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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도 통번역사인데 언어능력은 부수적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조회수 : 4,575
작성일 : 2012-03-19 10:50:48

저는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2학년까지 외국 학교를 다녔어요.

그 전에는 알파벳도 몰랐고요.

그리고 중고등학교 대학교 다 한국에서 다녔고 외대 통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하기 전에는 영어소설만 좀 봤지 테이프 하나 안 들었어요.

저희때는 외국에서 왔다고 선생님이 교과서 읽어보라고 했을때 발음 너무 좋으면(?) 좀 야유하는 분위기였거든요.

저도 사실 통번역을 하고 싶지 않고 예를 들면 엔지니어인데 영어를 잘하는 사람, 디자이너인데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더 멋있다고 생각했고요.  

 

제 동생은 유치원-초3, 중1-고1까지 외국학교를 다녔어요. 말하자면 영유를 나온거죠. 그런데 제 동생은 저보다 영어, 한국어 다 떨어져요.  

남자애라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보면 제가 확실히 말/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좋아요.

 

저는 어쩌면 과독서증 (hyperlexia)였을지도 모르겠어요.

두돌에 글을 읽었고 선후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친구가 없으니 책을 읽었고 책만 읽다보니 친구가 더 없고... 했어요. 고무줄놀이도 못하고 공기도 못해요.

하지만 그러다보니 속독을 잘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텍스트가 현실세계보다 좋으니까 텍스트에 집착하게 되었어요. 청소년기에는 중2병에 걸려서 어머, 논노? 난 논어 읽어. 너 자본론 모름? 영어로 읽어보려고 해. 하면서 학교에 하나씩 있는 좀 이상한 아이가 되었고요.  

그래서 사실, 수능 체제가 유리했어요.

언어랑 외국어는 그냥 풀어도 거의 틀린적이 없어요. 나머지 사회, 과학탐구는 대략 왔다갔다 하면서 얻어들은 걸로 추측해서 풀면 80% 정도는 정답... 자세히 아는건 하나도 없는데도요.

그래서 "공부 안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처럼 보였던 거 같아요.

최상위권은 아니었어요. 수학이 50% 수준이었거든요. 80점 만점에 좀 잘 찍으면 5-60점, 못보면 40점대.

 

저한테 있는건 속독과 문맥 파악 능력, 추리능력이었던 거죠.

없는건 확실한 과목별 지식, 심층적인 내용 이해, 앉아서 진득하게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능력.

그런데 속독하고, 때려맞추는걸 잘하는건 거기까지라고 생각해요. 말/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지만,

그건 베이스고 사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해요.

통번역사가 될거면 말/글을 이해하는 능력만 탁월하면 되겠지요.

하지만 저도 저희 딸이 통역사가 되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통역사를 고용하는 전문가가 되었으면 하거든요.

오히려 언어능력이 저보다 떨어졌지만 이해력, 문제해결능력이 좋았던 제 동생이 나중에는 저보다 학업성적이 좋았어요.

걔는 공부를 하고 그걸 바탕으로 문제를 풀었고 간혹 서술형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서 겪었던 어려움은 몇번 유사한 경험을 하면서 쉽게 해결될수 있었거든요.

언어는 그저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야의 유일무이한 전문가라면, 영어쯤 못해도 모셔갈 사람이 넘쳐나는 거고

솔직히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될 정도의 지능이면 외국어는 필요할때 필요한 만큼 습득하는게 전혀 어렵지 않을거라 봐요.  

그리고 이건 제가 요새 주변 아기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인데, 언어든 공간지각이든 모든 능력이 어느정도는 태생적이지 않나 해요.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우리 아이가 어떤 성향으로 태어났는지 이 아이의 소질이 뭔지 빨리 파악하고 계발하도록 조력하는 정도? 없는 소질을 만들기도 힘들거니와 있는 소질을 사장시키기도 힘들지 않나, 부모의 역할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고 있어요.
IP : 199.43.xxx.124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3.19 10:54 AM (119.71.xxx.179)

    언어는 그저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2222

  • 2. 글쎼요
    '12.3.19 10:58 AM (175.253.xxx.199)

    틀린 말은 아닌데요,
    통역사 고용할 정도의 전문적인 사업가나
    어느 분야에서 유일무이한 전문인
    대체불가능할정도로 모두가 모셔가야할 영어를 못해도 전혀 상관없는 전문인은
    요즈음엔 영어해독력이 없이는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가장 고급하고 시대를 앞서가고 이른바 돈이라는 구체적인 소득으로 연결될수 있는 정보들의 80-90%는 영어로 되어있고,
    어떤 학문분야나 기술분야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가면 영어로 된 자료를 안보고는
    아무래도 상위 10%정도내의 전문가는 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무슨 한국전통 무형문화재 될것이 아니라면.

    영어가 좋던 싫던
    도구로써 영어는 습득해야하고
    내가 필요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써먹어야 하는 시대라고 봐요.
    물론 영어공부만을 위한 영어공부는 필요없구요.

  • 3. 패랭이꽃
    '12.3.19 11:02 AM (190.48.xxx.253)

    가장 고급하고 시대를 앞서가고 이른바 돈이라는 구체적인 소득으로 연결될수 있는 정보들의 80-90%는 영어로 되어있고,
    어떤 학문분야나 기술분야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가면 영어로 된 자료를 안보고는
    아무래도 상위 10%정도내의 전문가는 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무슨 한국전통 무형문화재 될것이 아니라면.222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언어는 모든 것의 축약이죠.

  • 4. ..
    '12.3.19 11:07 AM (121.151.xxx.49)

    난 가끔 영재인 내아이를 둔재로 바꾸고 있는 건 아닌가?

