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위양지位良池>
도연명(陶淵明, AD 365 ― 427)은 중국 동진東晋 출신의 시인입니다.
본래 도연명은 관직 생활에는 맞지 않는 성품의 선비였으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고을의 태수 자리를 맡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관청에서 관리가 나와 도연명에게 예복을 갖추어
입고 자기를 맞아들이라고 지시하자, “내 어찌 쌀 다섯 말(봉급)
때문에 허리를 굽혀 하급 관리를 맞이할 수 있겠느냐?” 하면서
서기 405년 12월에 관직을 홀연히 내던지고서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되는데요,
하급 관리의 도를 넘는 의전 요구에 그는 항명抗命을 했던 것이지요.
그때 시인은 고향으로 귀향을 결심하면서 이 <귀거래사>를 짓습니다.
언뜻 전원시처럼 보일 수 있으나 도연명이 체득한, 자연관自然觀과
달관한 인생관을 담담히 그려내어 중국 최고의 명시를 남기게 됩니다.
오늘 날에도 정치적인 사유로 관직에서 물러나거나 현직에서
은퇴해서 낙향할 때 <귀거래사>라는 말을 관례처럼 사용하고 있죠.
한 구절 한 구절 따라 내용을 음미하면서 읽다보면, 12첩 동양화
병풍의 <그림>들이 선명하게 연상됩니다.
현대와 같은 문명시대에도 여전히 요구되는 반골反骨의 시인 정신과
<자연합일自然合一> 사상이 짙게 흐르고 있는, 명시 중의 명시입니다.
제가 이 <귀거래사>의 번역시들을 인연이 닿는 대로 읽어보았는데요,
숙명여대 김기덕 교수의 번역이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답게’
우리말의 가독성을 잘 살린 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원문인 한시에서 한학자들이 풀어낸 것보다 영문학자가 옮긴 시가 더
가슴에 와 닿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면, <귀거래사> 초입부입니다.
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
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
자! 벼슬에서 물러나 내 집의 논밭으로 돌아가자.
전원이 황폐하고 있거늘 어찌 돌아가지 않을 것이냐?
이미 내가 잘못하여 스스로 벼슬살이를 했고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괴롭혔거늘
어찌 혼자 한탄하고 슬퍼만 해야 하겠는가?
장기근 옮김(서울대 중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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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리로다, 내 집과 뜰과 전원田園에 잡초가 무성하리라.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요.
내 육신의 종이 되었거니, 어찌 홀로 슬퍼만 하리오?
김기덕 교수 옮김(숙명여대 영문학 교수)
뉘엿뉘엿 저녁 어둠에 잠기는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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