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두게 됐어요. 선택은 물론 제가 한거지만 상황이 좀 갑작스러워서
아직 적응이 잘 안돼요. 제가 또 워낙 일에 몰두했던 은근 워커홀릭이었던지라...^^; 암튼 그래서 요리로
힐링중인데요, 그 와중에 남편 회사도 사정이 안 좋네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M본부 파업중이잖아요.
키톡에서 저 이뻐해주시는 언니,동생,친구 여러분께 걱정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아 파업 끝나기 전에는
글 안올리려 했는데, 파업은 언제 끝날지 모르겠고, 닭새우 철은 지나가고~
암튼! 2~3년을 망설이다 드디어 닭새우를 질렀습니다. 예전에는 귀한 거 잔뜩 사다 놓고 행여나 버리게
될까봐 덜컥 잘 못 샀거든요. 요즘 요리재료 마구 질러요. 어떤 여자들은 힘들 때 백화점 쇼핑 한다는데,
울 남편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이죠. 식자재만 질러요. 이럴 땐 먹고 사는 거라도 배불리 해야 한다!
이럼서 마구 마구. 잘하고 있는 거라고 좀 칭찬을... 지르면서도 덜컥 덜컥 이래도 되나 두렵거든요. ^^;
저~기 밑에 계시지만 저분은 진정 어부이십니다. 얼마나 배송 상태가 좋던지 배송 되느라 하루 지났는데도
새우가 파닥파닥 튀어나올 것 같아요. 얼음도 녹지 않았구요.
닭새우는 이렇게 생겼어요. 매섭죠? 그만큼 육질도 쫀득쫀득 달달해요. 머리가 닭벼슬처럼 생겨서
닭새우라고 한답니다. 보통 새우는 익혀야 붉은 빛이 도는데, 이 녀석들은 생새우인데도 이리 먹음직해요.
그래서 손가락 찔려가며 해체, 받은 즉시 회로 먹었어요.
회로 하면서 크기, 상태 별로 냉동 시킬 것, 냉장 상태로 1~2일 안에 먹을 것 분리해 둡니다.
닭새우는 껍질이 넘 뾰족 뾰족해서 손질하기 여간 힘들지 않은데요, 씻을 때 배 쪽 가시 부분을 주방 가위로
드르륵 잘라주면 나중에 먹을 때도 편해요.
회로 먹는 동안 새우 머리는 천일염에 파닥 파닥 구워 줍니다.
이거 완전 과자 맛이예요.
새우 요리의 진리는 뭐니 뭐니 해도 소금구이죠. 보내주신 닭새우들이 크기도 튼실
했지만 알배기들이 많아 완전 입 호강 했어요.
요래 요래 줄지어 놓으면 참 이쁩니다.
닭새우머리는 육수 우려내면 정말 끝내 줘요. 다른 거 넣지 않고, 다포리, 멸치, 대파뿌리, 다시마만 넣고
푹푹 끓였습니다.
닭칼국수 해먹을 건데요, 다른 야채는 넣지 않고 닭새우 육수의 깊은 맛을 시원하게 잡아주려고 배추만
쭉쭉 찢어 넣었어요.
새우 몇마리 넣으니 칼국수도 예술로다가... 흐~
육수가 간당간당 하니 남았는데, 배 두들기면서도 빼놓을 수 없는 맛.
국물 요리의 종결자, 죽 되시겠어요~
매일 매일 저녁 밥상은 이렇게 한식으로 잘 차려먹구요.
그동안 그래도 틈틈히 열심히 잘해 먹고 지낸지라 함께 나누고픈 사진도, 요리도 많은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언제고 모든 게 안정 되면 예전 처럼 속닥속닥 사는 이야기 하고 그래요.
언제나 요리 앞에서 요래 조래 머리 굴리는 항상 만년초보, 잊지 마시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