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제가 낼 수 있었던 최대한의 여행기간이었습니다.
떠나기 전 감기 몸살이 심해서 ,감기로도 링겔주사를 맞을 수 있구나 놀랐던 날들, 과연 제대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의 몸 상태라 떠나기 전까지도 마음이 기쁘지 않았었지요. 병원에서 받은 한 뭉치의 약을 받아들고, 이제는 마음대로
미리 비행기 티켓을 마련하고 여행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일도 고려해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의기소침하기도 했지요.
더구나 떠나는 날, 바로 전에 준비한 스마트폰에 열광한 아이들이 이것 저것 만져보다가 소리를 묵음으로 해놓은 바람에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는 일에 자신이 없어서 깨워달라는 것을 부탁해놓고도 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간신히 10분전에 지금 우리가 선생님 집으로 가고 있다는 달래의 전화에 허둥지둥 일어나서 (다행히 전 날 밤 짐은 다 꾸려놓은 상태라서)
고양이 세수만 하고 시간에 맞추어 떠날 수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시작한 여행, 비행기 안에서도 숙소를 찾아가는 과정도, 그리고 우에노 공원을 찾아서 가던 과정도 여행의 설레임을
맛볼 수 없어서 내내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래도 될까? 왜 몸이 마음이 반응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깨어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점점 힘들어지는 몸으로 심란하던 차에 우에노 공원안의 국립 서양 미술관에 들어섰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지혜나무님과 둘이서 (다른 사람들은 아이들과 더불어 국립과학관에 갔고 두 사람만 호젓하게
그림을 볼 수 있었거든요 )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몸이 살아나는 기분이 들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로 그림을 보러 들어간 순간
그리고 마지막까지 점점 몸이 살아나는 느낌이 드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그림보기, 마지막 날까지 다양한 그림과 만나서 참으로 행복했지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일본에 관한 이야기는 3주 후에 만나서 after를 하기로 했으니 그 때 더
이야기가 진행되겠지만 제겐 이번 여행은 그림과 더불어 한 날들이란 의미가 가장 컸습니다.
일본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다양한 작품들과 만났던 순간의 기쁨은 아주 오래갈 것 같아요.
일상으로 돌아와서 시작하는 첫 월요일, 샤르댕의 그림을 보러 들어왔습니다.
웬 샤르댕이냐고요?
그의 특별전에 관한 포스터를 보고도 앗 보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한문으로만 써 있던 미술관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서
아쉽게만 느꼈는데 책속을 뒤적이던 지혜나무님이 도쿄역 근처에서 지금도 하고 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렇구나, 그렇다면 이런 귀한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싶어서 찾아갔습니다.
샤르댕 특별전이라니 이런 기회란 사실 만나기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도쿄 시내에서만도 여러가지 특별전이 동시 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니, 다른 것은 몰라도 미술 전시에서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에서 그림을 볼 수 있는 마그넷을 구한 것이 유일하게 샤르댕의 작품이었군요.
앞으로 오랫동안 냉장고 문을 열면서 함께 하게 될 또 한 점의 작품이 늘었습니다.
작은 미술관에서 어떻게 이런 전시가 가능한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 전시관의 관장과 루브르 박물관 관장이 협력하여 세계의 여러 미술관에 있는 샤르댕 중에서 빌릴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오래 준비해서 연 전시라고 말을 해 주더라고요.
그림을 흡족하게 본 것, 그리고 그동안 혼자 공부하기도 하고 여럿이서 매주 만나서 공부한 일본어 덕분에 현지에서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었던 것, (무리가 전혀 없었다는 뜻은 물론 아니고요, 최소한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을 꼽을 수 있었습니다.
위 작품은 샤르댕을 본떠서 그린 미국 출신 프랑스 화가 삐에르 마티스의 작품이라고 하네요.
샤르댕 검색하니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움이 나와서 들어왔습니다.
그랬더니 샤르댕의 작품도 작품이지만 다른 작품도 더불어 소개되어 있어서 고른 마네입니다ㅣ.
마네의 후반 작업중 정물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저절로 손이 가더라고요.
정물화가중에서 샤르댕과 모란디를 좋아하는데 한 장소에 전시된 샤르댕의 여러 작품을 보게 된 것 ,그리고 마지막 방에서는
샤르댕이후의 관련된 화가 여러 명을 소개하던 중에 마네, 세잔,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르동의 대작과 만났습니다.
의외성에 놀라서 한동안 그 앞을 서성거리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한 번에 그 많은 작품들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는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