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 목 : [내가 만난 문재인 - ①] 내 차는 어쩌라고!

moonriver | 조회수 : 2,113
작성일 : 2012-02-24 15:57:36

내 차는 어쩌라고!

 -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더니…





 십 수 년 전 일이다. 우리는 그때 취미 생활로 가끔 함께 스킨 스쿠버를 즐기곤 했다. 이젠 아주 유명한 사진이 되었거니와, 문재인 변호사가 특전사 공수부대 시절 베레모 삐딱하게 쓰고 낙하장비를 든 채 눈 딱 부라리고 정면을 응시하는 ‘폭풍 간지’가 흐르는 사진을 보신 적 있으리라. 그 사진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문 변호사는 스킨 스쿠버 실력도 아주 수준급이었다. 특히 산소통을 메지 않고 자연 호흡만으로 잠수하는 스킨에 특히 강했다. 보통 사람들은 그걸 한 20분만 하면 지쳐 나가떨어지기 일쑤지만 그는 좀처럼 지치지 않는 강골이었다. 


 그날 우리는 거제도의 한 입수 포인트를 향해 가는 중이었다. 우리 일행은 차 두 대에 나눠 탔는데 내가 모는 차에 탄 사람은 문 변호사, 이창수 씨, 그리고 나. 함께 놀러가는 차 안의 풍경이야 뭐 두 말할 것도 없이 들뜬 분위기 일색, 무슨 사고가 나리라고는 티끌만큼이라도 짐작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사고는 꼭 그럴 때 나는 법. 


거제도 내의 어느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중에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차가 중앙선을 넘어 우리가 탄 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차는 한 방 크게 먹어버렸다. 멀쩡히 제 차선 지키며 얌전히 가던 차를 맞은편에서 중앙선 넘어와서 박은 사고로 백 프로 상대방 과실이었다. 


 “저노무 시키, 뭘 잘 못 먹었나, 중앙선을 저거 집 안방 문지방 넘듯이 넘어야?”


 과실 책임이 저쪽에 있다는 것이 분명할 때 이쪽 목소리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 나는 목과 허리를 연신 주무르며 차에서 내렸다.


 “여보시요! 아니 무슨 운전을 그 따우로 해! 남의 마누라 과부 만들라꼬 이라요! 참말로 사람 잡을 양반이네!”


 저쪽 차에서 내린 사람은 그야말로 혼비백산 제 정신이 아닌 듯했다. 처음에는 어버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명명백백한 피해자의 입장을 십분 활용할 심산이었다. 보험으로 처리할 것은 당연히 그리 할 것이며 보험으로 커버 되지 않는 피해에 대해서도 당연히 보상 받아야 할 터. 


 “우짤끼요? 버벅 거리지만 말고 말을 해 보소, 말을!”

 “그게 아니고, 우리가 지금 낚시를 가는데….”


 거의 횡설수설인 그 사람의 말을 어렵게 종합해 보니 사정이 이랬다. 



 - 대우조선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인 그가,

 - 갓 결혼한 아내와 친구 두 명과 함께,

 - 갓 딴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 갓 산 첫 차(비록 중고이긴 하지만)를 몰고 낚시를 가다가,

 - 갓 시작한 운전이 너무 서툴러… 박았노라. 



그러니까 그는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혼의 생초보운전자였던 것이다.


 한데 매우 안타깝게도 내 차의 상태는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 왼쪽 앞바퀴를 심하게 부딪친 탓에 차의 프레임이 틀어져버려 이걸 어찌 바로 잡는다 해도 완전한 복구는 불가능해서 계속 운행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 즉 이 말은 차를 새로 뽑으란 소리와 다름없었다. 완전히 새 차는 아니었지만 멀쩡히 잘 굴러가던 애마 엘란트라를 버리란 소리였다.


 그러기로 했다. 그리고 새로 살 차의 대금은 당연히 가해자 쪽에서 받으려 했다. 그런데….


 “거…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사람 사회 초년생인 모양이던데…더구나 최근에 결혼했다면 무슨 돈이 있겠나? 있는 것, 없는 것 다 털어 넣었겠지. 억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형편 나은 자네가 인생 후배한테 부조한 셈 치고 고마 넘어가지…. 살다보면 손해 보는 일도 더러 생기는 거라 생각하시고….”  


