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에서 그냥 긁어온 관계로 말투가 심히 방자하옵니다.
널리 양해를.....
이어서 도시락 시리즈.
딸래미가 도시락 싸간지 한달 정도 되었는데 에미의 뇌구조는 99.99퍼센트 도시락에 관한걸로 꽉 차있고 나머지 0.11 퍼센트의 까만점 정도로 나머지 생활에 대한 관심이 자리잡고 있다.
뇌구조가 도시락 100퍼센트로 단일화 되는 날 쯤 너 이제부터 급식 먹어!!!! 라며 절규할것 같다.
참치 야채전 호박전 오징어 볶음 단무지. 이날 비쥬얼이 가장 맘에 든다.
(아, 내 도시락 싸기의 포인트 중 가장 중요한건... 균형잡힌 영양가....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게.... 깔맞춤이다.
스페니쉬 오믈렛, 무말랭이, 멸치볶음, 그리고 안어울리는 단호박 식빵으로 만든 참치 샌드위치.
전날 간식으로 참치 샌드위치를 만들어줬는데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담날 도시락에 반쪽을 넣어줬더니만, 자기는 참치 샌드위치를 싫어한댄다. 아니, 그 전날 열화와 같은 성원은 뭐였어 ...... 라고 했더니만, 참치 샌드위치를 좋아한건 자기가 아니라 동생이었단다 .... 아, 미안하다, 자식이 너무 많아서 헷갈렸다.
쇠고기 달걀 장조림, 무말랭이, 우거지 된장 조림. 무척 토속적이었다 이날.
안먹고 올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 먹고 왔다.
닭봉구이, 오뎅볶음, 무말랭이... 무말랭이 한통 만들어놓은걸로 이번주 퇴를 냈다.
한 이삼일 비쥬얼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깔맞춤도 엉망이고.
자존심이 상해서 키톡을 이잡듯이 뒤져 나름 화려해보이면서 쉬워 보이는 메뉴를 선정했다.
베이컨 감자말이, 팟퐁타이(평소엔 간장 간을 하는데 비쥬얼을 생각해 소금간을 했다!!), 그리고 지겨운 무말랭이. 사실 집에서 베이컨 햄 이런거 잘 안먹이고 베이컨 감자말이도 처음 해본거라 맛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무지무지 맛있었댄다. 더 해달란다.... 그건 좀 곤란한데....
간만에 맘에 드는 깔맞춤. 제육볶음, 시금치 들깨가루 무침, 계란 말이, 깍두기.
딸뇬이 특이한걸 해달래서 이날은 샌드위치 도시락을 쌌다. (이제 저절로 뇬 소리가 나온다....)
지난번에 자신은 열화와 같은 성원의 주인공이 아니었다고 반항했지만 샌드위치를 한가지만 싸는건 내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는 관계로 어쨌든 두가지를 준비했다.
지난번엔 단호박 넣은 빵이라서 때깔이 고왔는데... 이번 빵은 그냥 평범한 거라 색깔이 영....
참치 샌드위치는 참치에서 기름을 꼭 짜고 양파를 얇게 썰어 물에 한두시간 담근 후 물을 꼭 자고 사과를 잘게 썰어 이것들을 약간의 마요네즈에 무친 후 빵 사이에 두툼하게 넣는 것이다. 사과가 들어가서 달콤하고 양파가 들어가서 깔끔하다. 한마디로 디게 맛있다. 그담은 햄과 계란 후라이 그리고 야채를 넣고 토마토 케첩과 머스타드 소스를 넣은 샌드위치다. 근데 사실 내용이 중요한게 아니고.. 아니고....저 빵이, 저 빵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까 말이다....
난 풀먼식빵 틀을 안갖고 있다. 근데 샌드위치를 깔끔하게 만드려면 네모반듯한 샌드위치 식빵이 필요하다. 근데 난 그 틀이 없다. 하지만 난 네모난 빵이 필요했다. 근데 틀이 없다.... 그래서, 일반 식빵 틀 위에 쟁반을 덮어 구우면 되겠지... 하고 시작을 했는데, 알고보니 쟁반이 오븐에 안들어가는거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작은 나무 도마에 쿠킹 호일을 씌워 뚜껑으로 덮었다. 음하하... 난 정말 똑똑하다. 근데 이런 줸장할...... 도마가 너무 작은거다. 그래서 도마가 덮지 못하는 부분은 쿠킹호일로 단단히 감싸고 나머지 부분만 도마를 덮었다. 그렇게 반죽을 오븐에 넣고 5분이 지나지 않아서.......
들여다봤더니... 세상에 반죽이 그 무거운 나무도마를 들고 일어서고 있는 것이었다.
박달나무인지 오동나무인지 꽤 묵직한 도마였는데....
오, 빵 힘 세다!!
우야뜬동..... 중간에 오븐 문 열고 접시로 꾹 눌러주니 내려가기는 내려가길래 딴일 보고 있는데..... 잠시 뒤에 가보면 또 불끈 도마를 들고 일어서는 반죽이 보이고.... 그래서 접시로 또 눌러주고..... 할 수 없이 나중에는 빵틀을 뒤집어 엎어 놨다. 지가 설마 거대한 빵틀을 들고 일어나기야 하겠어?
그랬더니 일어나지는 않는데... 밑으로 내려오더라.....ㅠㅠㅠㅠㅠㅠ
우야뜬동 온갖 생쑈를 하고서 완성된 풀먼식빵이다.
한국가면 당장 풀먼식빵틀 하나 장만해야겠다.
과정은 지난하고 신산스러웠으나 결과는 창대하지 않은가?
나름 풀먼 같지 않은가?
그렇다..... 라고 혼자 대답해본다.
난 정말 훌륭하다.
요렇게 짤라놓고 보니 더욱 사랑스럽다.
마치 애벌레같잖어....
누가 만들었는지 그 풀먼 식빵 단면 참 알흠답네.....
이렇게 만든 빵으로, 그 다음날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줬다는 그런 이야기를... 참 길게도 썼다.
늙으니까.... 말이 많아진다.
이것은 따끈한 어제 아침 도시락.
오징어 넣은 파전, 소세지 야채 볶음 위에 케찹과 머스타드 뿌린거...(내가 생각했던 비쥬얼은 이게 아닌데... 망했다.), 무말랭이...(드디어 다 먹었다), 그리고 우엉멸치조림.
내가 방콕에서 가장 좋아하는건 바로 이 석양이다.
우리집 베란다에서 저녁 6시-7시 사이에 내다보면 어김없이 저런 하늘이 보인다.
실제는 더 불타는 색깔인데.... 파란 구름과 빨간 노을의 깔맞춤이... 아주 장관이다.
음, 오늘은 깔맞춤으로 시작해 깔맞춤으로 끝나는것 같다.
뭐, 어쨌거나 나는 훌륭하다.
여전히, 도시락을 쌀 수 있어.... 행복... 조금 하니까.
아 딸아, 너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을래......
날마다 부모은중경을 외우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