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고모님이 서울에 사십니다
어느날 전화가 와서는 규니에미야 한번 들러라 하셨어도
그런가...하며 마음으로 거절했더니 다시한번 전화를 주시고 또주시고
내키지않는 마음으로 면목동이란곳을 갔었습니다
손을 잡으시며 고맙고 미안타 말씀하셔도 그런가보다...햇는데
한참이나 마음열지않는 못난사람을 때마다 챙기십니다
살면 얼마나 살것이냐며
명절 전후로 연락이 오고 또오고 한번 뵙고 나니 딱히 마음을 자를일도 아니다 싶고
어른이 그러시는데 싶어 거절치못하고 다녀오곤했습니다
갈때마다 규니 용돈하라시며 봉투를 몰래 제가방 깊숙이 넣어두시고는
지하철 타는것을 확인하시고는 전화를 주십니다
너무 조금이라 생색내고 못준다 그리알아라...
조금 남은 고구마가루로 묵을 쑵니다
지난추석에도 예외없이 올것이지?하는 전화를 미리 주시더군요
대전서 올라오는 길 미리 다른 약속이 잡혀있어서 마음이 바쁜데 잠시 인사나 드리고싶어
들렀습니다
정말 잠시 앉았다 나오게 되어 얼마나 아쉬워하시던지
집을 나서는데 죄송스럽기가 그지없었습니다
가방을 열고는 또 봉투를 밀어넣으시고는
작은 봉투를 손에 쥐여주시며
자네가 주는거라하고 고모부님을 드리게나 하시는데 얼굴이 확 달아오르더군요
까맣게 봉투생각을 잊고 있다 확인하니
어른이 주시기엔 너무나 큰금액 하루가 지나고 전화를 드렸더니
아이 등록금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태시게나 하십니다
고기를 좋아하실까? 동파육 할겁니다
늘 마음 한쪽이 기울어지듯 무거워지냈습니다
힘들겠다고 언젠가 좋은날 있을거라고 말로만도 감사한데
아들딸들이 주는 용돈을 모아 제게주시니 말입니다
집으로 모셔서 밥한번 지어드리고싶었으나 마음뿐
밖에서 드시는 밥 탐탁잖아하시는 분이시니
마음먹고 짬을 내어 요리를 했습니다
오래된 옛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서러운마음에 눈물 찔끔 보태봅니다
사람이 산다는게 무었일까요
어떻게 살아야 잘산다고 할수있을까요
언제쯤이면 모든사람들이 아 참괜찮구나하고 저를 힘들지않게 바라봐줄까요...
남의 집 주방에서 번잡해질까봐 채소도 미리 손보아서 물기빼놓고
양념장도 만들었습니다
청국장도 끓이려 열치다시마 육수 뽑아
두부넙적하니 썰어넣고 포장하고 양파며 매운고추 파 호박은 따로 썰어 팩에 담았습니다
눈물을 흘려가며 음식을 하다니 코메디입니다
찔끔거리느라 청경채를 너무 오래 데쳤습니다
그러게 음식할때는 다른생각하면 꼭 사단이 납니다
요즘들어 내내 삼방사방 방방뛰며 다니느라 피곤해서인지
칼질하는 속도도 나질않고 스텐후라이팬은 지단이 달라붙고 난리도 아닙니다
세수 먼저해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심기일전 해봅니다
고모님은 갑작스런 방문소식에 목소리가 밝아지십니다
어디쯤 오고있냐고 전화를 하시더니
아예 골목 어귀에 나와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난번 뵜을때 보다 얼굴이 훌쪽해지셨습니다
치아가 많이 아파 음식드시는게 변변찮으시다며 속상해하시네요
오늘 생일하시겠다며 좋아라하십니다
고모부님도 연신 막걸리잔을 드시며 고모님의 지청구도 너그럽게 허허하십니다
진작에 왔을걸 하는 마음이 듭니다
지금이라도 늦지않아서 다행입니다
치아때문인지 묵무침을 제일 맛나다시며
코잔등에 땀이 송송 맺히시도록 정신없이드시네요
드시다 말고는 근처 사는 큰딸 작은딸을 오라고 전화하십니다
우리가 죽어도 이리라도 얼굴을 익혀둬야하는거란 말씀을 곁들이십니다
너무 좋은 세상 살만하니 이리 나이가 들었다
모든것이 아깝고 애뜻하다 규니에미 너한테도 그렇다 하십니다
잠시사이에 피난 내려 오실때부터 서울서 죽을 고생끝에 이만큼 사는 얘기가 길어집니다
그저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좋은시간 같이 보내자는 말씀말고 드릴수있는말이 없습니다
고모님의 딸과 손자손녀까지 모인 식탁은 잔치집이 되었습니다
가져가서 끓인 청국장 뚝배기는 바닥도 긁을 참입니다
모두가 맛있게 먹어주니 괜히 어깨가 으쓱합니다
먼산보듯이 냉냉한 제게 이리 따뜻한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고모님 오래오래 건강하시기 기도합니다
집에 돌아오니 지난번 농림부여행기가 체택되어 받게된 작은 선물이 기다리고있었습니다
선물같은 인생을 살고싶습니다
제게 남을 생의 모든시간은 아닐지라도 '
많은 부분들을 선물같은 시간으로 채우고싶다는 욕심을 내어보렵니다