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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하계휴가 여행기

| 조회수 : 1,884 | 추천수 : 93
작성일 : 2009-08-26 00:17:28
지난 7월말부터 8월초사이,
그러니까 하계 휴가기간의 피크였을 시기에 우리 가족도 충남 서산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었습니다.



충남 서산에 "꿈의 학교"라는 대안 학교가 있습니다.
전에도 포스팅한적 있는, 남남북녀 이야기의 주인공, 그 남편되는 분이 바로 이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계신데 이 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장소가 서산 시내에서는 꽤 떨어진 산속이라 선생님들의 숙소도 학교 한켠에 작은 아파트와 방갈로 형태로 자리잡고 있어 우리 가족을 초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건물은 초등과정 교사(敎舍)라고 하는데...(초등학생은 6학년만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중,고등학교 과정)
사진으로 보면 뭐 별다른 것 없는 건물이지만 꽤 넓은 건물인데다가 산길을 올라오다가 보이는 모습은 흡사 경치좋은 곳에 자리잡은 팬션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 선생님의 숙소는 올해까지는 방갈로라고 하는데 그 방갈로 한 옆에 이런 화로에 불을 피워 은박지에 싼 감자와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밤에, 얼마나 많은 별들을 봤는지 모릅니다.
아이가 많이 기뻐했습니다.
우리는 도시에서 얼마나 많은 별들을 보지 못하고 살았던가요...
은하수를 발견하고 엄마와 함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기뻐하던 모습이 너무 흐뭇했습니다.



다음날, 벌천포 해수욕장에 놀러갔습니다.
작고 아담한데다가 잘 알려지지 않은 해수욕장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너무 조용했습니다.



썰물때 이렇게 반 모래, 반 갯벌 상태가 됩니다.



그러나 보통 밀물때가 되면 지금 갈매기가 서있는 곳에 물이 깊이 들어차 사람은 자갈밭으로 밀려나야 합니다.
어쩌면 이 곳이 잘 알려지지 않고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이유가 바로 고운 모래사장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비록 발바닥 아프고 누우면 자갈에 등이 배기는 불편한 해수욕장일지언정, 어린이는 역시 어린이...
얼마나 즐거워 하며 뛰놀았는지...
실컷놀고 이제 돌아가는 말에 삐지는 어린이...



해미읍성을 방문했습니다.



상당히 잘 정돈된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이 넓디 넓은, 푸르디 푸른 잔디였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일곱살 되던 해에 온 가족이 서울로 이사와서 27년이나 살던 집이 생각났습니다.
넓은 잔디 마당이 있던 집.
많은 나무들과 꽃들을 키우고 커다란 개도 한마리 키우면서도 넉넉하리만치 넓은 마당.
여름엔 그 짙푸른 잔디 마당에 텐트를 치고 캠핑온 기분으로 잠들던 어린시절...

저도 제 자식에게는 푸른 잔디를 밟게 해주고 싶었는데... 정말 안되는군요...
다른 무엇보다, 제가 아버지께 너무 감사한 일은,
바로 그 푸르던 어린시절을 누리게 해주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해미 순교성지를 둘러보았습니다.
병인박해 때, 약 1,000명의 순교자가 목숨을 버렸다고 합니다.



그 때, 신앙을 위해 기꺼이 순교했던 순교선열들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교회는 너무 사치와 향락에 물든 것이 아니던가...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합니다.

적어도, 그 순교자들의 바람은 지금의 화려한 교회 모습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적어도, 사진속의 수난 예수 그리스도 상처럼, 주님의 마음은 지금의 화려한 교회의 모습만이 결코 아닐 것입니다.
카톨릭이든, 개신교든, 신구색깔을 떠나 지금의 기독교회는 옛날 순수했던 우리 믿음의 선조들의 깊은 신앙에 몹씨 부끄러움을 느낄만하지 않겠습니까.

어려서 본 영화 한 편, 그 중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했었던 "레이더스 - 잃어버린 성배를 찾아서"
영화의 내용이야 지어낸 전설일뿐이지만,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의미는 꽤 무게감이 있지 않은가 말이죠.
주님이 최후의 만찬에서 축배를 들던 그 잔은 어떤 잔이었던가.
악당은 화려한 금잔을 들지만, 주인공은 초라한 목잔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화려한 금잔을 잡은 자는 바로 추락하지만 목잔을 선택한 자는 살아남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기독교회가 잡을 가치가 무엇인지, 붙들어야 할 진리가 무엇인지,
하다못해 헐리웃의 오락영화 한 편마저도 외치고 있는데도...



신분과 계급의 장벽을 넘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관습과 전통의 벽을 넘어, 사람이 진정 자유롭게 사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을 위해 그 분들은 기꺼이 목숨을 바쳐 순교했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새는 하늘을 날며 자유를 만끽하는데 왜 우리 사는 세상은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가...
왜 정치 권력자들은 점점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됐다는데,
왜 개발논리에 밀려 정붙이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하고,
왜 학생들은 공부하면서 등록금을 걱정해야하며,
왜 국민들은 밤에 촛불조차 들지 못하는가...



