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불어 모임이 있는 날, 지난 번 월요일 아파서 스페인어 한 장 겨우 함께 읽고는 불어, 로스코 읽기 둘 다 결석을 했습니다.
여행이라 한 주 휴강, 이번 주 모이니 아주 반갑더군요. 진도는 너무 나가서 예습도 못 한 상태라 어안이 벙벙한 채로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함께 하는 공부는 여행만큼이나 즐겁습니다.
샤르댕 특별전과 브리지스톤 미술관 개관 60주년 기념으로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었지요.
덕분에 모자라는 실력으로 불어로 씌인 설명을 읽으려고 노력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수업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 여행담을 말하기도 했고요.
루브르에서 전시가 와도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 적은 이유는 왜 그런가, 왜 일본에까지 온 전시가 한국에는 못 오는가 의문이었는데
우리 나라가 분단국가라는 이유로 그림이 못 오고 돌아가기도 하고 보험료도 훨씬 비싸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수업이 끝나고 나다운님이 정발산에 가자고 강력하게 권유해서 따라나섰습니다.
그녀의 실행력에는 늘 혀를 내두르는 상황이라서 그럽시다 하고 나선 길, 산을 올라가다 보니 신발을 벗고 맨 발로 걷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사실 산에 사람들이 있어서 맨 발로 걷는 것이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막상 이야기하면서 걷다보니 시선에
눈이 가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누군가 내미는 강력한 손을 잡으면 그 안에서 얼마나 새로운 경험들이 넓어지는지 자주 느끼기 때문에 이번에 내민 월요일 정발산
오르기에는 일단 마음을 내준 셈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늘 정해진 길을 가는 것 같지만 누군가와 만나서 전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것들과 만나게 되는
일이 가끔 있지요.
이번 여행에서도 저 혼자서라면 존재자체를 몰랐을 곳을 여러 곳 다녔습니다.
덕분에 눈도 열리고, 다음 번에는 혼자서라도 충분히 찾아갈 만한 곳들을 마음에 새겨두고 오기도 했습니다.
길눈이 어두운 저는 처음 가는 곳에서는 긴장감을 느껴서 첫 하루는 상당히 헤매고 다니곤 하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길을 훤히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덕분에 시간 낭비 없이 두루 여러 곳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사들고 온 책중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역산으로 생각해서 앞으로 5년 단위로 꼭 하고 싶은 일들을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정해서 해보자는 취지의 심리학자가 쓴 글이 있습니다.
아직 술술 읽을 단계는 아니어도 대강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선에서 읽고 있는데 그렇구나 고개 끄덕이면서 읽게 되는 구절들이
자주 나오더라고요.
토요일에 스페인어 시간에 만난 아이들에게 이왕이면 스페인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고
그 곳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말을 해보자고 권했습니다.
일본에 함께 갔던 아이들이 있어서인지 그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듣고 (일본어로 몇 마디 말을 해도 막상 상대방이 대답하는 것을
알아듣지 못해서 답답했던 아이들은 이제 일본어에 대해서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더군요. 실제로 조금 더 실력이 쌓여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 그러자고 동의를 했습니다.
다음 번에 만날 때는 내가 스페인어로 하고 싶은 나 자신에 대한 말을 책에서 골라 준비해오기로 했지요. 이런 시도가 언제까지 갈까
이런 고민은 접기로 했습니다. 하다가 중단하면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이런 마음을 먹게 된 것도 여행이 준 하나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구해 온 책을
다 읽으면 다시 도쿄에 간다고 정했습니다.
구해온 책이 여러 권이라서 언제가 될지 잘 모르지만 가능하면 일년 이내에 다 읽고 내년 이맘때쯤 다시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발산에 함께 간 그녀가 한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선합니다.
선생님, 지금처럼 계속 살고 싶으면 몸을 돌보아야 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