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제 목 : 누님은 영산포를 떠나며 울었다...

| 조회수 : 2,840 | 추천수 : 150
작성일 : 2010-04-09 02:34:50



영산포 / 나해철

1
배가 들어
멸치젓 향내에
읍내의 바람이 달디달 때
누님은 영산포를 떠나며
울었다

가난은 강물 곁에 누워
늘 같이 흐르고
개나리꽃처럼 여윈 누님과 나는
청무를 먹으며
강둑에 잡풀로 넘어지곤 했지

빈손의 설움 속에
어머니는 묻히시고
열여섯 나이로
토종개처럼 열심이던 누님은
호남선을 오르며 울었다

강물이 되는 숨죽인 슬픔
강으로 오는 눈물의 소금기는 쌓여
강심을 높이고
황시리젓배는 곧 들지 않았다

포구가 막히고부터
누님은 입술과 살을 팔았을까
천한 몸의 아픔, 그 부끄럽지 않은 죄가
그리운 고향, 꿈의 하행선을 막았을까
누님은 오지 않았다
잔칫날도 큰집의 제삿날도
누님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들은 비워지고
강은 바람으로 들어찰 때
갈꽃이 쓰러진 젖은 창의
얼굴이었지
십년 세월에 살며시 아버님을 뵙고
오래도록 소리 죽일 때
누님은 그냥 강물로 흐르는 것
같았지

버려진 선창을 바라보며
누님은
남자와 살다가 그만 멀어졌다고
말했지

갈꽃이 쓰러진 얼굴로
영산강을 걷다가 누님은
어둠에 그냥 강물이 되었지
강물이 되어 호남선을 오르며
파도처럼 산불처럼
흐느끼며 울었지.

2
개산 큰집의 쥐똥바퀴새는
뒷산 깊숙이에 가서 운다
병호 형님의 닭들은
병들어 넘어지고
술 취한 형님은
강물을 보러 아망바위를 오른다
배가 들지 않는 강은
상류와 하류의 슬픔이 모여
은빛으로 한 사람 눈시울을 흐르고
노을 속에 雲谷里를 적신다
冷山에 누운 아버님은
물결 소리로 말씀하시고
돌절벽 끝에서 형님은
잠들지 않기 위해 잡풀처럼
바람에 흔들린다
어머님 南平아짐은 마른 밭에서
돌아오셨을까
귀를 적시는 강물 소리에
늦은 치마품을 움켜잡으셨을까
그늘이 내린 九津浦
형님은 아버님을 만나 오래 기쁘고
먼발치에서
어머님은 숨죽여 어둠에
엎드린다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캐드펠
    '10.4.9 3:13 AM

    장사익씨!!
    영혼을 울리는 천의 목소리이지요.
    올려주신 글이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사진속의 포구도 가 보고 싶어지구요^^

  • 2. 카루소
    '10.4.9 3:27 AM

    캐드펠님!! 장사익님... 넘 멋지죠?

  • 3. 안나돌리
    '10.4.9 8:23 AM

    아예...봄바람에 싱숭한 맘에 불을 지루시누만요^^크~~~으~~~

  • 4. 여의주
    '10.4.9 8:38 AM

    이제 저런 영산포구의 모습의 볼 수 없습니다.
    영산강하구언(목포)를 막으면서 더이상 배들이 들어오지 않아요
    오래되고 작은 등대만이 옛날엔 배가 들어왔겠구나 하고 짐작하게 해주죠

  • 5. hisosan
    '10.4.9 10:49 AM

    정말 오랫만에 나해철 시인의 시 읽어봅니다.
    카루소 님, 늘 감사합니다!
    멋진 봄날 보내시길!

  • 6. 푸른소나무
    '10.4.9 12:28 PM

    나해철 님의 시를 읽으니 누군가 제게 옆에서 자신의 아픈 성장기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너무 아파서 쉽게는 하지 못할 것 같은.....

    영산포.
    제 고향 근처라 어렸을 때부터 광주를 오가며 지나게 되는 동네인데 참 반갑네요.
    철교밑 장어집들이며,
    큰비 내린 뒤 버스 창밖으로 보이던 넘실 넘실 넘칠 것 같던
    영산강의 흙탕물 모습, 한쪽으로 쏠려 있던 갈대들이 생각나네요.

    장사익님 노랫소리는 너무 구성지고.....
    이 봄날 옛생각 나고 마음이 요상합니다그려 .

