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제 목 : 못 위의 잠 -나희덕-

| 조회수 : 3,408 | 추천수 : 1
작성일 : 2012-11-02 22:48:54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짱맘
    '12.11.4 11:26 AM

    마음 한켠이 뜨거워지네요~

  • 들꽃
    '12.11.4 3:03 PM

    마치 그림처럼 시 안의 모습들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아버지의 남루하고 고단한 삶이...
    하지만 따뜻한 가족애.

  • 2. 지지리
    '12.11.4 10:58 PM

    진명여고 교사하실때 문예반 맡으셨는데 정말 따뜻하고 의욕 넘치셨어요. 정말 많이 배웠고 덕분에 인생의 목표와 방향도 달라진 계기가 됐어요.. 진심으로 존경했던 선생님.. 그 시절 시를 읽으니 너무 그립네요.

  • 들꽃
    '12.11.5 10:55 PM

    댓글을 읽다보니 나희덕시인은 참 좋으신 분이셨던 것 같아요.
    존경했던 선생님의 시를 만날때 마다
    감회가 새로우시겠어요.

  • 3. 여름바다
    '12.11.5 4:54 PM

    나희덕 선생님 성함을 보고 놀랐어요 ^^ 제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셨습니다.
    그 때가 1988년도이니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저희 학교에 첫 교사 발령을 받으시고
    첫 담임을 하셨거든요. 저도 진심으로 존경하는 선생님입니다.

  • 들꽃
    '12.11.5 10:59 PM

    나희덕 시인님은 참 행복하시겠습니다.
    이렇게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제자들이 있으시니...^^
    마음을 울리는 시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라는 시를 특히 좋아해요.
    시와 함께 옛 선생님을 추억하시는 시간이 되시길 바래요.

  • 4. 8284빨리팔자
    '12.11.9 10:47 PM

    역시 나희덕 시인이군요
    저는 직접 한번 만났는데 시집에서 본 느낌과 조금 다르더라고요
    카리스마가 아주 짱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4345 착하고 예쁜 야옹이 입양하실 분을 찾습니다. 4 비갠 풍경 2018.05.22 717 0
24344 래브라도 뽀삐와 코카푸 샘의 Lake district 캠핑 8 연못댁 2018.05.22 427 1
24343 황석영 선생 필체 6 고고 2018.05.20 615 2
24342 샹그릴라.. 봄의 세레나데[전주 샹그릴라cc..요조마 클럽하우스.. 1 요조마 2018.05.19 516 0
24341 내 팔자야~^^ 12 고고 2018.05.18 1,132 1
24340 주말에 받은 편지 1 마우코 2018.05.15 922 0
24339 오랫만 가방에 자빠짐^^ 4 고고 2018.05.15 1,686 2
24338 더민주 김영진 의원이 끝장 토론 하잡니다 - 이재명 열렬 지지자.. 2 detroit123 2018.05.14 850 0
24337 한시가 급한 길고양이 구조후 임시보호중 탈출한 신림근처 제보좀 .. 4 비어원 2018.05.12 1,110 0
24336 세월호 바로 세우기 몇컷 2 함석집꼬맹이 2018.05.10 608 3
24335 강아지 줄 7 스냅포유 2018.05.09 1,531 1
24334 털빨없이도 이리 예쁠수가 8 고고 2018.05.08 2,138 3
24333 어떤 대화 도도/道導 2018.05.07 786 0
24332 식구 출동 9 고고 2018.05.05 2,160 2
24331 한반도의 아침을 열다 도도/道導 2018.05.04 493 0
24330 은평구 응암로에서 잃어버린 강아지 2마리 찾습니다 2번 피카소피카소 2018.05.04 957 0
24329 은평구 응암로에서 잃어버린 강아지 2마리 찾습니다 피카소피카소 2018.05.04 716 0
24328 [스크랩]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단식하는 진짜 이유가 뭘.. 카렌튤라 2018.05.04 626 0
24327 스벅 불매하게 된 이유 3 샤랄 2018.05.03 2,192 1
24326 오늘 하루, 6월 독서모임 안내 2 고고 2018.05.03 733 1
24325 [스크랩] 5.02(수) 시사만평모음 카렌튤라 2018.05.02 344 0
24324 카오스 냥이 입양하실 분^^(4.5개월 추정) 6 Sole0404 2018.05.02 3,070 0
24323 마루 컴 공부, 예방주사 맞으러...쬐그만게 바쁘다 15 우유 2018.05.02 1,191 1
24322 지리산 계곡의 봄 3 도도/道導 2018.05.02 522 1
24321 예쁜 단발머리 소녀를 보는 듯 도도/道導 2018.05.01 814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