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내려와 살면서 두번째 맞이한 올 여름은
제주에서의 첫이사와 맞물리기도 했고 너무도 더운 여름엔 몸을 사리는지라~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 시월엔 혼자라도 여기저기를 다니려고 애를 썼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가까운 올레6코스는 시간나는대로 걸으려고
서귀포올레 매일시장을 갈 계획으로 올레6코스를 걸어서
이중섭거리를 지나 시장을 봐서 버스를 타고 들어오기도 하고
칼호텔까지 걸어가서 서귀포 신시가지까지 공항가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일을 보고 오기도 했답니다.
지난 주의 어느날 아침부터 부산하게 김밥말아 남편 아침과 점심도시락까정
해결을 해 놓고는 김밥 두줄을 말아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섰는 데...
조금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서기도 했지만 남조로 버스를 코앞에서
놓치는 바람에 이래저래 오후1시에 교래리자연휴양림을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주차장에 차가 그리 많친 않았고
호젓하게 걷는 길이 참 좋겠다 싶더라구요^^
교래리휴양림으로 들어서는 길가에 눈길을 끄는
보랏빛 꽃이 있어 한 컷 눌러주공^^
한라돌쩌귀 아니면 투구꽃으로 보이는 데 그 구별이 전문가들도
어렵다 하니~ 이쁜 보라꽃으로 나는 눈도장을 찍으렵니다.ㅎㅎ
좁다란 입구길을 걸어 들어가면
이렇게 정돈이 잘 된 휴양림 관리실들이 펼쳐 집니다.
여늬 관광지보다 너무도 정갈하게 꾸며져서 정말 좋습니다.
사진엔 보이지 않는 왼쪽으로 아주 깨끗한 화장실이 있고
저 초가집들은 매점과 매표소 그리고 오른쪽으로 휴양림내 숙소들이랍니다.
매표소를 기준으로 출구와 입구가 따로 되어 있으며
도에서 운영하는 이곳 휴양림은 도민이나 관광객이나 모두
1,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
입장권을 끊고 입구쪽으로 들어서니
여기도 역시 너무도 깔끔하게 가꾸어진 길이 눈앞에 펼쳐지네요~
오늘 저는 교래리휴양림의 정상(?)인
큰지그리오름까지 올라갈 예정인데 왼쪽으로는 휴양림을 둘러보는
자연학습장이고, 오름까지 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가야 합니다.
이곳은 식수가 마련된 초가집입니다.
오랜 준비기간을 걸쳐 작년에 오픈하기도 하였지만
구석구석 잘 가꾸어진 느낌이 자연과도 잘 어우러지게 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도 좋아하는 곳이랍니다.
오름산책로로 들어서니
이번 가을에 한달을 훨씬 넘게 비한방울 내리지 않아
귤이 익기엔 너무 좋았지만, 숲이 바삭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녀오고 이 글 포스팅전 엊그제 주말에 많은 비가 내려
단비를 맞았을 것같아 포스팅하는 내내 마음은 편할 듯 싶네요~~
교래리 자연휴양림은 쉬지않고 오르면 2시간정도 소요되는데
오르는 길 내내 저리 오솔길이 양쪽에 돌로 자연스럽게 꾸며져
참 아기자기 하여 걷기도 편하고 예쁘기도 합니다.
단풍나무가 많지 않은 곳이어서 울긋불긋한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진 않치만,
벌써 숲속 깊숙이 찾아든 깊은 가을의 느낌은 완연하였고....
조용한 숲길에서 맞닥드린 노루녀석때문에 나도 놀라고
저녀석도 몹시 놀랬는 데....그래도 사진찍을 시간을 주고 사라지네요~~ㅎㅎ
한 삼십여분의 산책길을 편하게 걷고나면 이제 슬슬 오르막길이 나타나고
숨이 차다 싶으면 그 오르막길은 내리막으로 바뀌어지면서
깊은 숲길로 들어서니~ 이제 가을단풍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빨간 열매는 천남성으로 열매인데 독성이 있다하니
만지거나 열매를 따서 입어 넣어보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가파른 오르막길도 돌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오르기는 편하며~
200m 간격으로 이정표가 되어 있어서
어디쯤 왔을까? 하는 궁금증을 잠재어 주고 내 위치를
확실하게 알 수 있어 너무나 좋습니다.
아~ 정말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 내릴때
저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을 바라보쟈니 그 바람이 나를 모른 척 하지 않으니
가슴속, 마음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 너무도 좋은 산책길이었어요
사진엔 없지만 갈림길이 하나 있습니다.
초지길과 숲길인데....저는 숲길을 택해 올랐습니다.
작년 여름엔 초지길을 택해 걸었는 지 걷는동안 낯익은 길이
나타나질 않아 으아했는 데 내려오면서 확인해 보니
그 갈림에서 선택을 해야 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숲길이 더 좋은 것 같았습니다.
돌멩이로 가꾸어진 오솔길이 살짝 지루해지려 할때
눈앞에 나타난 삼나무 길입니다.
와아~ 하는 탄성이 입에서 저절로 터져 나오더라능^^
감탄에 감탄을 하며...이 교래리휴양림은 꼭 일부러
맞춤으로 오래 전부터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정말 너무도 멋진 곳입니다.
간간히 삼나무를 스치고 부는 바람에 숲의 향기가
내내 뿜어 나오는 것 같아 내 기분은 하늘을 날 듯 싶었습니다.
드뎌 쉬지도 않고 두시간만에 오른 정상부근에서 만난 동박새 입니다.
늦은 오후에 오르기 시작하였더만
내려오는 사람들은 간간히 만나기는 하였는 데
큰지그리오름의 정상에는 아무도 없고 동박새며, 꽃향유등 야생화와 1시간여를
노는 동안 아무도 올라오질 않는 걸 보니~
제가 마지막으로 오름을 올랐나 봅니다.
배낭에 넣어간 차가운 생수와 귤 몇개를 까서
목마름을 가시게 하고는 정상 전망대에서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찬찬히 둘러 보았어요~
구름 한점없는 청아한 가을 날에
아스라한 먼곳까지 제주의 동쪽오름 능선들이 눈에 들어서고...
해가 지는 곳으로는 한라산과 그 앞의 오름들이 역광으로 검게 보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오름에서의 전망에 빠져 있다보니~
너무도 조용한 분위기와 뉘엿이 저물어가는 느낌에
그제서야 더럭 겁이 나더라구요!ㅜㅡ
배낭을 정리해서 매고는
서둘러 큰지그리오름을 내달아 내려 왔어요~
깊은 가을인지라 숲으로 지는 해는 너무도 빨리 저무는 듯 하더라구요^^
올라 갈때만 해도 대낮 느낌이었는 데 아무도 없는 삼나무숲속의
햇살은 벌써 어둑해 지면서 늦은 저녁의 느낌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가을의 전령사 진한 보랏빛 꽃향유를 뒤로하며
걸음아 날살려라 하고 저무는 숲길을 뛰다시피 내려와 보니....
40분이 걸리더라구요^^ㅎㅎㅎ
이렇게 나홀로 교래리휴양림에서 즐긴 어느날의 가을나들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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