  • 7. 말물질몸
    '10.4.9 1:17 PM

    봄이 좋은데..
    장사익 노래가 있어 더 좋~~~~~~~~타....
    카루소님 감사합니다,

  • 8. 들꽃
    '10.4.9 5:17 PM

    제가 음치중에 음치이지만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지금 따라 불렀어요.
    근데 오늘은 노래가 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카루소님~^^
    시도 좋고
    음악도 멋드러지게 좋고
    사진도 좋고~~~고맙습니다.

  • 9. 김수산나
    '10.4.9 5:34 PM

    전 노래가 안들려요.
    장사익님 팬인디...어뜩해요.

  • 10. 캐롤
    '10.4.9 5:41 PM

    어떤 노래일지 무지 무지 궁금한데~~~
    안 드낍니다~~~~

  • 11. 카루소
    '10.4.10 1:26 AM

    위에 사진은 오이도예요~ㅋ

    캐드펠님, 안나돌리님, 여의주님, hisosan님, 푸른소나무님, 말물질몸님,
    들꽃님, 김수산나님, 캐롤님!! 감사합니다.*^^*

  • 12. 열무김치
    '10.4.12 5:09 AM

    저도 안 득껴요... ㅇ..ㅇ 저도 팬인데요~~ 아까브라.......

    물 빠진 오이도 사진 참 멋집니다.

  • 13. 열무김치
    '10.4.12 5:17 AM

    시는 가슴이 저리네요.

  • 14. 카루소
    '10.4.13 1:15 AM

    열무김치님!! 그럼 파일로 들으세요~^^
    감사합니다.*^^*

  • 15. 호박
    '10.4.13 11:45 AM

    눈물이 핑~
    젊었을때부터 이노래 좋아해서 친구들이 놀리곤 했죠.

  • 16. 카루소
    '10.4.14 1:09 AM

    호박님!! 감사합니다.*^^*

  • 17. 준림맘
    '10.4.24 10:28 AM

    요즘 제 마음입니다
    요즘 집안에 우울한 일이 있어서 맘 둘곳이 없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4557 자~ 시작이다 1 도도/道導 2018.10.20 175 0
24556 방탄이 될 자격 쑥과마눌 2018.10.20 185 1
24555 시민의눈에는 각기 다른 3가지의 결산보고서가 있다. 1 후아유 2018.10.17 281 0
24554 바다양과 함께 5 고고 2018.10.16 848 1
24553 설악산의 가을 3 wrtour 2018.10.16 556 3
24552 와썹맨의 미원 파워요 ㅎ 1 호호호 아즘마 2018.10.15 1,004 0
24551 도심속의 가을 - 남산 2 줄리엣 2018.10.15 391 0
24550 시 어렵지 않.../ 상처의 실개천엔 저녁해가 빠지고 2 쑥과마눌 2018.10.15 233 0
24549 그 길로 들어서면... 2 도도/道導 2018.10.14 345 0
24548 기다렸소~ 보고 싶었소~ 6 도도/道導 2018.10.13 761 0
24547 여행에의 초대 -김승희- 1 들꽃 2018.10.12 321 0
24546 불타는 설악 천불동 (teaser) 16 wrtour 2018.10.11 793 4
24545 시 어렵지 않../ 가을 6 쑥과마눌 2018.10.10 422 0
24544 개 발톱 좀 봐주세요 9 토리j 2018.10.09 838 0
24543 아비 -오봉옥- 4 들꽃 2018.10.09 369 0
24542 삐용이 18 띠띠 2018.10.09 1,123 1
24541 무녀도 사람들의 아침 도도/道導 2018.10.09 366 0
24540 맥스 17 원원 2018.10.08 852 0
24539 가을 오대산 10 wrtour 2018.10.08 632 3
24538 원원님 맥스 궁금하고 띠띠님 삐용이도 궁금해여 2 김태선 2018.10.07 418 0
24537 시 어렵지 않../단풍잎들 2 쑥과마눌 2018.10.07 319 2
24536 경주 야옹이는 낙엽갖고 놉니다 6 고고 2018.10.06 1,335 0
24535 아침을 깨우는 향기 10 도도/道導 2018.10.05 661 0
24534 허수경 시인을 기립니다 4 쑥과마눌 2018.10.04 610 1
24533 별 헤는 밤 1 쑥과마눌 2018.10.03 545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