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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우리는 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가

크림슨돔 | 조회수 : 1,549
작성일 : 2012-04-17 23:40:23

우리는 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가?


1.

우리는 무엇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쉽다. 우리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이유는 소위 일류대에 합격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일류대 입학을 그렇게 바라면서도 수단으로서의 학원 수강이 과연 효과적인가?’라는 합당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원 수강을 신앙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 학생들에게 학습 계획을 물어 보면 빠짐없이 학원 운운하는 말을 한다. 이런 현상을 자주 접하다 보니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학원 수강이라는 유전자가 각인된 것이 아닌가?’라는 터무니없는 생각도 한다.

 

2.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를 대개는 공교육의 부실 때문이라고 한다. 공교육은 우리나라만 특별하게 시행하고 있는 제도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들이 공교육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공교육의 특성 때문이다. 공교육은 특성상 부실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하면 공교육은 교육 소비자의 모든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교육의 부실이 사교육의 원인이라는 진단은 본질에서 벗어난 피상적인 진단이다. 사교육이 국민적인 관심이 되고 있는 나라가 몇 나라나 되는가? 수도 없는 공교육 강화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공교육의 부실이 사교육의 원인이 아니라는 나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입증해 주는 것이다.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는 공교육의 문제라기보다는 당연한 말이지만 사회 제도 때문이며, 사교육 문제의 근원적인 처방은 사회 제도의 개혁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교육의 주체는 교육 공급자와 정책 당국자, 교육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교육 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교육 소비자의 소비 행태이다. 교육 소비자는 교육 정책의 희생자이기도 하지만 소비 행태 때문에 가해자의 역할도 한다. 물론 사교육 문제를 이렇게까지 악화시킨 가장 큰 책임은 정책 당국자에도 있다.

 

정치인들이라고 사교육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그들이 제시하는 정책들은 근원적인 처방책이라기보다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정책은 대상자들의 반응을 예상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근원적인 처방이 빠진 어떤 정책이라도 일류대 입학을 신앙처럼 생각하는 교육 소비자의 믿음을 바꿀 수는 없다. 대신 그들이 제시하는 미봉책은 사교육 업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아침저녁으로 변경되는 교육 제도를 보면『최악의 폭정이라도 무정부 상태보다 낫다』라는 홉스의 역설적인 주장을 수긍할 수 있다.

 

3.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학원 수강이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믿음은 독단(dogma)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심을 방해한다. 내가 알기로는 전국의 사교육 종사자가 백만 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이 모두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한 일 아닌가? ‘멋진 신세계’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헉슬리는 예술 작품의 통속화를 예술 작품의 수요의 증가에 따른 공급의 증가에서 찾고 있다.


가르치는 것을 예술품의 창작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헉슬리의 주장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공급의 증가가 조야한 작품을 낳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교육 공급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공급의 질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 업자들은 그들의 말을 빌리면 ‘차별화’를 위한 여러 방법을 사용한다. 문제는 차별화가 학습의 본질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학습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다는 것이다.

 