    항상 고민하고 있지만, 타고난 소질과 능력을 개발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그걸 알아봐주고, 꾸준히 서포팅해주는게 참 어렵습니다..

  • 5. 글쎄요
    '12.3.19 11:10 AM (175.253.xxx.199)

    영어로 된 자료나 정보는 미국이나 영국사람만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고
    유럽 아시아등 모든 대륙사람들이 만드는
    과학저널, 전문적인 분야들의 전문서적 모두 영어라는 도구로 시시각각 아니 분초단위로 업데이트 되고 있잖아요.

    어느 분야의 원론서적 정도만 보고 배울것이 아니라면
    전문 통번역사 옆에 24시간 상주시킬수도 없고
    자신 스스로 정보를 빨리빨리 습득할수 있는 도구로서 영어는 정말 필수라고 봐요.

    우리나라의 영어교육문제는
    영어가 업무수행이나 일상생활이나 학문습득이나 기술발달에
    전혀 불필요한 사람들까지
    너무 어처구니 없이 많은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영어에 들이고 있다는 점이지
    영어는 정말이지 중요한 도구이상의 기본기라고 봅니다.

  • 6.
    '12.3.19 11:11 AM (199.43.xxx.124)

    맞아요.

    제 예전 남친이 전기공학 분야에서 똑똑한 아이였는데
    진짜 촌에서 영어는 성문종합 보고 해서 전혀 회화 못하는 애였거든요.
    해외여행가면 말을 못한다고... 못 알아듣는다고 걱정하고 했었어요.

    한국에서 박사과정 다니고 있었고... 근데 걔네 학교에서 다 한국사람이지만 연습삼아 자기 분야 세미나 같은거 영어로 해요.
    영어로 쓴 논문, 봐달라고 저한테 가지고 왔을때 물론 작은 문법적 실수가 있었지만 저는 정말 경탄했지요.
    그래 똑똑한 애들은 언어 문제는 별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특별히 막 "영어공부"한게 아니라 그냥 학부때부터 영어로 된 책으로 하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된 거지요.
    이걸 어릴때부터 언어가 중요해, 영어를 배워야해, 할 필요는 없는 문제구나.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7. jk
    '12.3.19 11:13 AM (115.138.xxx.67)

    에휴........ 이건 뭐.......

    동문서답도 쫌 심하시네효....

    여기분들 중에서 영어가 좋아서 혹은 영어를 정말 잘해야 해서 혹은 그걸로 밥벌어먹고 살아서 영어 잘할려는 사람들 없어요.

    영어가 대학가는데 중요하고 주요과목중 하나이기 때문에 잘할려는 것 뿐임.

    다시 말해서 언어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영어 잘할려고 하는게 아닌데
    왜 엉뚱한 얘기를 하시는건지 모르겠다능...

    막말로 걍 수능 외국어 성적하고 토익성적만 대충 잘 나오면 ok인 분들이 대부분임.

  • 8. 봄봄
    '12.3.19 11:14 AM (112.152.xxx.51)

    요즘 영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네요.
    저희 아이도 통변역사를 꿈꾸고 있는지라 관심있게 읽어보았습니다.
    저희 아이한테도 참고 삼아 읽어보라고 해야겠네요.

  • 9. jk
    '12.3.19 11:18 AM (115.138.xxx.67)

    과학저널, 전문적인 분야들의 전문서적 모두 영어라는 도구로 시시각각 아니 분초단위로 업데이트 되고 있잖아요.
    과학저널, 전문적인 분야들의 전문서적 모두 영어라는 도구로 시시각각 아니 분초단위로 업데이트 되고 있잖아요.
    과학저널, 전문적인 분야들의 전문서적 모두 영어라는 도구로 시시각각 아니 분초단위로 업데이트 되고 있잖아요.
    과학저널, 전문적인 분야들의 전문서적 모두 영어라는 도구로 시시각각 아니 분초단위로 업데이트 되고 있잖아요.
    과학저널, 전문적인 분야들의 전문서적 모두 영어라는 도구로 시시각각 아니 분초단위로 업데이트 되고 있잖아요.


    아뇨...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전체 과학에서나 그렇지 자신과 관계가 있는 특정분야의 경우 새로운 전문서적이나 논문은 정말 가끔씩 나올 뿐이죠.

  • 10. 글쎄요
    '12.3.19 2:00 PM (125.152.xxx.41)

    jk님!!
    꼭 전문서적이라기 보다는
    그냥 해당 전문분야의 관련지식이 분초단위로 업데이트 되는 거라고
    이해해주세요.

  • 11. 쩝..
    '12.3.19 9:05 PM (218.234.xxx.32)

    저는 제가 하는 분야의 영어 원서는 거의 직독직해입니다. .. 원문을 번역해서 보고서로 만드는 건 남들도 인정할 정도... 그런데 리스닝 안되고 회화? 더 안됩니다.... 쩝.. 물론 아쉽죠. 내가 영어 회화를 잘해서 해외 출장 가서 직접 내가 듣고 질문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 중간에 통역사를 거치는 건 확실히 좀 별로더군요.. 그리고 통역사들도 이 분야의 지식이 없으니 통역을 제대로 못해주고요. - 그래서 통역사들은 하루 전날 모여서 고용주(기업)과 몇시간씩 미팅/학습을 하더군요.

    암튼, 전문 분야에서 원서로 된 책 읽고 이해하는 것과 영어대화는 다르다고요. 그리고 영어대화만 잘하는 사람이 전문 분야의 원서는 이해 못하는 경우 많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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