그리고 삼길포항에 갔습니다.



이런 작은 배들이 포구에 정박하고 있었고 이 배들은 새벽부터 잡아온 고기를 즉석으로 회를 떠주고 있었는데 7명이 약 6~7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말 그대로 배터지게, 회 파티를 열다가... 터져 죽을뻔했습니다. -_-;;;

새삼 느낀거지만, 회가 참 달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꿈의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여러가지 의미있는 수업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함께 묵었던 선생님숙소 방갈로 바로 윗편으로 넓은 농장이 있었고 거기서 캔 감자와 부추들, 거기서 딴 토마토들...
화학비료가 아닌 자연퇴비로 정성스레 키운 농작물들을 수확해 먹었습니다.

3박 4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 어떤 때보다 의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wrtour
    '09.8.26 1:13 AM

    Sobre Las Olas(파도를 넘어)
    Juventino,Rosas(1868-1894)
    삼국시대 서산은 백제의 대당 전초기지라 '백제의 부산'이랄까요.
    삼길포,해미읍성도 반갑고~
    이순신 청년장교 시절 해미읍성서 근무도 했다죠.
    한때 해미는 충청병마절도사(관찰사,도지사)가 있을 정도로 유서가 깊고~~

  • 2. 회색인
    '09.8.26 1:51 AM

    wrtour님 /
    정말... 그동안 몰랐었던, 깊은 역사를 간직했던 곳이군요...
    좋은 음악 또한 감사드립니다.

  • 3. 아름다운 날들을 위해
    '09.8.26 7:46 AM

    꿈의학교를 아시는분이 계시네요 대산에서 해미까지 잘다녀오셨네요

  • 4. wrtour
    '09.8.26 11:31 PM

    떡 본짐에~
    부여,공주 시절 백제의 선진문물의 창구는 서산,당진이였어요.
    그래서 당진은 원래 당나라 唐이였구요.
    당 문물은 서해 넘어 당진~서산~보령~청양(콩밭메는 아낙네야~하는 칠갑산 동네) 거쳐 부여,공주로요.
    이 실크로드는 백제 입장에서는 경부고속도로나 마찬가지였겠죠.

    그래서 서산엔 관련 유적이 많아요.
    해미읍성 인근만 해도 그 유명한 개심사,학창시절 백제 미소로 배운 서산 마애불,보원사지등이 있어요.

    그런데,
    서산 마애불서 1키로 지점에 보원사지가 있는데 문화사적으로 참 중요해요.
    바로 당나라서 들어온 사람,가는 사람들이 묶으면서 부처님에 무사 항해를 빌고했던 곳이거든요.
    그런데 서산 마애불 보다 1백년 일찍 세운 삼존불이 당진에도 있어요.
    당진읍 바로 뒷산으로 앞으로 서해가 보이죠.
    거리상으론 당진이 서산보다 당나라와 더 가까와요.
    그래서 당진 마애불이 먼저 생기고 후에 서산 마애불이요.
    당연 조각의 미적인 면에서 보면 시기가 빠른 당진게 훨 투박하죠.
    문화의 연대사를 읽을 수 있는 두 삼존불입니다.

    아참 대산 삼길포는 한말 대원군이 청나라에 끌려가던 포구였어요.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이 들어왔구요.
    또 동학혁명 때 동학군을 토벌하러 일본군이 인천을 출발 이곳 삼길포에 상륙 남하했구요.

    7년전인가 삼길포항에서 굴밥을 먹었는데 지금 까지 최고 기억이요.
    그래서 올초 7년만에 갔더랬죠.
    추억의 맛을 찾아서요.
    정확히 그 집을 찾았는데 그맛이 아니더군요.물론 입맛이 변해서겠지만.
    주인한테 말했어요.여차여차 찾아왔다고.
    감동하셨는지 우럭 말림 구이를 서비스로 주더군요.
    일대가 우럭 산지라 대산 일대서 6월에 우럭 축제가 열리죠.

  • 5. 보리
    '09.8.27 10:34 AM

    아드님이 제 아들녀석과 동갑인데 의젓하고 차분해보이네요.
    뭔가를 비평하고 논하려고 하는 저 눈빛이 회색인님과 닮은거죠?? ^^
    저도 해미읍성과 순교성지를 가봐야겠어요. 서해대교를 넘어 드라이브삼아 말에요.

  • 6. wrtour
    '09.8.28 4:55 PM

    정정//
    당진 삼존마애불이 아니구요 안면도의 태안 삼존 마애불입니다.
    서산에서 서진하면 태안읍이,더 서진하면 바로 만리포해수욕장입니다.
    만리포 위쪽이 대산 삼길포구요.
    해미읍성 정문인 진남문(?)에서 직진하면 안면도의 천수만이 나옵니다.
    해미읍성은 바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천수만에서 침입하는 왜구들의 막기위한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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