
그럼..김치에서 가끔 유자향이 납니다.
모과가 많이 나올 때
한소쿠리 사옵니다.
아직 저희는 모과나무가 없으니까요.ㅎㅎ
반 잘라보니 참..이쁘게도 생겼네요.
겉은 몬생겨도 속은..참 고운 녀석입니다.
그 향만큼이나.
역시 씨 빼고 썰어서
동량의 설탕에 재어 둡니다.
냉장보관하면 좋겠더군요.
설탕이 모잘랐나 시큼한 냄새가 납디다.
소분하여 냉장고에 넣어두고 오래오래 먹습니다.
다른차들과 섞어서 함께 끓여 마시기도 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생강이 유명합니다.
생강 무지 싸요.
올해는 작년의 두 배 가까이 하드군요.
뭐든 비싼 해 입니다.
금방 캔 생강은 참 ..연해서 썰리기도 잘 썰립니다.
사각사각 거리면서 생강 써는 소리를 들으면 썰다보면
금방 한 소쿠리 다 썰게됩니다.
껍질도 잘 벗겨지구요.
요만큼만 해 놔도 겨우내 먹습니다.
색 참..이뿌죠?
담은 대추차입니다.
가을이 이래서 바쁩니다.
하루걸러 하루 김치담구고
하루걸러 하루 차 만들고
그럽니다.
생강을 한 쪽이나 두 쪽 생각나는 만큼 넣어줍니다.
없으면 말구요.
씨를 껍질과 분리합니다.
물에 잠깐 불려두면 쉽게 벗겨집니다.
대추 200그람에 종이컵으로 물 18-20컵 정도 부어주면 적당합니다.
이젠 대충..넣습니다.
4-50분 푹 끓입니다.
물러지도록 불도 줄여주고
건더기와 씨를 발라낸 모습입니다.
팔이 아프도록 구멍난 거 아무거나 받쳐서 과육과 껍질 그리고 씨를 발라냅니다.
살은 다시 넣어줘야 합니다.
다시 살과 끓인물을 한소끔 끓여주면서 설탕을 적당량 떠 마셔보면서 넣어줍니다.
개인의 취향대로.
꿀이면 더 좋겠지만..비싸니까
그냥 설탕으로 넣습니다.
꿀도 없구요.
대추차는 오래 보관이 힘듭니다.
저는 한냄비 끓여서 유리병에 담아 사나흘 주구장창 마십니다.
그러다 또 생각나면 대추 한 줌 손에 쥐고 또 끓입니다.
대추향이 집안에 퍼지면
차로 마시지 않아도 행복합니다.
오늘 눈도 코도 입도 즐거운 시간?
이건 머..자랑질입니다.
모니터에 아무리 코를 들이대도 냄새 안납니다.
눈만 즐겁습니다.
입을 삐죽이셔도 입에는 한방울도 안들어갑니다.
어쩔수가 없네요.
그냥 집에서 각자 좀 부지런을 떠시거나
저희집으로 오셔요.ㅋㅋ
제가 좀 얄미운 케릭터입니다. 그쵸?
오늘 몰매 맞게 생겼네요.
얼렁 도망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