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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이삿짐 정리하다...

| 조회수 : 9,852 | 추천수 : 2
작성일 : 2012-02-29 15:06:33

시간이 빠르다면 참...빠른...

결혼해서 17년을 어머님과 살면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불호청 빨고 8 개월 조산 후 추적이는 여름비 내리던 창밖으로 뛰어 내리고도 싶었구요...

새삼 콧등이 시큰하네요...

병원에서 병원비 걱정하시는 어머님도...

무뚝뚝한 남편도 원망스러웠고..

속상한 맘에 먹지도 않고 잠도 부족해 젖이 돌지 않아

미숙아분유 먹이다 모유수유도 한달 만에 접었었습니다

한달 내 내리던 장맛비에 기저귀가 마르지 않아 종이기저귀 한 팩 사오다 어머님께 들켜

두 시간을 꿇어 앉아 혼이나고...

어머님이 주무시는 새벽에 아기업고 젖병과 우윳병을 삶아 소독하고...

삶다 죽은 조상이 있냐고 하셔서요....훌 쩍...

젖병 5개와 병원서 받은 미니젖병 두 개로 둘을 키웠습니다

저도 아직 철이 없던 나이라 어머님 눈에 차지 않는 며느리였겠지만..

제겐 그저 이유없는...적어도 제 생각엔...

남편이 방문을 닫다 조금만 소리가 나도...니가 뭐라 했길래 애비가 나한테 성질을 부리냐고..

편찮으실 때도 딸보다는 저를 찾으셨지만

돌아가실 때까지 어머님은 저에게 따뜻한 말씀 한 마디 없었습니다

2009년 여름 파킨슨병과 치매로 고생하시다 어머님은 돌아가셨습니다

항상 긴장되고 날선 시간을 보내다 49재 마치고는 한 동안 시름거렸습니다

초겨울즈음...집정리를 하면서 어머님의 짐정리를 덤덤히 모두 치웠답니다

씽크대엔 어머님이 쓰시던 그릇들만 놓아두게 하셨었습니다

제가 결혼 때 가져온 그릇과 냄비들은 다락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시이모님댁으로...

이번에 이사를 하게 되면서 짐정리를 하다보니...

저는 얼굴도 못뵌...아주 인자하셨다는 아버님이 쓰시던 다기같은 그릇...
아버님이 편지를 읽으시거나 서류 정리하실 때..종이 누름 용도로 쓰셨던..
주먹만한 크기에 손잡이를 잡아보니 제 손안에 쏘옥 들어옵니다
이제 저의 가계부와 함께 할겁니다

아주 크고 두꺼운 스텐 주발세트인데요
광택도 여전하고 무게와 크기가 상당합니다
두껑은 아마도 제가 버린 것 같습니다...
다섯 벌이 있는데...
나물들 담아도 나름 괜찮을거 같네요
또 다른..
바닥을 보니 행남사라 되어 있는데...
이 또한 크가가 대단합니다..예전의 밥심이 느껴집니다

두 벌이 있는데요..
이번 여름이면 어머님 세 번째 기일이 다가옵니다
뫼그릇과 탕그릇으로 쓰려구요...
제가 집정리할 때 거들던 남편이 씽크대에 넣어 두었든가 봅니다...
추운 겨울 바닷가에서 파래뜯고 김 뜯어 장만하셨던 그릇들 같습니다
미움과 원망이라기보다 서운함이 많았었는데..
이제 저도 철이 들어가는지...
대게를 봐도 어머님 대게 아주 좋아하셨는데...생각나고
인절미를 봐도 찰떡 좋아하시던 어머님 생각이 나고...
바닷가 비릿한 생선을 봐도 비린거 좋아하시던 어머님 생각이 나고....
아릿.....합니다
다리 주물러 드린다고 슬쩍 다가가면 귀찮다고마...하시던...
딸 아들에게도 곁은 주시지 않아 늘 외로워 보이셨는데...
지금은 아버님과 잘 계시겠지요..
하...주절주절 주저리가 길었습니다... 
이제 저도 아들 둘을 키우니 며느리 맞겠지요?
어머님께 못다한 애교..며느리에게 해보려구요...받아만 준다면요^^;;
※뭘 잘못 눌렀는지 댓글달다 날려버려 다시 쓰긴 했는데..정신이 없네요...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푸른초원위에
    '12.2.29 4:46 PM

    제 마음이 다 아려오네요...
    하지만 미운정이 많이 드셨을것 같아요.
    효도는 참을 인 같아요

  • 푸른두이파리
    '12.3.1 11:08 AM

    저는 어머님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외롭게 사셨거든요
    딸 아들에게도 곁을 잘 안주셨으니..

  • 푸른두이파리
    '12.3.1 11:11 AM

    사진을 넘 대충 찍은거 같네요

  • 2. 새색시사과
    '12.2.29 5:52 PM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어쩌면 글이 맛깔스러우신지 아마도 쉽지많은 않았던 시간을 통해 단단해진 진심이 있어서겠지요 착하고 맘씨고운 며느님 맞이하시길 미리 바래봅니다.

  • 푸른두이파리
    '12.3.1 11:14 AM

    쑥스럽지만 제 나름 노력한다고 해도 첨엔 생속이라 그렇죠..혼자 맘 많이 아파 했습니다..

  • 3. 콩새사랑
    '12.2.29 8:13 PM

    예전에 힘들었던이야기를 주절주절 읊고있는거보니~ 나이드시나 봅니다

  • 푸른두이파리
    '12.3.1 11:15 AM

    그러게요..저도 느끼고 있어요
    그동안은 누구에게도 말을 안했으니까요
    저를 안쓰럽게 보는게 젤 싫었거든요

  • 4. 고독은 나의 힘
    '12.2.29 11:59 PM

    17년 동안 어머니 모시느라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을지

    글에서 다 녹아납니다.

    살돋이벤트의 글들 하나하나가 모두 사연이 있어서 코끝이 찡한 글들이네요..

  • 푸른두이파리
    '12.3.1 11:29 AM

    너무 주절거린거 같아 지울까도 생각했네요..;;

  • 5. J
    '12.3.1 9:59 AM

    어려운 시간 잘 견뎌내시고 이제는 편안한 맘이신듯 합니다.
    묵직한 스텐 그릇은 요즘은 없는듯해요 .외가에도 저런 묵직한 스텐그릇이 세트로 있어 여쭈어보니
    예전에 계 에서 맞추셨다고 하시더라구요

  • 푸른두이파리
    '12.3.1 11:32 AM

    어머님도 계를 하셨거나 추운바닷가서 파래와 김을 뜯어 장만하셨을거 같아요
    맘이 아련하네요..

  • 6. 파워비타민
    '12.3.5 5:21 PM

    대단하십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씀만 나오네요.. 그 시간동안의 인내가.

    이쁘고 맘 좋은 다정한 며느리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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