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이나 불경에 관한 전시가 끝나고 드디어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방, 아무래도 조금은 즐거운 기분으로 관람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일본문화사 공부할때 겐지 모노 가타리를 번역본으로 10권이나 되어서 읽진 못했지만 단행본으로 겐지 모노가타리에 관한 해설서를
한 권 읽었지요. 겐지 모노가타리 에마키란 말도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작품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린 것을 말한다는 것, 그리고
일본 화폐에 그림중의 하나가 실려있다는 것 (지금도 그런 것인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 그리고 오래 전의 소설이지만 지금도
소설에 드라마에 그림에 다양하게 응용되어 살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것을.
그런 사전 지식이 있어서인지 이 장면은 무엇을 그린 것일까 가까이 다가가서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전시장을 나서서 마지막으로
책을 구경하러 갔을 때 그런 관심의 연장선으로 아직은 읽기 어렵지만 겐지 모노가타리에 관한 책도 한 권 구해서 왔네요.
소리로 일본어를 익힌 저로서는 아직 한자를 일본어로 읽는 훈련이 턱없이 부족해서 글씨를 누군가가 읽어줄 때 아 그렇다면
이 글자가 이 소리랑 매치되는 것이로구나 그런 식으로 알아가고 있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곳에 가서 족자에 씌여진
글을 읽는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그래도 글씨가 갖는 묘한 매력을 느끼는 것은 의미와 상관없이 가능한 일이더군요.
물론 두 가지가 함께 가능하면 더 좋겠지만 늘 차선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이 세 사람을 다시 만났지요. 그들에게 내용까지 설명하고 있는가 물어보니 자세히는 못하고 대강의 내용을 설명하면 그녀의
반응이 온다고 하네요.
글씨를 구경하던 중 같은 서예가의 이름이 계속 나오길래 그 앞에 서 있는 여성분에게 물었습니다. 이 사람이 누군가 하고요
그랬더니 그녀가 반색을 하면서 대답을 하기 시작하네요., 이 사람의 이름은 교과서에도 실리는 서예가인데 자신도 서예를
20년 이상 써오고 있고 실제로 서예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도 있는 상태라고요. 그런데 게을러서 한 달에 자주 쓰기 어려워
가르치는 일은 하고 있지 않던 중 어느 날 교토에 온 전시에서 이 사람의 글씨를 발견하고 깊은 인상을 받아서 도쿄로 그의
글씨를 보러 왔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일본인이 아닌 것 같은데 일본어는 어떻게 배웠나, 여기 여행와서 주로 무엇을 보러
다니는가 여러 가지를 묻기 시작합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같은 이름의 서예가 글씨를 찾던 중 만난 여러 점의 산수화, 각각
화가는 다른데 글씨는 다 같은 사람의 것이더군요. 바로 앞에서 그녀가 이야기한 .
그의 글씨를 보고 나서 만난 이 그림, 책에서 이미 여러 본 그림인데도 역시 직접 보는 그림이 주는 아우라가 큽니다. 농담이나
여백을 족자 상태에서 그래도 볼 수 있으니 아무래도 느낌이 다르다고 할까요? 이 그림앞에서 서성이다 보니까 오전 시간에
이 공간에서 한참 있었던 보람이 느껴지더라고요.
첫 눈에는 그림만 들어왔지만 나중에 족자 전체를 찍어보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글이 써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것까지 욕심내보아야 소용이 없는 일, 그래도 전체를 찍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국립 박물관의 ater 오늘은 그 시간의 즐거움을 반복해서 느끼게 해 준 그림을 보고 나니 여기서 끝내고 좋을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