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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의 명시 감상 ― 도연명의 『귀거래사』

| 조회수 : 10,807 | 추천수 : 6
작성일 : 2012-08-26 21:56:15

 

 

                                                                                                                                경남 밀양, <위양지位良池>

 

 

 

 

 

 

 

 

 

도연명(陶淵明, AD 365 ― 427)은 중국 동진東晋 출신의 시인입니다.

본래 도연명은 관직 생활에는 맞지 않는 성품의 선비였으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고을의 태수 자리를 맡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관청에서 관리가 나와 도연명에게 예복을 갖추어

입고 자기를 맞아들이라고 지시하자, “내 어찌 쌀 다섯 말(봉급)

때문에 허리를 굽혀 하급 관리를 맞이할 수 있겠느냐?” 하면서

서기 405년 12월에 관직을 홀연히 내던지고서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되는데요,

하급 관리의 도를 넘는 의전 요구에 그는 항명抗命을 했던 것이지요.

 

그때 시인은 고향으로 귀향을 결심하면서 이 <귀거래사>를 짓습니다.

언뜻 전원시처럼 보일 수 있으나 도연명이 체득한, 자연관自然觀과

달관한 인생관을 담담히 그려내어 중국 최고의 명시를 남기게 됩니다.

오늘 날에도 정치적인 사유로 관직에서 물러나거나 현직에서

은퇴해서 낙향할 때 <귀거래사>라는 말을 관례처럼 사용하고 있죠.

한 구절 한 구절 따라 내용을 음미하면서 읽다보면, 12첩 동양화

병풍의 <그림>들이 선명하게 연상됩니다.

현대와 같은 문명시대에도 여전히 요구되는 반골反骨의 시인 정신과

<자연합일自然合一> 사상이 짙게 흐르고 있는, 명시 중의 명시입니다.

 

 

 

 

제가 이 <귀거래사>의 번역시들을 인연이 닿는 대로 읽어보았는데요,

숙명여대 김기덕 교수의 번역이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답게’

우리말의 가독성을 잘 살린 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원문인 한시에서 한학자들이 풀어낸 것보다 영문학자가 옮긴 시가 더

가슴에 와 닿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면, <귀거래사> 초입부입니다.

 

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

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

 

자! 벼슬에서 물러나 내 집의 논밭으로 돌아가자.

전원이 황폐하고 있거늘 어찌 돌아가지 않을 것이냐?

이미 내가 잘못하여 스스로 벼슬살이를 했고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괴롭혔거늘

어찌 혼자 한탄하고 슬퍼만 해야 하겠는가?

 

장기근 옮김(서울대 중문학 교수)

 

 

~~~~~~~~~~~~~~~~~~~~~~~~~~

 

돌아가리로다, 내 집과 뜰과 전원田園에 잡초가 무성하리라.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요.

내 육신의 종이 되었거니, 어찌 홀로 슬퍼만 하리오?

 

김기덕 교수 옮김(숙명여대 영문학 교수)

 

 

 뉘엿뉘엿 저녁 어둠에 잠기는 <지리산>

 

 

~~~~~~~~~~~~~~~~~~~~~~~~~~~~~~~~~~~~~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m
    '12.8.26 11:25 PM

    도연명--귀거래사

  • 2. 은구름
    '12.8.27 9:12 AM

    한시의 번역은 거의 창작에 가까운 작업인 것 같아요.
    장기근 교수의 설명조 번역보다는 행간을 그대로 둔 김기덕 교수의 번역이 좋네요.

  • 바람처럼
    '12.8.27 8:01 PM

    제가 처음 이 귀거래사를 알게 된 것은 임어당이 쓴 ‘생활의 발견’ 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는데요, 그 안에 도연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 시가 소개
    되고 있습니다.
    귀거래사에 매혹돼 도연명의 시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 후에 다른 번역물을
    많이 보았는데 원글에 번역된 시보다 더 좋은 귀거래사를 보질 못했네요.

