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김장을 끝냈습니다.
김장을 떠올리면 젤 먼저 소름끼치는 추위.칼바람.손 시렵고 발 시렵고.
생겨먹길 부실하게 생겨먹었는지..
시집와서 첨..얼마간은 시엄니께서 김장을 해서 부쳐 주시더라구요.
그때가 젤로 행복했다능.
곧 이어 아들셋이 모두 장가들고 나니
두 분 시부모님이 힘이 드셨는지
'내려와서 김치 담궈가라' 하시드라구요.
그때부터 투덜투덜 거리면서 김장하러 내려가면..
기본이 400-500포기.
김치 욕심 많기로는 울 큰 형님이 1등.
작은형님 2등. 제가 꼴등입니다.
아들 삼형제 순서대로.
그때는 아이들이 어리기도 했고
친정에서도 조금씩 얻어먹고..
속으로 맨날 꿍시렁꿍시렁
'나는 젤 쪼금 가져가는데 그냥 사먹고 말지. 내가 도대체 왜 이 고생을 하냐 말이다'
울 시엄니 새벽 4시에 배추 절인거 헹구라고 깨우십니다.
배추양이 워낙 많으니 새벽부터 서둘지 않으면
일요일 내내 양념 속 넣고..집에 도착시간이 자정이었습니다.
작년부터 스스로 텃밭에 배추 100포기 심고
무우 갈고
각종 양념 봄부터 준비해서
김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제 못되 처먹은 생각들.
양념준비에만 꼬박 일주일이 걸리고
배추 뽑아 무 뽑아 절이고 하는데 더 힘이든다는.
고작 토욜 저녁에 가서 절여놓은 배추 함 뒤집어 놓고
새벽부터 씻어서 속 넣어 가져오는 김장은 그 중 젤 쉬운 일이라는거.
거꾸로 이젠 나이많아 골골 거리시는 친정엄마 모셔다가
고문으로 앉혀두고
제가 직접 김장을 합니다.
요 며칠 82가 동치미로 시끌시끌 하드라구요.
전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는 자주색 무우를 시험적으로 재배하여
절반의 성공을 거둬 특이한 붉은 동치미를 담궜습니다.
저희 둥이가 동치미 킬러들이라..
작년에도 두 항아리 담궜는데 이른봄에 동나서
욕만 한바가지 얻어먹고.
올해는 더 많이 담구라는 명령이 있으셔서..참 치사한 아들놈들입니다.
참으로 씨앗부터 비싸고 귀족적인 요녀석들
올해 최고의 작품입니다.
동치미 담구기 적당한 크기의 자주색 무우.
김장 일주일전에 미리 뽑아다가 동치미를 담굽니다.
고구마를 바싹 말리면 당분이 더 많아지는지..아주 달달합디다.
고놈을 믹서기에 넣고 정성껏 갈아주었죠.
들인 정성에 비하면..작은병에 두 병.
것두 김장하고 나니 하나도 안 남았네요. 허무해라.
검정콩과 메주콩도 가루 내어 놓고
며칠전부터는 밤마다 마늘까기.
하루밤낮을 고추꼭다리 제거해서 방앗간가서 고추빻기.
19근 나오더군요. 근데..고추씨는 한 근 나올까말까 하네요.
고추씨를 따로 받아왔습니다.
올해 새롭게 전수받은 비법에 의하면 고추씨를 넣어야
영양가도 많고 칼큼 시원한 국물이 된다능..
멸치도 살짝 수분 날려 곱게 갈아줍니다.
동치미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대추도 씻어 준비하고.
요건 첨 담군 날
일주일이 지난 어제의 동치미입니다.
국물에서 붉은빛이 나는 거 보이십니까?
아직 맛을 보진 않았지만..대박일거라고...혼자 자뻑 중입니다.쿄쿄쿄
다시 무우 4-50개를 골라 젤 커다란 항아리에 다시 동치미 담굽니다.
동치미는 항아리에 담궈 광(시골 흙벽으로 된 곳이라..)에만 둬도
전혀 얼지 않습니다.
적당히 손이 째지도록 살얼음이 끼어 있어도
무우는 멀쩡하답니다.