수능은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학문을 바탕으로 하는 평가 제도이다.『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경구가 참이라면 학습에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발상부터가 우스운 일 아닌가! 학문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닦아야 하는 정교한 건축물이다. 이런 기본을 무시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수능 성적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을 ‘믿는’ 사람들은 사교육 업자를 탓하기보다는 자신을 탓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공교육은 믿지 못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한 사교육 업자들의 말을 쉽게 믿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사교육이 공교육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교육의 공공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교육은 학생의 이익과 공급자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이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사교육 업자들에게 이런 행위를 기대할 수는 없다. 사교육 업자들은 이익이 상충될 경우 주저 없이 학생들을 희생시킨다. 사교육 업자는 말 그대로 사교육 업자이기 때문이다. 한 번 물어 보자. 학습이 궤도에 올랐다고 학원을 그만 다녀도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중학생들에게 토익 시험을 보도록 유도하는 영어 학원도 있다고 들었다. 그들에게 긴급하지 않은 시험을 보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말이 나온 김에 사교육 업자들의 행태를 몇 가지 보여주고자 한다. 학원가에서는 ‘재정 위원’이라는 말이 있다. 학습의 능력도, 의욕도 없이 꼬박꼬박 수강료를 납부하는 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몸으로 때운다’는 말도 있다. 정체된 성적을 향상시킬 수 없는 경우 사교육 업자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열심히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충을 많이 한다고 학부모들은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을 알고 보면 그렇게 좋아할 일은 아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단지 참고 자료인 교육청 학력 평가 문제지를 사전에 입수하기 위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 교육이 난마처럼 얽히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교육 소비자들의 탐욕 때문이다. 그들의 입장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교육 소비자들의 탐욕은 지나친 면이 있다. 학생의 의사와 자질을 파악하여 진로를 결정하는 최종 책임은 학생과 부모에게 있다. 이 과정은 끊임없는 성찰과 진지한 대화를 요구한다. 성찰이 결여된 피상적인 대화는 탐욕을 낳는다. 왜냐하면 희망 사항을 숙고를 거친 합당한 결론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탐욕은 정상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그 옆에는 사교육 업자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표현이 허용될지 모르겠으나 사기와 협잡은 말기 암 환자에게 가장 잘 통한다고 알고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대중사회이다. 대중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론가들은 대중사회에서의 개인은 대중과 유리된 행동을 금기시하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을 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항상 불안해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들고 있다. 에리히 프롬은 이런 특징에 주목하여 대중사회의 개인을『자동인형』이라고 표현한다. 대중사회 이론은 소비 행태를 살펴보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재화를 구입할 때 제품의 질이나 가격을 찬찬히 따져보는 대신 유명한 제품을 먼저 떠올리고 그것을 구입하는 것을 안전하게 생각한다.

 

4.

공교육은 교육 소비자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으므로 공교육이 있는 곳에는 사교육이 있을 수밖에 없다. 수영을 배우고 싶으면 수영 강습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교육의 긍정적인 기능은 공교육이 담당할 수 없는 교육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의 입학이라는 특수한 욕구의 충족을 공교육에 요구하고 있으며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공교육이 감당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교육을 불신하면서 신뢰성에서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사교육을 그것도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신뢰하는 가치전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능은 학문을 기본으로 하며 수능에서 요구하는 학문의 수준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공교육도 수능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학습은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학습 능력이든지 꾸준히 노력하는 학습 태도, 두 가지 중 한 가지 자질은 갖추어야 한다. 수능에서 요구하는 자질은 뛰어난 학습 능력보다는 꾸준히 학습하는 태도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은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사교육에 의지하면서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휜다는 교육 소비자들의 불평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불만족한 교육 현실에 대해 공교육 공급자와 정책 당국자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하여 교육 소비자의 책임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교육이 만연하는 현상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불만족한 현실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는 쉬운 일이다. 현명한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내가 알기로는 학원에 다니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시간 낭비, 돈 낭비 그리고 바보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http://cafe.daum.net/eonzz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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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4.18 12:07 AM (124.53.xxx.58)

    저역시도 사교육없는 사회에서 얘들을 키우고싶은데 ...엄마들이 변해야 되겠지요 노력해 볼랍니다 .
    좋은글 감사 합니다.

  • 2. 공감
    '12.4.18 12:44 AM (110.14.xxx.99)

    많은 부분 공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 여전히 불안해 합니다.

  • 3. ..
    '12.4.18 2:16 AM (75.1.xxx.125)

    수능전이나 수능후에
    학원 관계자가 뉴스에 나와
    점수에 관해 얘기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여~ㅋㅋㅋ

  • 4. 키키
    '12.4.18 11:03 AM (64.139.xxx.222)

    정말 학원땜 부부싸움 많이 합니다
    경제적인 것이 우선적인 이유이지만
    내가 학원을 대표하는것도 아니고
    이렇게 남편하고 싸워야 되나 솔직 저 자신이 웃깁니다
    아이들은 옆에서 조용히 있고요 불똥 튈까봐!!!
    생활비 에서 학원비가 점점 더 많이 들어가는 현실이 두렵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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