    귀거래사는 도연명의 성품이 잘 드러나 있는데요, 마치 현실 도피적인 느낌도
    갖게 하지만 실상은 ‘현실’ 과는 타협할 수 없는 유가儒家 선비의 가치관과
    자연관이 잘 응축된 작품으로, 중국 최고의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 3. 마들렌
    '12.8.28 3:16 PM

    좋아하는 시예요 사진과 함께 눈이 호강합니다~~감사드려요
    저도 도연명 시집을 읽어보았는데 사실 넘 두꺼워서 다 읽지는 못했구요 --;;;

    이 시읽고 나면 어쩐지 술을 한 잔 하고 싶다는,,,,ㅎㅎㅎㅎ

  • 바람처럼
    '12.8.28 6:38 PM

    ‘귀거래사’ 좋아하시는 분을 만나니 반가워요!..........
    술 한 잔 하시고 싶으시면, 들창에 달 걸어 놓고 저하고 같이 하시죠.~ ^^
    술은 마들렌님이 준비하시면 저는 안주를 기발 차게 준비할게요. ^^
    막걸리는 한 잔 정도 하고, 맥주는 반잔까지는 마시는데요, 안주는
    무엇으로 준비하오리까?
    술 한 잔에 안주 한 점 들어가면 기분까지 호강할 거네요.~
    술자리 심심하지 않도록 ‘댓글놀이’ 덕담德談도 많이 준비해 오셔요. ^^
    ........................
    태풍이 휘몰아치는 각박한 도시생활에 이런 덕담德談 괜찮겠지요?

  • 4. 보리
    '12.8.30 7:38 AM

    밀양 '위양지' 라는 사진과 함께, 잠시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도연명은 대략 사십의 나이에,
    하지말것에 대해 결단을 내렸군요^^

    바람처럼님의 글을 지나칠뻔했어요!

  • 바람처럼
    '12.8.30 7:09 PM

    이런 시는 단지 한 번 읽고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시가 아니지요?..........
    명문장이면서 읽는 이의 살아온 삶, 앞으로 살아갈 생을 성찰할 수 있게 해줍니다.
    보리님의 말씀처럼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을 분별하고 몸소 행하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런데 그런 걸 알면서도 생계나 체면 때문에 ‘현실’ 과 타협하거나 그냥 묻혀
    살아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 5. 더니
    '12.8.30 6:50 PM

    바람처럼님 밀양 "위양지" 사진이 너무 편하고 마음에 와 닫아서

    귀거래사 歸去來辭 글귀를 사진 위에 태그로 꾸며서 올려 놓았읍니다.

    http://blog.naver.com/ddt705/80167926070

    보시고 필요하시면 태그소스 퍼다가 바람처럼님 블러그에 올려놓으세요.

    예전에 어떤이가 "김신우"가 부르는 "귀거래사"를 억수로 의미있게 좋아했던
    기억을 더올리게 하는군요.

    이공간은 동영상도 태그도 안먹히는군요 ㅠ_ㅠ

  • 바람처럼
    '12.8.30 7:26 PM

    더니님, 이런 걸 ‘태그’ 라고 하나요?..........
    아, 저는 P.C 다루는 기술이 둔해서 이런 거 할 줄 모른답니다.
    블로그도 운영하지 않구요.
    그런데 시 일부가 짤려서 아쉽네요!..........

    위양지는 경남 밀양에 있는데, 신라 시대 때 만들어진 작은 호수이고
    정자가 있는데요, 풍광이 좋아서 사진에 취미 있는 분들이 그곳에 가
    풍경 사진을 많이들 찍나 봐요.
    인터넷에 ‘위양지’ 사진 올려놓은 거 많으니까 검색해 보셔요. ^^

  • 6. 더니
    '12.8.30 7:39 PM

    잘려나간 일부까지 올릴수 있지만
    보는이로 부터 지루할수도 있을까봐
    일부러 그렇게 했읍니다 ^^
    "위양지" 검색좀 해보아야 겠어요.
    오늘 비오는 바람이 차갑네요.

  • 7. 더니
    '12.8.30 7:59 PM

    위양지의 검색에서 위양못의 우거진 실록의 깊이가 특별해 보입니다.
    바람처럼님~~ 귀거래사 잘려나가 나머지 부분까지 올려 놓을테니
    가끔 들려 봐주세요^^*~

  • 8. 마들렌
    '12.8.31 11:29 PM

    바람처럼님,,,말씀만으로도 맘이 넉넉해집니다
    행복하세요,,,

  • 바람처럼
    '12.9.1 8:00 PM

    제 짧은 덕담으로 마들렌님 마음이 넉넉해지셨다니 저도 기쁜데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힘들게 살았던 옛날에도 심성은 ‘보름달’ 처럼
    넉넉했던 듯 싶습니다.

    현대에 들어서, 사는 게 팍팍해서인지 여유가 없어지고 조급해졌지요.
    빠르게 변해가는 풍조 속에서도 ‘넉넉함’ 만큼은 계속 간직하고 싶네요. ^^

  • 9. 상큼이
    '16.3.31 5:23 PM

    맘이 행복해지네요

  • 10. 달오키
    '16.9.7 4:15 PM

    좋은 글입니다.^^

  • 11. 아에이옹
    '17.7.31 1:43 PM

    귀거래사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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