아파트 김치냉장고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자연이 주는 선물같은 동치미 맛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못생기고 커다란 무우를 골라
석박지를 담굽니다.
친정엄마 오시면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석박지
소금물에 세시간정도 절입니다.
애기 손바닥만큼 큼직큼직 썰어서.
국물을 담아내진 않았지만..
정말 국물을 마구 떠 먹게 되는 석박지 입니다.
석박지 한 통 담궈서 일주일만에 바닥이네요.
텃밭을 정리하며 당근도 수확했습니다.
싱싱하니 살아있는 당근의 모습
아무때고 대충 흙을 씻어내서 껍질도 안벗기고 아작아작 씹어 먹네요.
제가 말도 아닌것이 당근이..과일보다 ㄷㅓ 맛나데요.
친정엄니 오신날은 꼴뚜기도 사다가..
이 꼴뚜기가 그 속담에 나오는 그 꼴뚜기랍니다.
살짝 데쳐서 초장 찍어 먹고
이것이 에피타이저죠.ㅋㅋ
구엽죠?
낙지를 사다가 샤브샤브 해 디렸더니
아주 맛나게 드시더군요.
장날 엄마 손 잡고 장에 갔더랬습니다.
속에 기모가 들어간 고무장갑이 나왔드라구요.
다섯켤레에 만 원.
이 고무장갑 때문에 이번 김장이 훨 수월했다는.
벗고 껴기 너무 쉽고
흘러내리지 않고
따시고..누가 개발했는지 가서 뽀뽀라도 해드리고 와야 하는데.
꾸벅^^^ 감사인사 올립니다.
무우를 한..300개 심었나 봅니다.
그렇다고 그 많은 무우를 혼자 다 먹냐.
친정언니.엄마 다 나눠주고 김장하고
동치미 담그고...그러고도 많습니다.
제가 무우 욕심을 내는것은 무청시래기 때문이죠.
무청 시래기는 동치미와 배추김치와 함께 우리집 겨울나기 필수품목입죠.
겨우내 시래기국에 나물은..밖에 눈보라가 치건말건
도시에서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떠돌건 말건
석달열흘 눈이 내려 고립된다해도 끄덕 없을 것 같은
그런..음식입니다.
배추 100포기. 정확히 105포기입니다.
그런데 약 한 번 안치고
거름도 부족하고 비료도 안하고..
그러니 멀쩡할리가 없습죠.
엄마와 친정언니 그리고 우리집 세 집이 나눌 김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여
시엄니댁에서 실한 배추 30포기를 급 땡겨 왔네요.
그래봤자..보통배추로 100포기나 될라나?
그래도 머 괜찮습니다.
김치통이 꽉꽉 차도록 땅에 묻은 항아리가 꽉 차도록
석박지며 알타리김치며 쪽파김치등을
잔뜩 담궜으니까요.
쪽파김치를 어마어마하게 담궜습니다.
우리집 알타리가 어지간하 무우만큼 커서..
길게 길게..알타리김치 담구고.
셋이 똑같이 싸우지말라고 나눠담았죠.
석박지도 ..하룻밤 자고나면 쑥 줄어드네요.
그럼 언니는 또 퍼다가 한 통을 채웁니다.
욕심꾸러기^^
배추김치 양념에 쓸 다시물을 끓입니다.
멸치에 황태포에 표고에 다시마에 건새우 무우..등등
각종 양념들을 죄다 꺼내두고
김치를 다 담궜습니다.
그리고 사진이 없어요.
그냥 버무리고 속 넣고
각자 통에 넣고
울집꺼는 영감이 어느새 땅속깊이 묻어놓고
..
넉다운되어 사진 찍을 기운도 없습니다.
돼지고기 삶아서 볼이 터져라 구겨 넣고 ..푹 잤습니다.
김장들 모두 끝내셨나요?
시골선 김장을 끝내고나니 올해 할 일이 모두 마무리 된 듯 싶네요.
텃밭은 상추 몇 개 남겨두고 텅텅 비었습니다.
제가 곳간 여기저기 쟁여뒀던 건고추며 마늘이며
등등..도 바닥을 보입니다.
이젠 겨우내 무우전이나 부쳐 먹으면서
눈구경 하고 지내볼까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