 문재인 변호사의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돈을 받아내기 위해 한참 어린 친구를 그악스럽게 몰아댈 자신이 없어졌다. 그의 말대로 인생에선 더러 손해 보는 일도 생기는 법이며  내가 입은 손해와, 알게 모르게 내가 남에게 입히는 손해가 서로 상쇄되면서 굴러가는 게 인생사란 걸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일을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한편 새삼스레 좀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 돈은 내가 들였는데 왜 문 변호사만 근사해 보이냐고?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 딱 그 짝이네. 에라, 그때 못한 말 지금이라도 한 마디 해야 속이 시원하겠다.


 “문 선배, 내 차는 어쩌라고!” 

       



   


- 배경조(문재인 변호사 고등학교 후배)



http://www.moonriver.or.kr/Moon/board_view.php?start=0&pri_no=1999999849&boar...

IP : 183.100.xxx.68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거친 표현, 욕설 등으로 타인을 불쾌하게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홈페이지
    '12.2.24 4:15 PM (183.100.xxx.68)

    http://www.moonriver.or.kr

    문재인님 홈피가 생겼더라구요, 거기서 가져왔습니다.

  • 2. 홈피
    '12.2.24 4:42 PM (221.151.xxx.170)

    홈피 다녀왔어요. 고맙습니다.

  • 3. ~~
    '12.2.24 5:28 PM (125.187.xxx.175)

    즐겨찾기 했어요. 트친이기도 한데, 이 분 글이나 사진 올라오면 참 좋아요.
    진실하고 반듯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져서 찍찍이 때문에 다친 몸과 영혼이 정화됩니다.

  • 4. 쟈크라깡
    '12.2.24 11:50 PM (121.129.xxx.75)

    두 분다 대인배.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25464 홈쇼핑 방송에서 쭈꾸미 ㅇㅇ 19:34:26 2
1225463 강경화 장관 ㅋㅋ.jpg (feat. 볼튼) 멋짐폭발 19:32:40 153
1225462 강경화 장관 지금 영화 찍나요?? 2 므흣 19:32:19 116
1225461 살다살다 종편지기 박종진을 응원하게 될 줄이야. 참내 19:30:40 70
1225460 재수생엄마입니다. 2 ... 19:29:00 126
1225459 쇼핑몰운영이나 사업하시는분께 질문있어요 딩딩 19:28:27 42
1225458 밴드에 자기 프로필 사진 올리는 법 아시는 분? 3 ? 19:28:06 31
1225457 1만 달러 취재비 요구, TV조선 “충분히 취재해 보도했다” 2 방가조선 19:26:28 224
1225456 다이어트 중인데 저녁 못 먹으니 슬프네요. ㅇㅇ 19:26:20 63
1225455 족발가게 하고있어요.메뉴 선정 도와주세요. 9 족발 19:22:54 223
1225454 제주도분들 요즘 중학남학생 뭐 입히시나요? 수학여행 19:21:55 33
1225453 땅콩네 보고 집구석이 왜 그 모양이냐고 호통친 시민 ㅇㅇ 19:20:30 266
1225452 82쿡님들은 빵냄새 어떤편이세요.?? 전 왜 빵냄새가 싫을까요... 1 .. 19:19:33 155
1225451 비타민 디 먹는 게 어깨 아픈데 효과가 있나요? ㅇㅇ 19:17:39 94
1225450 읍은 본원이 보호하는 후보라는 것 잊으면 안돼요. 아마 19:17:13 93
1225449 사주팔자라는 건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 19:16:34 278
1225448 내일 샌들 신어도 될까요? 4 @@ 19:13:04 361
1225447 마카오 호텔 조식 질문드려요~^^ 1 19:10:54 119
1225446 투표 시작되자 퇴장하는 정의당.jpg 12 만나서더러웠.. 19:10:24 582
1225445 오늘 끼어주기 해 주려 노력하던 트럭 5 엔젠 19:07:14 455
1225444 금리, 환율, 유가.. 이런거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2 ㅇㄹㅇ 19:01:59 119
1225443 낙태가 불법이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왜 해주는 건가요?? 10 궁금이 18:57:33 689
1225442 혐) 페미니스트들이 모였다는 워마드 수준 5 에휴 18:54:16 359
1225441 흰색 원피스를 블랙으로 염색하려고 문의했는데 3 미르언니 18:51:21 599
1225440 방금전 광주 경찰서에서 겪은 일 9 뒤통수 18:50:48 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