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방콕입니다.
딸래미가 학교 급식 맛없다고 도시락 싸달랍니다.
그래서 도시락 싸주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재미있습니다.
평소 먹는 양 보다 밥을 살짝 더 싸주는데 싹삭 비워 옵니다.
도시락을 싸가니 점심시간이 즐겁답니다.
웬수같은 지지배 ㅠㅠㅠㅠㅠ
저도 행복합니다.
현미밥 김치군만두 무생채 무나물 장조림 밥에는 김가루 살짝 뿌렸군요.
현미밥 멸치조림 양념장 올린 구운 두부 시금치 무침 무생채 장조림
흰밥 먹겠다고 앙탈을 부려서 흰쌀밥, 제육 쭈꾸미 볶음 부추계란말이 현석마미 장아찌.
흰쌀밥에 부추전 떡갈비 시금치 김치.
처음에는 김치 같은거 싸가면 냄새날까 걱정돼서 안싸줬는데,
인터스쿨이라해도 어차피 급식은 거의 태국식으로 나오고
태국 음식 솔직히 말해 우리음식 보다 냄새 더 심하고....
그래서 맘 놓고 싸주고 있어요.
딸래미도 별 말 없네요.
잡채군만두 스페니쉬 오믈렛 주먹밥 단무지.
이날 도시락이 최고로 맛있었댑니다.
스페니쉬 오믈렛은 감자와 양파 계란만 넣고 만들어요. 저도 참 좋아하는 메뉴죠.
현미밥 불고기 우엉조림 오뎅볶음 팟퐁타이(태국식 모닝글로리 볶음) 김치.
흰밥 멸치볶음 돼지고기 장조림 무나물 김치볶음.
현미밥 제육와인찜 무말랭이 구색 맞추기 위한 오이.
뚜껑을 덮어서.....
보온주머니에 담아서 보냅니다.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전 도시락 싸는게 좋아서 애들 방학이 싫은 엄마입니다.....
어디 장한 어머니 상 주는데 없나요....
푸하하....
다음은 우리집 주방 이야기.
결혼 후 제 로망이 방문 문짝처럼 크고 긴 식탁이었습니다.
서울 살 땐 언감생심 꿈도 못꿨습니다.
좁은 집에 방문처럼 크고 긴 식탁을 놓으면 식탁이 베란다 밖으로 튀어나가기 때문에요.
그러다....
방콕와서 이집에 들어오니.....
식탁이 어마어마 했습니다.
엄청 큽니다....
의자를 붙여 앉으면 열명까지 충분히 앉습니다.
아...
전 드디어 평생 로망이었던 엄청 큰 식탁을 갖게 됐습니다.
근데 역시 모든 소망이 한꺼번에 다 이루어지기는 어려운가봅니다.
크긴 큰데 길지가 않고 둥급니다.
녜.... 중국식당에 있는..... 가운데가 휭휭 돌아가는.... 원형식탁입니다.
문제는......
가족들이 저 식탁 사방에 한방향씩 차지하고 앉았을 때 중앙에 손이 안닿는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물론 팔 짧은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원형식탁 한쪽에 반찬을 몰아놓고....
메인메뉴는 어쩔 수 없이 둘로 나눠 양끝에 놓고....
의자도 다닥다닥 붙여 놓고.....
가운데 애들은 상관없으나 양쪽 가의 에미애비는 너무나 불편하고 또 불편한 자세로....
식사를 합니다.
그나마 영감탱이 팔이 좀 길어서 제 쪽으로 좀 더 치우치게 접시를 놓으니 다행입니다.
반찬이 많으면 많을 수록 양끝의 사람들은 힘듭니다.
그래서.... 반찬 많이 안합니다.
푸하하.
그러나 그렇게 해서도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니.....
이렇게 샤부샤부를 해먹는 날입니다.
가스버너를 식탁 한쪽에 올리면 가운데 앉은 애들은 불도 너무 가깝고....
가운데 돌아가는 회전판에 올리자니.....
안그래도 높은식탁... 서서 먹어야할 판이고....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먹었습니다.
거실바닥에 신문지 깔고 먹었어요.
방학이라 주리가 틀리는 막내는 설거지를 하고 싶답니다.
맘대로 하라고 했더니 프라이팬 닦으며 행복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